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기획] 사관학교 뺨치는 취업 스터디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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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생(취준생)과 공무원시험 준비생(공시생)이 참여하는 ‘스터디모임’이 사관학교처럼 깐깐해지고 있다. 과거 스터디모임이 특정 장소에 모여 공부를 같이하거나 시험·입사 정보를 나눴다면, 지금은 생활 전반을 관리하며 ‘규율’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대표적인 규율이 기상 인증이다. ‘치약 묻힌 칫솔 사진’ ‘화장실 세면대 사진’ 등 기상 인증은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오전 4시에 SNS로 출석체크를 하고 잠깐 쉴 때마다 ‘쉰다’고 보고하는 스터디모임도 등장했다. 5분을 쉬면 ‘5분, 복귀’라고 일일이 기록할 정도다.

취준생과 공시생들이 스스로 일상의 자유를 포기하고, 규율을 선택하는 셈이다. 한국토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토익정보 블로그 방문자 314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3%가 ‘취업 성공을 위해 취업 스터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취업 스터디, 면접 스터디 등 다양한 스터디모임을 경험했다는 이모(24·여)씨는 “새벽까지 취업 원서를 쓰거나 공부하는 일이 많았다”며 “늦잠을 자거나 나태해질 수 있는데 규율이 강한 스터디모임 덕분에 일어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규율을 강조하는 스터디모임이 급증하는 배경으로 ‘선택적 강제’를 꼽는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면서 취준생과 공시생 사이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일정 수준의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전통사회에서 주로 부모님이 맡았던 강제와 규율의 역할을 이제 동료끼리 나누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독립적으로 준비하는 게 녹록지 않으니 모이게 되고, 목표를 위해 서로를 강제하는 걸 선택한다”며 “여럿이 함께하면서 불안 심리를 다독여 주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규율을 강제하는 스터디모임이 새로운 신분제의 단면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부 부유 계층의 취준생들은 생활관리사나 컨설팅전문가에게 ‘개인 지도(PT·Personal Training)’ 방식으로 관리를 받는데, 이를 하기 힘든 일반 취준생들이 스스로 규율 강제 스터디모임을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한쪽에선 전문 생활관리사 같은 서비스가 발달하고 다른 쪽에서는 스터디모임이 활성화된다”며 “이런 양상은 계속해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그래픽 공희정 기자 jjing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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