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미국 대선을 뒤흔들 '10월의 이변(October surprise)'을 일궈낼 수 있을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이메일을 연일 들춰내고 있지만 쉽지 않을 전망이다. 성추문에 휩싸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제 살 깎아 먹기'를 당해낼 재간은 없어 보인다.

지난 4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 창시자 줄리언 어산지는 "앞으로 10주 동안 미국 대선에 관련된 중요한 자료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7~13일 4차례에 걸쳐 클린턴 캠프 선거본부장 존 포데스타의 해킹된 이메일 6000여통을 폭로했다.

다음은 폭로된 이메일의 주요 내용이다.

클린턴은 친(親)월스트리트?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이메일을 통해 클린턴과 월스트리트의 유착 정황이 드러났다.

클린턴은 2013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강연에서 “세상은 성공한 사람에게 편견이 있다. 세상에서 여러분이 제일 똑똑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산층과는 떨어진 삶을 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클린턴은 2013년부터 약 2년 동안 강연료 410만 달러(약 46억원)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메일에는 “강연 발언이 외부에 알려지면 선거운동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클린턴 캠프의 회의록도 포함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클린턴은 경선에서 월가 규제 방침을 여러 차례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출된 강연록을 통해 클린턴이 월가나 자유무역에 대해 알려진 것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AP통신은 “민주당의 진보적 지지자가 클린턴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드러났다”면서 “클린턴이 기업을 우선적으로 챙기고, 대선 자금을 기부한 월가를 옹호하는 것은 아닌지 지지자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첼시 클린턴은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폭로된 이메일에는 클린턴의 최측근 더글라스 밴드 변호사가 클린턴의 딸 첼시를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Spoiled brat)’이라고 지칭한 내용이 포함됐다.

2011년 포데스타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밴드는 “첼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말썽만 일으키는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며 “인생에 대한 목표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샌더스 때리기’

‘샌더스 때리기(Sanders hits)’라는 제목의 이메일에는 샌더스가 과거 동성결혼과 총기소유에 찬성했던 점을 겨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실제 클린턴은 당내 경선에서 이 점을 꼬집었다.

클린턴 캠프가 켄 살라자르 전 내무장관에게 ‘샌더스는 이민 개혁에 소극적이며 클린턴에 비해 정책 이해도가 떨어진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써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정황도 드러났다.

유명한 민주당 지지자 앤디 매너토스의 “샌더스의 선전이 놀랍다. 사랑스러운 손주에게 밥을 먹이고 함께 노는 모습을 노출하면 사람들이 클린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조언도 공개됐다.

CNN은 Clinton News Network?

위키리크스는 클린턴 캠프와 언론의 유착 정황을 뒷받침할 이메일도 공개했다.

지난해 1월 포데스타는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기자를 언급하며 “그 친구에게 기삿거리를 줬는데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위원장 대행 도나 브라질은 CNN 정치평론가로 있던 지난 3월 당시 샌더스와의 토론에 앞서 예상 질문을 클린턴 측에 전달했다.

NYT 기자 마크 라이보비치는 클린턴 측과 클린턴의 발언을 어느 수위까지 담을지 상의하기도 했다.

위키리크스의 ‘10월의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앞서 어산지는 포데스타의 이메일 5만건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 폭로와 그 파장이 23일 남은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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