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91>영예의 생애업적상 기사의 사진
할리우드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 최고영예로 꼽히는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생애업적상(Life Achievement Award)의 45회(2017년도) 수상자로 여배우 다이앤 키튼(70)이 뽑혔다. 1970년에 스크린에 데뷔해 거의 반세기 동안 활동하면서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큰 인기와 호평을 얻은 그는 ‘대부(1972)’ ‘미스터 굿바를 찾아서(1977)’ ‘빨갱이들(1981)’ ‘조강지처클럽(1996)’ 등의 정극 영화에서 뛰어난 연기력을 과시하는가 하면 특히 우디 앨런과 콤비를 이뤄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1972)’ ‘사랑과 죽음(1975)’ 등 그의 코미디영화에서 여자주연을 도맡다시피 했으며 그중 하나인 ‘애니 홀(1977)’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로써 AFI 생애업적상을 받은 여성은 모두 9명이 됐다. 베티 데이비스부터 릴리언 기쉬, 바바라 스탠윅, 엘리자베스 테일러,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메릴 스트립, 셜리 맥레인, 제인 폰다, 그리고 다이앤 키튼이다.

AFI 생애업적상은 1973년에 제정됐다. ‘평생 동안 영화와 TV를 통해 미국 문화를 풍성하게 하는데 공헌한 개인’에게 주어지는 이 상은 대중문화, 특히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미국인들의 사랑을 말해주듯 시상식에는 미국 대통령까지 참석하는 명예와 권위를 자랑한다. 이를테면 제1회 존 포드 감독에 대한 시상식 때는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참석해 축하했다. 나는 1978년도 6회 수상자인 헨리 폰다에 대한 시상식을 주한미군 방송이었던 AFKN-TV로 볼 수 있었는데 시상식에 참석한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이 폰다에게 몇 차례씩 기립박수를 보내는 장면을 보면서 감동한 기억이 있다. 저 나라는 대통령이 ‘일개 배우’에게 저런 존경심을 보이는구나 하고.

원래 이 상은 현역으로 활동하는 인물들은 대상에서 제외했으나 나중에 현역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수상자는 60세 이상의 고령이지만 ‘생애’란 말을 붙이기엔 다소 부적절한 ‘젊은’ 사람들이 상을 받는 경우도 생겼다. 예컨대 45세로 최연소 수상자가 된 톰 행크스(30회)나 48세에 상을 받은 스티븐 스필버그(23회) 같은 이들이다. 반면 최고령 수상자는 90세 때인 1976년에 수상한 무성영화 스타 릴리언 기쉬였다.

또 대다수 수상자는 배우와 감독들이었으나 유일하게 영화음악가가 선정된 적이 있다. 44회 수상자인 존 윌리엄스. 수상 당시 나이 84세로 ‘스타워즈’와 ‘조스’ ‘슈퍼맨’ ‘인디애나 존스’ 등 블록버스터영화의 음악을 만들면서 아카데미상을 5회나 수상한 작곡가다. 그런가하면 부자(父子)가 생애업적상을 받은 경우도 있다. 19회 수상자인 커크 더글러스와 37회 수상자인 마이클 더글러스.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AFI 생애업적상 1회부터 45회까지 수상자들의 면면을 보노라면 할리우드의 역사를 고스란히 압축해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례대로 존 포드, 제임스 캐그니, 오슨 웰스, 윌리엄 와일러, 베티 데이비스, 헨리 폰다, 앨프리드 히치콕, 제임스 스튜어트, 프레드 아스테어, 프랭크 캐프라, 존 휴스턴, 릴리언 기쉬, 진 켈리, 빌리 와일더, 바바라 스탠윅, 잭 레먼, 그레고리 펙, 데이비드 린, 커크 더글러스, 시드니 포이티어, 엘리자베스 테일러, 잭 니콜슨, 스티븐 스필버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마틴 스코시즈, 로버트 와이즈, 더스틴 호프먼, 해리슨 포드,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톰 행크스, 로버트 드니로, 메릴 스트립, 조지 루카스, 숀 코너리, 앨 파치노, 워렌 비티, 마이클 더글러스, 마이크 니콜스, 모건 프리먼, 셜리 맥레인, 멜 브룩스, 제인 폰다, 스티브 마틴, 존 윌리엄스, 다이앤 키튼. 굳이 설명이 필요없는 이들이다.

물론 이런 저런 이유로 당연히 수상자가 됐어야 했을 것임에도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다. 이를테면 찰리 채플린은 냉전시기 좌익적 성향을 보인 것 때문에, 또 엘리아 카잔은 ‘맥카시 선풍’에 연루된 탓에, 그리고 찰턴 헤스턴은 미국총기협회장을 오래 맡은 것이 진보파의 비위를 거스른 탓에 상을 받지 못했다. 이외에도 왜 수상자 명단에서 빠졌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들이 적지 않다. 존 웨인, 캐서린 헵번, 말론 브랜도, 폴 뉴먼, 스탠리 크레이머, 스탠리 큐브릭 등. 그러나 이들이 수상자가 되지 못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밖에 ‘AFI 100년… 영화 100년’의 분야별 톱 10 리스트에 등재된 영화에 출연했거나 연출한 인물 중 생애업적상을 받지 못한 생존 인사들은 이렇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스탠리 도넨, 올리비아 드 하빌랜드, 데비 레이놀즈, 페이 더나웨이. 그리고 소피아 로렌은 ‘AFI 100년… 스타 100인’ 리스트에 오른 여성 배우 중 아직 생애업적상을 못 받은 유일한 생존자다.

다이앤 키튼에 대한 시상식은 2017년 6월에 열린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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