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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세우면서 33년간 논쟁만, 양산단층 논란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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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경주 인근에서 규모 5.0 이상의 지진이 연달아 발생하기 전까지 양산단층은 활성단층도 비활성단층도 아니었다. 양산단층의 활성화 여부를 두고 30년 넘게 논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쟁이 계속된 데는 인근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이유도 있지만,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활성단층 연구가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지질 조사 차원에서 주로 이뤄지면서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 170㎞에 이르는 양산단층의 활성단층 여부는 일제 시대 일본인 학자에 의해 거론된 적이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1983년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양산단층 주변의 소규모 지진 발생을 근거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학계는 물론이고 원자력발전업계 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어났다. 지진의 90% 정도가 활성단층에서 발생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양산단층 인근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1990년대 한국과 일본의 공동 연구로 포세이돈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항공촬영을 통한 지형분석으로 양산단층의 선형구조가 확인됐다. 이후 현지 굴착 조사 등을 통해 양산단층이 제4기 단층임을 확인하면서 양산단층의 활성 여부 논쟁이 또한번 가열됐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당시 소방방재청의 지시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수행한 연구에서도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은 활성단층으로 추정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비공개로 연구가 묻혔다. 전문가 그룹에서 당시 조사 기간이 지나치게 짧고 조사 방식 역시 신뢰성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영석 부경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21일 “활성단층 연구는 시간과 인력이 대규모로 투입돼야 하는데 그간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산단층의 활성화 여부에 대해 쉽게 결론짓지 못한 것은 인근 지역이 원자력 발전소 밀집 지역인 것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1970년대 후반 첫 번째 원전이 건립된 후 활성단층 문제가 불거지면서 원자력발전업계가 관련 논의가 확산되는 것을 꺼려했다는 것이다.

특히 국내 활성단층 연구 자체가 원자력발전소 입지 선정을 위한 지질조사 차원에서 주로 이뤄지면서 관련 연구가 객관성을 얻기 힘들었다는 주장도 있다. 민간 학계에선 예산이나 인력 부족 등으로 대규모 연구를 하기 힘든 상황에서 원자력 업계가 주도한 연구 용역 결과가 주로 반영돼왔다는 지적이다. 원전 부지 선정 시 참고하는 활성단층 기준 역시 미국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어 국내 지질 환경과 맞지 않다는 문제제기도 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장은 “현재 원전 부지 선정 시 수행하는 활성단층 관련 연구 재원이 사업자로부터 나오는 상황에서 객관성을 얻기 위해선 크로스 체크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진을 통해 활성단층 관련 예산을 확충하고 국가 차원의 대규모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김영석 교수는 “국민안전처에서 내년부터 진행하는 관련 사업 예산은 매년 15억원인데 이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좁은 지역에 대한 세부 연구만 해도 몇 억씩 들어가는 상황에서 추가 예산 확보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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