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올해로 벌써 4번째 세종축제를 맞았다. 서울을 떠나온 첫해에는 썰렁하다 못해 스산한 느낌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축제다워졌다. 올해는 윤영이가 속한 미르초등학교 1·2학년 합창단이 축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어린이 합창대회에 나갔다. 원래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엄마는 윤영이를 응원하러 가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해야 하는 인영이는 나와 함께 집에 있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인영이는 언니가 합창복을 입고 집을 나설 때부터 벌써 나설 태세였다.
인영이 아프고 난 뒤 첫 가족 나들이. 인영이도 꽃단장하고 나섰다.

인영이를 마스크와 외투로 단단히 무장을 시키고 온 가족이 세종 호수공원 나들이에 나섰다. 인영이가 아픈 뒤 나들이다운 나들이를 나선 건 오늘이 처음. 가을 하늘은 푸르렀고, 우리 가족 마음은 높은 하늘만큼 들떴다. 인영이는 언니 합창대회를 보며 자기도 크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겠다고 엄마한테 몇 번이나 말했다. 윤영이 합창부는 세종 관내 6개 초등학교 팀 중 3등을 했다(6팀 모두 상을 받았지만 역순으로 순위를 가늠해볼 수 있다). 나는 합창무대 옆에 붓글씨로 가훈을 써주는 할아버지께 ‘아프지 말자’라는 글귀를 부탁했다. 인영이는 오랜만의 외출에 신나서 뛰어다녔다. 시상식을 마치고 돌아온 언니한테 상 받은 것 왜 안가지고 오냐고 닦달했다. 난생처음 솜사탕을 먹어보고, 예쁜 한글 도장도 팠다. 나들이의 마무리는 역시 중국집에서 짜장면과 탕수육.
우리집 가훈은 아프지 말자. 정말 아프지 말자.

저녁에는 어제 처음 두발 자전거를 배운 윤영이와, 보조바퀴가 달린 자전거를 타며 “언니야 자전거 왜 이리 못타”라며 ‘야지’를 놓는 인영이 자전거를 태워줬다.
하루 내내 기분 좋게 지낸 인영이가 9시쯤 졸릴 무렵 옷을 갈아입히자 “아빠 어디가”라고 물었다. “응, 우리 호텔가자”라는 말에 인영이는 “시러” 하면서 울기 시작했다. 인영이는 잠시 뒤 할머니 보러가는 거라는 엄마 거짓말에 해맑게 따라나섰다. 차에서 잠든 인영이를 보고 아내가 또 훌쩍였다. 나 역시 이미 수십 번 찔린 여린 가슴에 또 주사바늘을 꼽고 독한 항암주사를 맞힐 생각을 하니 이런 월요병도 없다 싶다.
언니와 함께 태극기를 흔들어봐요. 오늘은 난생처음 솜사탕을 맛본날. 솜사탕 먹는 꿈을 꾸는지 인영이가 웃는다.

밤 11시, 병원 앞 호텔에 도착. 인영이는 다행히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다. 내일부터 3일간 첫 유지항암치료다. 전에 맞았을 때 고열 부작용이 났던 mtx란 약이라 걱정이 되지만,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코를 골며 자는 인영이가 꿈에서 솜사탕을 맛보고 있는 지 웃고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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