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2016년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일주일동안 독일 출장을 다녀왔다. 독일은 킨더조이의 고향이다. 가기 전부터 인영이를 위해 원조 킨더조이를 사다 주려 벼르고 있었다. 출장 중간 잠시 짬이 났다. 킨더조이를 전문적으로 파는 데는 없고 대형마트에서 파는 것을 알았다. 12유로를 내고 공공 자전거를 빌리고 구글맵을 켰다. 베를린 시내를 달렸다. 낯선 길에 주머니에서 구글맵을 수시로 확인해야했기 때문에 하이킹보다는 택배기사가 된 기분이었다. 우리로 치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같은 각기 다른 3개의 마트를 찾아 헤맸다. 한국엔 없는 다양한 에그를 윤영이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REVE’란 마트에 없는게 ‘Aldi’엔 있었다. 12개 들이 한판씩 쓸어서 자전거 뒤에 싣고 숙소로 돌아왔다. 나머지 5일 간의 출장 기간 동안 버스를 타건 비행기를 타건 행여 깨질까 배낭에 넣어 다녔다. 윤영이가 삐질까 윤영이 선물도 틈나는 대로 담았다.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5&aid=0000923243
인영이는 아프면서부터 서프라이즈 에그를 몹시 좋아한다. 아빠는 계란 배달부 노릇이 즐겁다.

일주일 만에 본 인영이는 킨더조이 해체 전문가로 변신한다. 장난감을 싸고 있는 초콜렛을 못 먹게 하는 데 익숙해서 이제는 자연스럽게 껍질은 버리고 속만 챙긴다.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인영이도 기분이 좋아서인지 오늘은 아빠랑 자겠다고 한다. 립서비스인줄 알면서도 좋다. 큰 슬픔을 견디기 위해서 반드시 그만한 크기의 기쁨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신영복 선생님은 말했다.
일주일 새 두 녀석 모두 많이 컸다. 출장 짐의 반 이상은 두 딸의 선물이었다.

재우고 얼굴을 자세히 보니 일주일 새 이놈 좀 말랐다. 지난주 다행히 치료가 없는 기간이었지만 항암약이 몸에 쌓이면서 면역력이 떨어져선지 조금 힘들어했다고 아내가 전했다. 다음주부터 다시 치료 시작. 이제 다시는 멀리 가지 않고 소중히 안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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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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