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97>팀 버튼의 성적표 기사의 사진
버튼이 감독한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이 개봉됐다. 그의 18번째 장편영화다. 버튼은 어둡고도 유머러스하면서 호러스러운 고딕 스타일의 작풍(作風)을 지닌 유니크한 영화감독이다. 열혈 팬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른바 ‘컬트 리더’지만 그렇다고 그의 작품 모두를 걸작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어차피 명작이 있으면 태작(?作)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미국의 권위있는 연예지 버라이어티는 가장 최근작인 ‘미스 페레그린과~’의 개봉에 맞춰 그것을 제외한 17편의 팀 버튼 영화 전체를 대상으로 가장 형편없는 것부터 가장 괜찮은 것까지 성적표를 만들었다. ‘크리스머스 전야의 악몽(1993)’처럼 버튼이 제작한 것들까지 합하면 평가대상은 더 많지만 그가 감독한 것들만 대상이다.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 2010)--겉보기에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를 다룬 동화지만 심층적으로 보면 어른들의 정신 나간 나르시시즘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인 원작소설에 어떻게 접근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특히 최악의 캐릭터는 조니 뎁이 연기한 모자장수다. 미친 듯한 에너지의 분출만 있을 뿐 재미라고는 전혀 없다.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2005)--1968년에 나온 프랭클린 J 샤프너의 고전 걸작 SF를 리메이크한 망작(亡作). 오리지널에 비해 돈은 엄청나게 많이 쏟아 부었음에도 원작의 향취와 품격을 전혀 살리지 못한 채 컴퓨터 그래픽만 남발했다.

⑮프랑켄위니(Frankenweenie, 2012)--84년도에 만든 자신의 단편을 장편화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고전 호러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인간형 괴물 대신 개로 치환한 호러 코미디지만 장편화한 것이 안하느니만 못했던 고전적 케이스다.

⑭배트맨 2(Batman Returns, 1991)--마이클 키튼을 배트맨으로 기용해 만든 두 번째 영화. 전체적으로 산만하고 지향점이 없다. 특히 펭귄(대니 드 비토)과 캣우먼(미셸 파이퍼)등 등장인물들 각자에 지나치게 치중하다보니 영화의 중심점이 사라져버렸다.

⑬빅 피쉬(Big Fish, 2003)--버튼으로서는 특이하게 눈물 자아내는 분위기를 지닌 영화. 고향 앨러배마로 병든 아버지(앨버트 피니)를 찾아간 아들(유안 맥그리거)에게 아버지가 들려주는 아버지의 인생 이야기를 다뤘다. 디킨스 시대적인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라고나 할까, 매혹적인 요소들은 분명히 있지만 영화 전체를 이루는 각각의 에피소드는 무겁고 지루하다.

⑫슬리피 할로우(Sleepy Hollow, 1999)--워싱턴 어빙의 고전 단편소설을 버튼 특유의 판타지로 만든 작품. 이 영화는 원래 1949년에 만들어진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이라는, 무섭지만 즐겁고 재미있는 디즈니 만화영화가 오리지널이다. 그러나 버튼은 이 이야기를 어둡고 종말적이며 옛 전설과 지금의 전설을 섞어 차용하고 비트는 식의 특유의 판타지로 바꿔놓았다. 특히 지면에서 피어오르는 안개의 남용은 영화를 마치 1960년대의 해머영화사제(製) 공포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⑪유령 신부(Corpse bride, 2005)--1993년 버튼이 제작만 한 ‘크리스마스 전야의 악몽’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을 다시 등장시킨 스톱 애니메이션. 유령이라기보다는 좀비에 가까운, 그래서 볼의 떨어져나간 살 사이로 뼈가 들여다보이는 신부에게 왜 멋진 젊은이가 끌렸는지 납득이 안된다.

⑩빅 아이즈(Big Eyes, 2015)--1950~60년대에 눈이 큰 아이들을 주로 그려 유명해진 키치화가 월터 킨(크리스토프 왈츠)의 전기영화. 그러나 영화는 그이 아내 마거릿(에이미 애덤스)에게 포커스를 맞췄다. 실제로 그림을 그린 것은 마거릿이었기 때문. 버튼은 이같은 사실을 페니미스트적 우화로 묘사해 앞으로도 이런 영화를 더 많이 만들라는 주문을 받았다.

⑨스위니 토드(Sweeny Todd: The Demon Barber of Fleet Street, 2007)--슬래셔무비를 뮤지컬에 접목한 이른바 ‘슬래셔 뮤지컬’이다. 이런 장르의 뮤지컬을 영화화하는데 팀 버튼보다 적합한 감독이 있을까. 그러나 영화는 흘륭하지만(good) 명작 또는 걸작(great)까지는 아니다.

⑧다크 섀도우(Dark Shadows, 2012)--1970년대에 깨어난 18세기 흡혈귀 이야기. 가장 저평가된 버튼의 반짝이는 소품 중 하나.

⑦화성침공(Mars Attacks, 1996)--우리말 제목은 거꾸로다. ‘화성 침공’이라면 지구나 다른 무엇이 화성을 침공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한 얘기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악의적인 조크이자 코미디다. 단순히 만화 같은 상상력의 즐거움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나름대로 진지하고 엄숙했던 두 시기의 시대적 강박관념에 대한 반발이다. 즉 1950년대에 불어온 외계인 또는 외부인 공포증(alien phobia)으로 인한 반외계인 풍조와 ‘인디펜던스 데이’ 등에서 보듯 최근 불어닥친 반외계인 국수주의(징고이즘)가 그것들로서 버튼의 이 영화는 이 두 풍조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랄 수 있다.

⑥배트맨(Batman, 1989)--마이클 키튼을 배트맨으로 내세운 첫 번째 영화. 단순히 정의의 주인공이던 만화 속 슈퍼영웅을 처음으로 어두운 면도 지닌 앤티 히어로로 심각하게 묘사한 고딕 스타일의 슈퍼히어로 영화다. 특히 버튼은 배트맨의 상대 악역 조커로 잭 니콜슨을 기용해 영화사상 최고의 악역을 창조해냈다는 평을 들었으며 마치 조커가 영화의 주인공인양 슈퍼히어로 영화를 슈퍼악당 영화로 ‘변질’시켰다.

⑤피위의 대모험(Pee Wee's Big Adventure, 1985)--버튼의 장편영화 데뷔작. 미국의 코미디언 폴 루벤스가 창조한 어린애 같은 캐릭터 피위 허먼을 내세운 코미디영화. 피위는 미국에서 유명하고 인기있는 캐릭터지만 국내에는 잘 알려져있지 않아서 그런지 이 영화도 국내에서 극장 상영되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크게 흥행에 성공하면서 버튼의 이름을 알렸다.

④찰리와 초콜릿 공장(Charlie and Chocolate Factory, 2005)--영국의 저명한 작가 로알드 달의 동화가 원작이다. 1971년 진 와일더 주연으로 영화화됐던 만큼 리메이크작이라고 해도 괜찮다. 나쁜 아이와 부모들에게는 흡혈귀 같은 모습으로 흡혈귀처럼 행동하지만 좋은 아이에게는 상냥한 빌리 웡카의 이야기. 이 영화는 거칠게 말해 사탕, 그리고 즐거움과 인간의 관계에 관한 달콤쌉싸름한 오마주로 그것들을 사랑하는 것과 사랑하지 않는 것이 똑같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③비틀쥬스(Beetlejuice, 1988)--버튼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자신의 무지하게 재미있고 겁나게 무서운 내면의 환상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쏟아낸 영화다. 일종의 고스트 스토리. 버튼에게 영혼이 사는 세계는 마치 핼로윈 데이의 도깨비집 같은 곳이지만 그러면서도 매우 현실적인 세계라고 할 수 있다.

②가위손(Edward Scissorhands,1990)--버튼이 페르소나이자 타아(alter ego)인 조니 뎁과 처음 만난 작품이다. 아울러 뎁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이후 버튼과 뎁은 8개의 작품에서 같이 했다. 손 대신 철제 가위가 달린 소년의 이야기인 이 우화는 한마디로 ‘펑크 동화(punk fairy tale)'라 할 수 있으며 센티멘털하고 달달하면서도 통렬하고 기억에 뚜렷이 남을 만한 작품이다.

①에드 우드(Ed Wood, 1994)--할리우드 사상 최악의 감독으로 꼽히는 에드워드 우드의 전기영화. 버튼은 에드 우드의 예를 빌어 영화 만들기에 대한 자신의 진솔한 술회를 영화에 담았다. 에드 우드는 메이저 영화사와는 전혀 무관하게 워낙 저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다보니 그야말로 영화같지도 않은, 형편없는 영화를 만들어내곤 했지만 그가 얼마나 순수하게 온 열정을 바쳐 영화를 만들었는지 버튼은 절절히 묘사한다. 이와 함께 완전히 몰락해서 모르핀 중독에 빠져버린 왕년의 드라큘라 스타배우 벨라 루고시(마틴 랜도)와의 우정과 협업을 아름다운 패자들(beutiful losers)이 서로를 알아보고 이해하는 모습으로 그려내 감명을 준다.

버튼 영화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상영됐다. 각자가 매긴 버튼의 작품 성적과 버라이어티지의 이 성적표가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김상온(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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