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마트 광고 캡처.

“하이마트로 가요∼”로 끝나는 하이마트 광고는 언제나 재미있다. 촌티 나는 구성과 등장인물의 과장 연기, 따라하기 쉬운 개사곡의 삼박자가 어우러져 아주 쉽고 분명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추억어린 광고 한편.  ‘무더위에 지쳤어요. 땡볕∼, 땡볕∼’ 열나게 부채질하며 트로트 노랫말까지 끌어와 에어콘을 사달라 애교 떠는 아내 현영, ‘사줄까 말까’ 밀당 하는 남편 정준호, 난데없이 부부간 줄다리기에 끼어들어 한 큐에 싸움을 평정하는 통장 아저씨 유해진. ‘주민들 다 하이마트 갔어요∼.’ 이 한마디로 부부를 거위몰이 하듯 하이마트로 보내는 코믹 영상이다.

재미난 광고 메들리 덕분에 냉장고든, 에이콘이든 가전제품을 사러 갈 때는 누구라도 쉽게 하이마트를 떠올리게 된다. 여러 브랜드의 제품이 모여 있으니 가격과 성능을 비교하기에도 좋다. 우리 집 김치 냉장고와 청소기 등 가전제품은 거의 다 거기서 샀다.

그럼 미술작품은 어디로 사러 가야 하지? 의외로 이에 대해 모르는 이들이 많다. 자신은 그림을 사지 않는다 치더라도 주변에서도 “미술 작품을 샀다”며 자랑하는 이들을 만나기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페이스북에 온갖 자랑이 넘쳐나도 그림 구매를 자랑하는 이들은 보지 못했다.

웬만한 미술작품은 고급 냉장고 혹은 중형 자동차 가격 정도만 지불하면 괜찮은 걸 살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럼에도 예술이라는 아우라가 입혀져 있어 주눅이 드는데다 실용적인 물건도 아니다보니 미술 작품을 구매하는 이들은 흔하지 않다. 미술 작품 구매 꿀팁은 샐러리맨들의 술자리, 주부들의 브런치 타임에서 흔하게 오고가는 정보가 아니다. 모든 공짜 정보가 올라와 있다는 네이버에 물어보시라. 쓸만한 정보를 얻기란 쉽지 않다.

# 화랑으로 갈까 옥션으로 갈까

그럼 어디로? 미술품 구매장소는 크게 화랑(갤러리)과 옥션(경매사)으로 나눌 수 있다.

똑같이 미술작품을 파는 곳이지만, 기능은 구분이 된다. 화랑은 작가의 개인전, 그룹전 등을 기획해 전시를 열어주고 전시된 작품을 고객에게 판매하는 곳이다. 화랑의 중개를 거쳐 작가가 고객에게 작품을 파는 구조다. 이런 화랑을 1차 시장이라고 부르는데, 작품이 팔리면 보통 화랑과 작가가 50: 50으로 나눈다. 500만원에 작품이 팔리면 작가가 250만원, 화랑이 250만원을 가져가는 것이다.

옥션은 중고 미술품을 팔기 때문에 2차 시장으로 불린다. 작가의 손을 떠나 고객에게 한번 팔린 미술품이 재거래 되는 마당이다. ‘중고’라는 표현을 쓰니 낡아서 못쓰다시피 하게 된 가구, 부르릉 소리 나는 냉장고, 칠 벗겨진 자전거 등을 연상할 수 있다. 미술시장에서 ‘중고’는 다른 차원이 다른 세계다. 한마디로 인기 작가, 유행을 타는 작가가 됐다는 뜻이다.
지난 9월 열린 서울옥션 메인 경매 장면.

고객의 안방에 한번 들어갔던 A작가의 작품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와 다른 고객에게 팔린다는 것은 A작가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시장이 형성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얼마나 대단한가. 이 사람도 찾고, 저 사람도 찾는 작가가 됐다는 것은. 옥션은 그렇게 ‘미술시장의 인기곡’이 된 작품을 소장자끼리 팔도록 중개하는 곳이다. 매매자는 개인 컬렉터 일 수 도 있고, 기업 컬렉터일 수도, 혹은 갤러리 일 수 도 있다.

옥션의 경우 한번 유찰된 작품은 1년 안에 올리지 않거나, 한번 팔린 작품은 6개월 안에 되팔지 않는 게 관행이다. 취득세는 없다. 다만 경매를 이용해 미술작품을 살 경우 낙찰수수료가 있다(경매사별 10%대). 낙찰 수수료는 서울옥션의 경우 국내 오프라인 경매에서는 16.5%(부가세 포함)·온라인 경매에서는 19.8%(부가세포함), 해외인 홍콩 경매에서는 18%(부가세 포함)를 받는다. 또 옥션에서 작품을 파는 사람도 11%(부가세 포함)의 위탁수수료를 내야 한다.
예컨대 서울옥션 국내 오프라인 경매에서 1000만원에 A작가의 작품이 팔리면 구매자는 165만원, 판매자는 110만원의 수수료로 내야 한다. 서울옥션은 1000만원짜리 작품을 팔아 총 275만원의 수수료 수입을 거두는 것이다.
경매에 참여하려면 사전에 프리뷰(경매 전 약 일주일 동안 경매 출품 작품을 전시하는 것)를 통해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사는 것이 좋다.

#각각의 장단점은 뭔가

갤러리와 옥션의 장단점을 각각 화랑 및 옥션 관계자에게 들어봤다.
학고재 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갤러리는 전시회를 통해 한 작가의 시기별 다양한 작품을 비교하며 고를 수 있다. 살 때는 갤러리가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작품을 팔 때는 비딩(bidding·응찰)을 통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경매가 나을 수 있다”고 권했다.

리안 갤러리 안혜령 대표는 “화랑에서는 살 수 없는, 꼭 원했던 작품이 옥션에서 나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는 화랑에서 사야지 맘껏, 제일 좋은 걸로 고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옥션 최윤석 상무는 “경매사는 작가에 관한 축적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 되는 게 장점”이라며 “미술을 잘 모를 때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금성과 시장성 있는 특정 인기 작가군만 다루므로 선택의 폭이 좁다. 또 젊은 작가, 혹은 소품 위주로 시작하는, 자금력이 떨어지는 초보 컬렉터들이 살 수 있는 작품이 많지 않은 것도 흠이다.

양대 경매사인 서울옥션과 K옥션은 컬렉터의 저변 확대를 위해 온라인 경매와 중저가 기획경매를 자주 한다. 서울옥션은 초보 컬렉터들이 살 수 있는 젊은 작가 중심의 ‘마이 퍼스트 컬렉션’ ‘신진 작가 발굴전’ 등의 기획 경매를 하거나, 온라인 경매인 ‘e비드나우(eBid NOW)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K옥션도 온라인 경매를 통해 중저가 작품을 선보인다.
경매에 앞서 선보이는 프리뷰에서 고객이 출품된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이처럼 화랑과 경매사들이 서로 우리가 낫다고 해 헷갈리는 데 대해 누군가는 “유명작가라면 불황일 때 경매를, 호황일 땐 갤러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불황일 때는 대가의 좋은 작품이 급매로 경매를 통해서 나오는 경향이 있고, 호황일 때는 갤러리에서 전시가 활발해지면서 신작을 비롯한 주요 작품이 한꺼번에 모이기 때문이다.

#갤러리, 옥션 말고 페어도 있다

여러 갤러리들의 한꺼번에 모여 특정기간 동안 작품을 파는 아트페어도 그림을 살 수 있는 좋은 마당이다. 아디다스, 나이키 등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스포츠웨어 매장이 백화점 스포츠 매장 한 층에 집중되어 있으면 바로 옆 매장과 가격과 디자인 등을 비교해서 사기 좋은 이점이 있는 것과 같다.

국내에서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비롯해 서울과 부산, 대구 등지에서 연례적으로 다양한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단 며칠 간 열리기에 그 기간에서 가서 사야 하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는 게 단점이다.

이름이 덜 알려진 신진작가라면 작가에게 직접 사는 방법도 있다. 대개 메이저 화랑은 어느 정도 인지도 있는 작가들과 전속 계약을 맺어 이들을 프로모션 한다. 따라서 막 검증된 찰나에 있는 신진작가라면 전속 화랑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객관적인 시장 가격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흠인데 가격을 협상할 때 주변에 아는 화랑이나 미술평론가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면 좋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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