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86> 남녀차이? 성차별? 기사의 사진
영화 팬이라면 늘 궁금한 게 있다. 수많은 세계의 배우 중 누가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느냐 하는 의문이다. 인기도 여론조사로 알아보는 방법이 있겠지만 전 세계 스타를 상대로 전 세계 사람들을 상대로 조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혹 그런 여론조사가 있다 해도 정확성이나 객관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이에 비하면 누가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렸는지는 확실한 수치로 기록이 남는다는 점에서 정확하고 객관적인 인기도 판별기준이 될 수 있다. 인기가 많을수록 돈을 많이 벌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린 남녀 배우’ 리스트를 발표했다. 영예의 여자 1위는 2015년 6월1일부터 2016년 6월1일까지 세전(稅前) 수입 4600만 달러를 기록한 제니퍼 로렌스. 3년 전 불과 23세 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에다 ‘헝거게임’ 시리즈의 캣니스, ‘X맨’ 시리즈의 미스틱 역으로 상업적으로도 성가를 높인 그 배우다. 전년도에 비해 600만 달러 감소했지만 그래도 2년 연속 1위를 놓치지 않았고 2위와도 1300만 달러의 격차를 보였다.

그럼 2위는? 넉넉한 몸집의 코미디 배우 멜리사 맥카시다. 계산할 것도 없이 3300만 달러. 여성판 ‘고스트버스터즈’의 주연을 맡아 전년보다 무려 1000만 달러나 더 벌어들였다.

이하 순위는 이렇다. 3위 스칼렛 조핸슨(2500만 달러) 4위 제니퍼 애니스톤(2100만 달러) 5위 판빙빙(1700만 달러) 6위 샬리즈 테론(1650만 달러) 7위 에이미 애덤스(1350만 달러) 8위 줄리아 로버츠(1200만 달러) 9위 밀라 쿠니스(1100만 달러) 10위 디피카 파두콘(1000만 달러). 여기서 눈에 띄는 건 아시아 배우 2명이 끼어있다는 사실이다. 우선 판빙빙은 중국의 톱스타. 그러나 할리우드와 프랑스, 한국 등 외국영화에도 자주 얼굴을 비치는 ‘국제스타’다. 아마도 그것이 그를 5위에 올려놓은 원동력일 듯. 또 처음으로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디피카 파두콘은 ‘발리우드’라 불리는 인도 영화계의 퀸이다. ‘국제 스타’인 판빙빙과 달리 거의 인도영화에만 출연했지만 그가 출연한 영화마다 인도 역대 흥행 랭킹에 등재될 만큼 대성공을 거뒀다.

이밖에 특기할 것은 조핸슨의 경우 내년에 제작될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 실사판의 출연료로 1750만 달러를 받기로 돼있다는 소식이고 샬리즈 테론은 3년 만에 10위 안에 재진입했다는 점. 이로 미루어 내년에도 다소간의 순위 변동이 예상된다.

어쨌거나 로렌스가 벌어들인 4600만 달러는 범인이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거액이지만 그조차도 남자배우들의 수입에 비하면 상위 5걸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차이가 난다. 포브스에 따르면 남자배우 수입 1위는 ‘록(Rock)’이라는 링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프로레슬러 출신 드웨인 존슨이다. 6450만 달러. 울룩불룩한 근육 외에 별로 볼 게 없을 것 같은 이 거구의 사나이는 그러나 레슬러 시절의 기록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배우로 전업하자마자 톱스타 대열에 올랐다. 어느 정도냐면 첫 주연을 맡은 ‘스코피온 킹(2002)’의 출연료로 550만 달러를 받음으로써 주연데뷔작 출연료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폭 넓은 인기를 바탕으로 로널드 레이건 이후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을 ‘진지하게’ 꿈꾸고 있다는 존슨의 행보를 눈 여겨 봐야겠다.

남자배우 2위도 눈에 확 들어온다. 이소룡 이후 아시아의 아이콘 배우 2호로 꼽히는 성룡이다. 6100만 달러. 배우 초기이던 1960~70년대 ‘합작영화’라는 허울 아래 허접한 한국 무술영화에도 출연하면서 배고픔을 달래던, 그래서 한국말도 곧잘 하면서 한국에 대한 애정을 종종 표시하기도 하는 이 홍콩 배우는 이제 기록적인 수입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억만장자가 됐다(포브스 추산에 따르면 2015년 그의 순자산은 3억5000만 달러였다).

3위 이후의 순위는 다음과 같다. 3위 매트 데이먼(5500만 달러) 4위 톰 크루즈(5300만 달러) 5위 조니 뎁(4800만 달러). 제니퍼 로렌스가 남자배우였다면 그 다음에 끼어들어 6위를 차지했겠지만 6위는 벤 애플렉이다. 4300만 달러. 7위는 율 브리너 이후 최고의 대머리 배우로 꼽히는 빈 디젤(3500만 달러). 8위와 10위는 각각 2명이다. 먼저 8위 샤 룩 칸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3300만 달러), 다우니 주니어는 전년 1위에서 공동 8위로 밀려나면서 겨우 10위 안에 턱걸이했다. 그리고 10위는 브래드 피트와 악샤이 쿠마르(3150만 달러).

여기 거론된 할리우드 배우들은 새삼스레 거론할 것도 없는 거물들이지만 발리우드의 스타인 샤 룩 칸과 악샤이 쿠마르가 10위 안에 든 것이 눈길을 끈다. 두 사람은 주로 인도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 돈을 벌었다. 그만큼 인도가 대단한 영화시장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같은 톱랭커들의 수입을 비교해보면 남녀 배우의 차이가 너무도 현격하다. 1위부터 10위까지 여배우들의 수입총액이 2억500만 달러인데 비해 남자배우들의 10걸 수입총액은 4억5700만 달러다. 여배우들의 두 배가 넘는다. 또 20위권에서 2000만 달러 이상 수입을 올린 남자배우들은 모두 18명인데 반해 여배우들은 겨우 4명에 지나지 않는다.

이 같은 수입 차는 미국의 일반적인 남녀 임금격차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예컨대 여배우 1위인 로렌스의 수입은 남자배우 1위 존슨의 71%인데 이는 미국 백인 남성대 여성의 임금 비 100대 79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남녀 임금격차 외에도 남녀 배우들의 수입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는 일자리의 수 및 연령별 일자리 차이에도 있다. 우선 배우들이 돈을 많이 받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일수록 남자배우의 일자리가 여자배우보다 많다. 남캘리포니아대학 조사에 따르면 2014년의 100대 흥행영화 가운데 여자배우가 주연이거나 공동주연인 영화는 21편에 불과했고, 대사가 있는 역할 중 여자배우의 몫은 28.1% 밖에 안 됐다. 게다가 남자배우들은 여배우들보다 활동기간이 훨씬 길다. 이를테면 상위 20위 안의 남자배우는 50세 이상이 45%였던데 반해 여배우들은 모두가 50세 이하였다.

이러한 ‘성적 차별대우’에 분노한 할리우드가 그래서 지난번 얘기한 ‘성전환’ 리메이크 영화들을 속속 만들어내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남성 배우 위주의 영화를 찾는 관객들의 취향이 먼저 변하지 않는 한 남녀 배우 간 수입격차는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

김상온 (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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