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골수검사를 받고 있었다. 뭔가 뾰족한 바늘이 찌르는 느낌이어야 할텐데 등허리가 온통 아팠다. 무언가 찍히는 느낌에 눈을 떴는데 인영이가 웃으며 무릎으로 내 허리를 사정없이 찍어내리고 있었다.
“아빠, 아침이야 일어나.”
저 말을 듣고 바로 일어나지 않으면 손가락에 눈이 찔릴 수 있다는 아내의 말이 떠올라 일요일 아침 벌떡 일어났다.
헬륨풍선은 바닥에 떨어질 때를 안다. 그것도 사뿐히.

뽀로로 연을 만들었는데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갈 수 없었다. 인영이는 마루에서 연을 끌고 다니면서 연이 날지 않는다고 짜증을 냈다. 머리 좋은 아내가 아이디어를 냈다. 헬륨 풍선을 사서 연에 달면 천정까지 올라갈 것 이라고. 헬륨 풍선 파는 데를 검색했는데 집에서 넣어준다는 곳이 있어 전화했더니 같은 아파트 단지였다.형형색색 풍선 3개를 아이에게 들려줬다.
풍선만 있던 일요일.

집에 오자마자 인영이는 천정에 닿아있는 풍선을 잡았다 놨다 하느라 정신이 없다. 뽀로로 연에 풍선을 달 필요도 없었다. 1개에 2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지출이었지만 최근에 사준 그 어떤 장난감보다 더 열심히 갖고 놀았다. 하루종일 갖고 놀더니 인영이는 잠잘 때도 풍선을 모두 침대 위 천정에 모아 놓은 채 잠이 들었다. 내일 아침이 되면 풍선이 바닥에 내려앉아 있을 텐데 어떻게 말해줘야 할지 난감했다.

세상사에 일절 관심이 없던 아내조차 jtbc를 시청하도록 하는 능력을 지닌 비선실세들에게 헬륨 풍선을 선물해주고 싶다. 언제까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줄 알았더냐. 이 헬륨 풍선만도 못한 것들아.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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