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도 성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랠 수가 없었다. 박 대통령은 이번 담화에도 기자의 질문은 여전히 받지 않으며 “개선된 것이 없다”는 평가를 불러일으켰다.

4일 오전 10시 박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한 직후 인터넷 주요 포털 등에는 “대국민 담화” “박근혜” 등이 주요 검색어 순위를 차지했다. 생중계를 내보낸 방송사 홈페이지는 접속이 느려졌다. 포털이 주요 위치에 배치된 기사에는 댓글이 수만 개 달리며 국민적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날 오후 2시 네이버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읽은 담화문 관련 기사 댓글난에는 “이미 사과로 끝날 단계가 아닙니다. 아니 사과도 듣고 싶지 않네요. 그것도 저번에는 생방송도 아닌 녹화에다가 1분 30초? 참 어이가 없습니다. 이제 끌어내리기 전에 스스로 내려오세요”라는 댓글이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2만4081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1511명이 ‘안 좋아요’를 눌렀다.

성난 민심은 분출구를 찾기에 바빴다. 이 기사 외에도 수없이 많은 기사에서 박 대통령을 비토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대통령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는가” 
“요약: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했나” 
“4년 넘게 국민을 속여 놓고 한두 번 사과로 무마하겠다? 그 뒤에 숨어서 자기도 피해인 마냥 흉내내지마라” 
“끝까지 최순실 탓만 하고 지금은 조사에 영향을 끼칠까 설명할 수 없다니”
“95%가 싫다는데 왜 그 자리를 고수합니까? 일반 기업에서도 저 정도면 사퇴합니다”
등의 댓글들이 달려 각각 수천개가 넘는 공감을 얻었다.

대통령은 담화문 중간중간 “가슴이 찢어진다” 등의 표현을 쓰며 울먹이기도 했다. 9분의 낭독 직후 단상에서 내려와 기자들에게 “여러분께도 정말 미안한 마음”이라며 말을 걸었지만 여전히 기자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등 돌린 민심을 다독이기에는 9분의 시간은 터무니없이 짧았다.

야당도 한목소리로 박 대통령을 비난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담화 직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하다”며 날을 세웠다. 그는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국무총리 지명 철회와 국회 추천 총리 수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이 조건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권 퇴진 운동을 벌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최순실 사단과 안종범 사단들이 대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돈을 거둬 한 일이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한 일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박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검찰의 수사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기를, 검찰도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로 곤두박질 쳤다. 대국민 담화 직전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사는 지난 1~3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으로 진행됐다.

◆ 대국민담화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말할 수 없는 심려 끼쳐드린 점 다시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주신 국민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국가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여러 위법행위까지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입니다.

이 모든 사태는 모두 저의 잘못이고. 저의 불찰로 일어난 일입니다. 저의 큰 책임을 가슴깊이 통감하고 있다. 어제 최순실씨가 중대한 범죄혐의로 구속됐고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 체포돼 조사를 받는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 검찰은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말고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엄정한 사법처리가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이번일의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며 특별검사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

국민여러분 저는 청와대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 생기지 않을까 염려해 가족간 교류도 끊고외롭게 지내왔다. 홀로 살면서 챙겨야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들조차 마땅치 않아 오랜 인연 갖고 있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던 것이 사실.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 말았다.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 든다. 무엇으로도 국민들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단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한다.

국민의 마음을 아프지 않게 해드리겠다는 각오로 노력해왔는데 이렇게 정반대의 결과를 낳게 돼 가슴이 찢어지는 느낌이다. 심지어 제가 사이비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온 국정과제들까지도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 성장동력 만큼은 건드리지 말아주실 것을 호소 드린다. 다시 한 번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

이미 마음으로는 모든 인연을 끊었지만 앞으로 사스러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다. 그동안 경위에 대해 설명을 드려야 마땅합니다만 현재 검찰의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려운 점을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자칫 저의 설명이 공정한 수사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여 오늘 모든 말씀을 드리지 못하는 것뿐이며 앞으로 기회가 될 때 밝힐 것이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 통해 잘못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있다.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 안보가 매우 큰 위기에 직면해있고 우리 경제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외 여러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국정은 하루라도 중단돼선 안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 더큰 국정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속히 회복해야만 한다. 국민들께서 맡겨주신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언론인들과 종교 지도자분들, 여야 대표님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 다시 한 번 국민여러분께 깊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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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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