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살던 시절 김금환(41·가명)씨에게 촛불을 켜는 것은 ‘익숙한’ 행동이었다. 집에 전기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기에 해가 내려앉으면 늘 초에 불을 붙여야 했다. 탈북 후 3년 동안은 촛불을 켤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김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성도의 제안으로 지난달 19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켰다. “그날의 촛불은 저에게 익숙한 게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국민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소속감이 들더군요.”


현 시국을 바라보는 탈북민들의 심경은 복잡하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평화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생소하고도 놀랍다.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는 안도감이 드는 한편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다.

탈북민 출신 1호 목회자인 강철호(서울 새터교회) 목사는 “탈북한 지 20년 가까이 됐고 대통령을 직접 뽑는 선거도 3번이나 참여했기에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깊이 체득했다”며 “민주주의 안에서는 잘못이 있는 대통령에게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강 목사는 “단 탈북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들은 국가지도자를 규탄하는 것을 매우 낯설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낯설음’을 통해 북한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국가에 안착했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경우도 있다. 탈북민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이 상황이 대한민국의 도약을 위한 진통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서울의 촛불이 북한에 좋은 본보기가 되길 바라며 평양에서도 촛불이 켜지는 것을 소망한다”고 말했다.
20대 탈북민 A씨는 “시민들이 촛불시위를 통해 나라에 대한 관심과 나쁜 부분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 같다”면서 “이를 보며 민주주의를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오해를 받을까봐 경계하는 이들도 있었다. 40대 탈북민 B씨는 “종북세력이 촛불집회를 선동한다는 비판도 들었다”며 “목숨을 걸고 찾아온 자유의 땅에서마저 외면당할까봐 늘 노심초사하고 있기에 작은 적대감도 매우 크고 두렵게 다가온다. 남한 국민 누구에게도 미움받을 행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와 대면하기 전의 탈북민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하나원의 하나교회 황문규 목사는 “갓 탈북한 이들 중 상당수는 자신을 받아주고 먹고 마실 것, 머물 곳을 지원해주는 대한민국에 고마워하면서 구체적인 감사의 대상을 대통령으로 삼는다”며 “이 때문에 촛불집회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하나원 교육을 마치고 혼란스러운 현 시국에서 어찌 버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탈북민을 지도하고 있는 목회자들은 민주주의의 특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동시에 크리스천으로서 나라를 위한 기도와 행동을 주저하지 말 것을 권면하고 있다고 했다. 조요셉(서울 물댄동산교회) 목사는 “이 시국이 공의의 하나님을 바라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설교하고 있다”며 “예수님이라면 과연 불의에 용납하셨을까를 물어보고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을 균형 있게 바라봐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고 말한다. 임용석(의정부 한꿈교회) 목사는 “탈북민 성도들에게 촛불집회는 자신의 생각을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전달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설명한다”고 말했다. 허원희(서울 온누리교회) 목사는 “나라를 위해 기도해야 하고 정치권 안정을 위해, 한국교회가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야 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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