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모를 땐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이 최고다. 300만원으로 살 수 있는 미술 작품이 있는지, 어떤 장르가 가능한지, 차라리 500만원으로 올리면 어떨지, 미술시장 관계자들에게 의견을 물어봤다.
이영학 <새> 스틸. 대: 20.0x13.0x42.0(h)cm (에디션 21개) , 소(에디션 27개) :26.0x13.0x34.0(h)cm. 낙찰가 200만원. 서울옥션 제공

#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 대학에서 철학과 미학을 전공했다. 기자로 일했으나 미술이 좋아 6년 만에 그만두고 서울옥션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300만원요? 회화보다는 에디션(복사하듯 한정 된 수량으로 제작되는 작품)이 있는 사진이나 조각 작품이 저렴합니다. 그 정도면 작은 크기의 조각도 괜찮을 겁니다. 높이 30센티 정도요. 그런 크기면 거실에 장식해 두기에도 그만이고요. 옥션에선 이영학, 유영교, 전뢰진, 심인자 등의 조각 소품이 인기 있어요. 사진도 살 만하지만 조각보다는 좀 더 지불해야 할 겁니다.

차라리 유명 작가의 1호, 2호 크기, 커봐야 10호 미만의 작은 그림은 어떨까요. ‘장미의 화가’로 불리는 황염수 작가의 꽃그림 같은 게 대표적인데요. 이런 그림은 사이즈가 크면 오히려 매력이 떨어져요. 인기 작가인데다 장식성도 뛰어나 생애 첫 그림을 구매하는 이들이라면 부담 없이 지갑을 열수 있는 아이템이지요. N화랑에서 유명 작가의 1호, 2호 크기 소품을 기획 전시하면 하루 만에 완판 되잖아요. 그런 수요가 있는 거지요.
황염수 <장미> 캔버스에 유채. 24.2x 19.1cm. 소품임에도 2016년 3월 16일 제139회 서울옥션경매에서 93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제공

이런 소품은 유명 작가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는 만족감을 주면서 동시에 장식적인 효과도 뛰어납니다. 소품이라 큰 상승폭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요. 향후 높은 상승폭을 기대한다면 떠오르는 신진작가의 작품을 사는 것도 괜찮아요. 대학원 갓 졸업하고 전시회 1, 2번 한 청년 작가들의 작품이 100호 크기에 500만원, 600만원 정도 할 거예요. 거실에는 100호 정도는 충분히 걸 수 있지요. 안방이라면 20호, 30호 정도가 적당할 거고요. 크기가 작으면 좀 더 적은 예산으로 살 수 있는 이점이 있어요. 젊은 작가를 키워주는, 후원의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이런 신진 작가 작품 중 좋아하는 걸로 고르는 게 낫지요. 근데, 최소 5년, 길면 10년, 20년은 기다려야 해요.

단기간에 투자 수익을 거두려면 2차 시장이 형성돼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중견 작가, 그래서 언제든지 시장에 내다 팔수 있는 작가를 고르는 게 좋지요. 이런 작가의 작품은 10∼30호 크기를 2000, 3000만원에 살수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1000만원도 가능할 겁니다.”

# 심혜인 갤러리룩스 대표: 사진을 위주로 하는 화랑이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 2000년 뉴욕에서 연수하며 사진 장르의 인기를 실감한 것이 계기가 돼 화랑을 차렸다. 현재는 회화, 설치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갤러리룩스에서 2010년 열렸던 구성연 작가의 개인전 '센스'전 전시 전경. 갤러리룩스 제공

"사진작품은 판화처럼 에디션이 있다보니 회화에 비해 저렴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요샌 옛날에 비해 사정이 많이 달라졌어요. 판화는 가격이 좀 낮지만, 사진은 2007∼2008년 미술시장 호황 이후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사진 작품도 200만, 300만원 가지고는 30대 젊은 작가, 그러니까 대학 졸업하고 전시회 2, 3번 한 작가의 크지 않은 작품 정도는 살 수 있지요. 크지 않은 작품요? 20, 30호 정도여요. 개인전을 1회 한 작가는 아무래도 위험부담이 있지요. 저는 적어도 개인전 2, 3번은 한 작가를 컬렉터한테 권해요. 우리도 이 작가가 지속적으로 작품 활동을 할까, 걱정스럽고, 적어도 개인전 2, 3번한 작가여야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요. 또 예전과 비교해서 작품 수준이 발전하고 있는지, 일관되게 같은 맥락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봐요. 제대로 된 작가라면 고유의 작품 세계가 있어야지, 이랬다저랬다하면 아마추어로 작가 인생이 끝나버릴 수 있거든요.

그렇게 고른 작가도 시쳇말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작가가 돼 내가 산 작품이 대박이 나려면 20, 30년은 갖고 있어야지요. 20년 후라고 해봤자 겨우 50대인데요, 뭐.
제 동생에게 권한다고 생각해보라고요? 만약 제 동생이 산다면, 두 점 살 걸로 제대로 된 한 점을 사라고 할 것 같아요. 2백, 3백만원에 사지 말고, 다른 거 아껴서 5백, 6백만원을 쓰라고 하고 싶어요. 5,6백만원을 가지고 50대 이상 중견작가의 사진 작품으로, 비교적 크지 않는 20, 30호 크기로 사라고 권할 겁니다. 예를 들면 사진작가 중에서는 원성원, 김수강, 구성연 같은 작가들은 100호 이상의 큰 작업도 하지만 (20,30호) 작은 사이즈도 작업을 해요. 이런 작가들이라면 10년 안엔, 빠르면 5, 6년 지나서 내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해줄 겁니다.

사진도 1000만원으로 예산을 잡으면 굉장히 선택의 폭이 넓어져요. 1000만원이상이면 유화를 살 수도 있지만, 요즘 현대인의 주거 분위기에는 사진이 더 어울려요. 뭔가 모던 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맛이 있고, 굉장히 젊은 느낌을 주지요."

#우찬규 학고재 갤러리 대표: 메이저 화랑 중 하나다. 고미술 작품을 취급하는 화랑에서 출발해 현대미술로 확장하며 공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 학고재 지점을 내 한국 작가를 중국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소호 김응원의 <묵란도> 족자. 28.0x29.5cm. 2105년 2월 11일 열린 서울옥션의 온라인 경매 '이비드나우(eBID NOW)에서 16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제공

"미술작품은 양보다 질입니다. 300만원짜리 2점 사는 것보다는, 잘 판단해서 500만, 600만원으로 한 점을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300만원 정도면 어느 정도 검증된 젊은 작가의 작은 크기, 5호 정도는 살 수 있겠네요. 학고재 전속작가인 마리킴(38)의 경우 300만원이면 5호 정도의 작품을 살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젊은 작가인 허수영(32)은 아주 작은 사이즈는 그리 그리지 않습니다. 500, 600만원이면 20, 30호 크기의 작품을 살 수 있어요. 허 작가는 주로 100호 이상을 그리지만, 20호, 30호 크기는 1500만원∼2000만원 갑니다.

젊은 작가라 걱정이 된다면 대가의 소품을 권하고 싶습니다. 예컨대 강요배(64) 작가의 10호 크기 작품은 1000만원 정도에 살 수가 있지요.

제 동생이 산다고 가정한다면요? 300만원, 500만원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개화기 동양화가의 작품을 권하고 싶어요. 한국미술사에서도 인정받는 작가들인데 너무 저평가 돼 있거든요. 마냥 그렇게 가격이 낮은 상태로 갈 수는 없으니까요? 김응원, 김규진, 김진우 등이 그런 예인데, 이들의 서화 작품은 100만원짜리도 괜찮은 걸 살 수 있어요. 500만원이면 그런 그림 5점을 살 수 있는 돈이네요. 허허. 최소 5년 이상, 10년 뒤면 반드시 오를 겁니다.”

#리안갤러리 안혜령 대표: 컬렉터 시절 100억대 그림을 수집했던 컬렉터 출신 화랑주인이다. 2007년 대구에 문을 연 뒤 2014년 서울로 진출했다. 알렉스 카츠의 첫 국내 개인전(2007), 데미안 허스트(2009), 짐 다인(2011), 데이비드 살리(2013), 키키 스미스(2014), 프랭크 스텔라(2015)의 개인전을 선보이며 단박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무라카미 다카시 작. 'Such Cute Flower' 석판화( 50.0x50.0 ㎝)와 피규어 'Superflat Museum '(10개)로 구성됐다. 서울옥션의 지난 5월 온라인경매 eBIDNOW에 나와 260만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제공

"젊고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사서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좋지요. 그런데 오를 때까지 기다린다는 건 좀 지루하지 않나요? 500만원 정도 예산이면 차라리 유명한 국내외 작가의 원본 회화 작품을 판화로 찍은 에디션을 사는 것도 괜찮아요. 이를테면 쿠사마 야요이, 데미안 허스트 같은 유명한 작가 작품의 석판화 같은 거지요. 에디션이 있어 (물량이 한정돼) 이게 시간이 지나면 올라요. 쿠사마 야요이 판화를 사서 친지 결혼 선물로 주곤 했는데, 그게 오르더라구요

(이 얘길 듣고 서울옥션 경매에서 2016년에 300만원이하에 낙찰된 작품을 찾아봤다. 현대미술의 악동으로 불리는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 일본 팝아트 작가인 나라 요시토모, 무라카미 다카시, 프랑스 ‘구상 회화의 왕자’ 베르나르 뷔페 등 유명 작가의 판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인기 품목인 걸 보여준다.)

미술 작품은 싸다고 현혹되지 마세요. 심하게 말하면 ‘싼 게 비지떡’일 수 있어요. 미술 작품의 가격이 높을 때는 다 그런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술 작품으로 정말 투자를 생각하고 산다면 1000만원은 넘어가는 게 좋지요."

2,3점 살 걸 합쳐서 좋은 거 1점을 사는 게 낫다는 의견이 귀에 쏙 들어온다. 그런데 투자의 관점이라면 1000만원이상은 지불하는 게 좋다니,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주머니 사정도 그렇고 어쨌든 첫 컬렉션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500만원으로 ‘고(GO)’ 하기로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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