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됐던 이완구(66) 전 국무총리에게 항소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은 1심 판단과 달리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금품 메모’와 전화통화 녹취내용 등의 증거 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는 27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자살 직전 인터뷰는 ‘이완구 총리 같은 사람이 사실 사정대상 1호’라고 하는 등 피고인에 대한 비난과 자신 관련 내용의 은폐가 포함돼 있다”며 “허위 진술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사 기자와 주고받은 대화내용의 녹음파일 사본, 성 전 회장과의 대화내용 녹취서, 금품 메모 등의 증거들에 대한 ‘특신 상태’도 인정하지 않았다. 유죄의 증거로 삼기 어렵다는 뜻이다.

특신 상태란 공판에 나와서 진술을 해야 할 당사자가 사망했거나 질병·외국거주·소재불명 등으로 진술을 할 수 없을 경우 ‘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했던 진술이나 작성된 문건 등에 한해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총리는 선거사무소에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정치자금법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이 전 총리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이에 이 전 총리 측은 “이 전 총리에 대한 보복 심리로 인터뷰를 했다는 의심이 드는 상황에서 진술 증거에 대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원진술자의 법정 출석과 반대 신문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이상 진술 증거는 진정한 증거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다”고 맞섰다.

이 전 총리는 최후진술에서 “지난해 국회 대정부 답변에서 ‘증거가 나오면 제 목숨을 내놓겠다’고 한 극단적인 말은 아직도 살아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당초 22일로 선고기일을 잡았다가 직권으로 선고를 연기했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재보궐 선거 출마 당시 충남 부여읍에 있는 자신의 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돈을 줬다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전 인터뷰 녹음파일과 녹취서, 메모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해 유죄로 판단, 이 전 총리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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