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수녀님이 고구마를 보내주셨다. ‘나는 아빠다’ 기사의 애독자라고 하셨다. 몇 번 응원의 메일을 보내주신 것도 감사했는데 직접 키운 고구마를 보내주고 싶다고 주소를 물어보셨다.
염치없이 불쑥 받겠다고 한 건, 수녀님이 ‘엄마의 마음을 느끼게 해줘서 고마웠다’는 메일 구절이 떠올라서였다. 고구마는 신문지에 하나하나 정성스레 싸여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고구마같았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직 고구마 맛을 못 본 인영이한테 삶아줘야겠다.

수녀님을 포함해 인영이는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았다. 인영이가 터닝메카트에 관심을 보인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자마자 몇몇 분들이 ‘터메’를 보내주셨다. 날씨가 추워지자 따뜻한 비니 모자를 선물 받았다. 고등학교 동기·후배들은 인영이 가발을 준비한다고 먼저 사지 말라고 한다.

따스한 봄이 되면 수녀님이 계시는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가려고 한다.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수녀님이 인영이한테 소개시켜 줄 친구를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인영이 아픈 뒤 첫 가족 여행 때 들릴 예정이다. 

세월이 하수상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실세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도 있지만, 사람은 사랑같다. 적어도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다. 오늘은 인영이에게 '사랑이 담긴 고구마란 이런 맛이다'라는 걸 가르쳐줘야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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