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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신부 엄마 어디 있나요"…세상에서 슬픈 눈물의 결혼식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은 외동딸의 얼굴은 그렇게 슬퍼 보일 수 없었다. 일생에서 가장 기쁜 날이자 행복해야할 결혼식이었지만 딸은 그렇지 못했다.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금방이라고 쏟아질 태세였다. 울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건만 주례사가 이어지는 동안 만감이 교차하는 듯 눈가에 끝내 눈물이 맺혔다. 연신 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신부의 고운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고만 있던 하객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신부는 엄마가 너무 생각났다. 자신을 너무 사랑해주었던 엄마였기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엄마는 혼주 자리에 없었다. 대신 작은 아버지 부부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지난 13일 울산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가 어머니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화마(火魔)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아버지는 이날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울산국화원으로 향했다. 이날 아내의 DNA 감식 결과를 통보받기 위해서다. 딸의 결혼식도 보지 못한 부정(父情)이 오죽했겠는가라는 하객의 소근거림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성렴(63·부상)씨와 아내 이명선(59)씨 부부는 딸의 결혼식에 기대가 컸다. 그래서인지 중국 장가계로 4박5일 여행에서도, 관광버스에 올라 집으로 가는 동안에도 부부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의 1979년 6월 입사 동기 모임인 ‘육동회' 회원들에게 딸과 사위를 자랑했다. 입이 마를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일요일 결혼식에 들떠 있었다. 숨진 이씨는 사고가 나기 불과 20분 전 휴게소에서 국수를 먹고 나오며 “이번 여행의 해단식은 우리 딸내미 결혼식 날 하자”고 했을 정도였다. ‘6월에 입사한 동기'를 줄여 이름을 지은 '육동회' 회원 8명과 배우자 6명 중 절반(7명)이 이번 사고로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해 숨졌다. 회원의 절반은 울산 출신, 나머지는 외지 출신인 육동회 회원들은 3년 전부터 일 년에 한 번씩 해외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한다.

 10명이 숨진 이번 버스사고는 ‘마의 도로’에서 과속을 하던 기사의 무리한 끼어들기가 참사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 사고를 조사 중인 울산 울주경찰서는 사고 운전자 이모(48)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과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 혐의로 15일 구속했다. 이씨가 도로확장 공사로 속도제한 80㎞인 도로를 106㎞의 속도로 1차로를 달리다 무리하게 2차선으로 차선변경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딸의 결혼식을 불과 사흘 앞둔 어머니도 이씨의 이런 무분별한 과속에 변고를 당한 것이다. 부부의 지극한 딸 사랑을 아는 사람들은 섣불리 위로를 건네지도 못할 정도로 애절한 마음을 금치 못하고 있다.

 울산의 한 결혼식장에서 열린 이날의 결혼식이 딱 그랬다. 이날 결혼식은 신랑신부의 가족들 간 회의를 통해 한때 어머니 장례식 이후에 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스케줄상 할 수 없이 이날 진행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딸의 결혼식을 예정대로 하자고 적극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축하와 웃음이 가득한 다른 결혼식과 달리 김씨 외동딸의 결혼식 분위기는 무거웠고 가라 앉았다. 신랑 측에서는 부모가 나와 손님을 맞이했지만 신부 측은 김씨의 친동생 부부가 하객들을 맞이했다.

 신랑 신부가 같이 입장하면서 결혼식은 시작됐다. 팔장을 한 예비신랑, 신부의 발걸음은 매우 무거워 보였다. 주례 선생님은 신부 측 부모가 자리를 못 지킨 것에 대해 김씨를 대신해 하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이날 결혼식에는 중국여행을 가지 않았던 ‘육동회’ 회원 3명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육동회 회원이라는 김모(40)씨는“딸(보라)이 아버지 어머니 없이 쓸쓸하게 결혼식을 치르게 되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신랑 측의 한 친구는 “큰 경사를 앞두고 슬픈 일이 있어서 신랑도 정신적으로 힘들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하객들도 “딸과 부부를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질 지경”이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이어서인지 하늘에서도 눈물을 흘리듯 많은 비가 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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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글 사진 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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