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4일 충남 홍성 자신의 관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홍성=최승욱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 정국에서 말을 아꼈다. 정치적 대응은 당에 일임했고, 개인 의견은 추미애 당대표나 우상호 원내대표에게 개별적으로 전했다. 좋은 당원, 충실한 지자체장이지만 국민이 대선 주자에게 기대하는 정치적 존재감에는 미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4일 오전 9시30분 충남 홍성 관저에서 그를 만났다. 원래 인터뷰 주제는 그의 저서 ‘콜라보네이션’이었다. 하지만 급변하는 정국 현안에 따라 주제 변경을 보좌진에 요청했고, 그는 흔쾌히 수용했다. 인터뷰에 앞서 “도지사 역할을 하다보니 언어의 선택에 제약이 좀 있었다”라며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기 대선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대선 시계가 빨라진 만큼 그도 하고 싶은말이 많았다. 그는 광장으로 돌아올 준비가 끝나 있었다.

 관저 서재 큼직한 책상 위에 있던 책과 보고서를 치우곤 “책상 정리를 해야 공부가 되죠. 자 하시죠” 했다. 근황을 묻자마자 꺼낸 이야기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문제다.

“어제도 AI현장 방문했습니다. 충북에도 엄청나게 나오고, 천안에도 한 두어군데 났어요. 다 오리농장이라서 일단 다행인데 산란계나 육계로 넘어오면 피해가 엄청 나게 커집니다.”
그리곤 방역 문제를 꺼냈다. “AI나 구제역은 농가 단위 방역이 가장 기본입니다. 길거리에 방역초소 만들어도 한계가 있어요.” 해외의 노하우도 소개했다. “클린(clean) 축사 하고 있는 나라들 보면 삼성 반도체 공장보다 더 심하게 방역을 합니다. 농장주는 농장이 전 재산이니까, 결국 그 방향으로 가야합니다.”

 공장처럼 ‘찍어내는’ 생명에 대한 고민도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이게 생명산업인데, 그걸 제조업식으로 하는게 맞느냐는 갈등은 듭니다. 그런데 아침마다 먹는 계란 후라이, 치맥(치킨+맥주) 등의 대규모 소비 생각하면 결국 현대화된 방역체계를 철저히 지킨 대량생산 시스템을 안 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전염병이 돌면 살처분을 하고, 농축산업계가 정부 보상을 받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살처분은 청정지역 지위를 유지하고, 확산방지를 위한 정책이죠. 그런데 각 축산업 농장을 잘 운영하시는 분들 말씀 들어보면 농장 책임제로 전환해야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정부가 모든 걸 다 보상해주고 책임지는 시스템은 불가능하다는 거죠. 사실 옆의 논에 농사가 잘 돼야 내 논에도 피해가 없는 거니까요.”

 안 지사는 리얼미터가 조사한 월간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8개월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4년 재선에 성공한 그가 지난 6년여간 도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다는 데에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하지만 그가 대한민국호를 이끌어갈 선장으로도 적합할까. 그동안 정치지도자 보다는 지자체장 역할에 국한됐던 그는 현 사태를 어떻게 평가할까.

박대통령, 용서받기엔 늦었다
- 3일 집회에 230만 명이나 모였습니다.
“지금 명백한 것 아닙니까. 대통령은 내려오라는 것입니다. 네.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실질적으로 국민으로부터 이미 탄핵 당했습니다. 국회에서의 어떤 법률적 절차만 남았어요. 국민이 너무 추상적인 느낌이라면 주권자로부터 이미 탄핵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주권자의 뜻에 따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잠시 기침을 하곤 말을 이었다. “흔히 정치를 많이 했던 정치인들이 볼 때는 ‘여론이 또 가라앉겠지 뭐. 여론은 또 뜨거워졌다가 차가워지고. 나 좋아하는 사람들이 돌아오겠지’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로 만에 하나, 천에 하나 그런 일이 있다고 칩시다. 그렇게 해서 자리보전해서 뭐하려는 겁니까. 주권자들이 이미 압도적 다수로 결정해줬으면 그걸 따르는 것이 정치와 대통령의 도리 아닙니까. 주권자와 국민들이 망각과 좌절과 무기력에 빠져서, 그래서 다시 오늘의 탄핵정국이 잊혀지길 바란다면 그 지도자가 진짜 나라를 위한 지도자입니까. 오로지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지도자죠.”

그리곤 지지율에만 기대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대통령을 포함한 의회 지도자들이 국민이 이미 내린 결론을 평상시 주식 시세표 보듯이 ‘언젠가 또 내려가면 올라가겠지’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후퇴입니다. 대한민국의 좌절이 됩니다. 이제 대통령을 얘기할 것도 없습니다. 박 대통령은 세 차례 담화를 보니 이 상황에 대한 공감능력도, 절실한 자기 반성도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정말로 실망스럽고 충격적인 일입니다.”

- 박 대통령이 내년 4월 퇴진을 선언할 것이란 전망도 있습니다. 탄핵을 당하기 보다는 시기를 정해 사퇴하는 방안입니다.
“지금 이미 탄핵과 퇴진을 교환해야 해야할 시기는 지나버렸습니다. 박 대통령은 이미 다 실기(失期) 했습니다.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는 데 왜 퇴진합니까? 1차 담화에 자기 잘못이라고 얘기하시는 듯 하더니 3차 때는 자기 잘못한 것 없다고. 순전히 주변관리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퇴진하겠다는 건데 그 정도의 정치적 언사로는 주권자들에게 용서받기 어렵습니다.”

이어 기업의 사례를 들었다. “당연히 대한민국 모든 권력이 국민에 있다고 선언했으면, 이정도면 이미 합의가 끝난 상황입니다. 회사로 치면 모든 주주와 오너가 결재도장을 찍어줬는데 왜 경영사장이 앉아서 그럽니까. 국민들이 답답해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탄핵과 퇴진을 맞바꾸기는 이미 늦어버린 상황입니다. 처음에 사퇴하라고 요청했을 때는 대통령 스스로 주권자 앞에 무릎 꿇고 사퇴하기를 바랐는데 그것을 거부했잖습니까. 잘못한 거 없으니 의회가 결정해라 하면, 의회가 결정해야죠.”

- 탄핵을 하려해도 의결정족수 문제가 있습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이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죠.
“야3당으로선 제일 곤혹스러운 일입니다. 국민의 뜻을 의회가 받아서 탄핵결정 들어가야되는데. 새누리당이 다른 생각을 갖고 있으니까요. 더군다나 새누리당은 일관되게, 이정현 대표 중심으로 ‘대통령이 잘못한 게 뭐 있냐’고 버티고 있습니다. 아마 국민들에게 심판받게 될 것입니다.”(새누리당 비박계는 인터뷰 후인 4일 오후 여·야 협상이 불발되면 박 대통령의 퇴진 선언과 관계없이 9일 탄핵 표결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1987년 6월과 지금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87년에 저는 감옥에 있었습니다. 허허. 학생운동 지도부로 열심히 준비하다 3월에 구속됐었죠. 그 대단원의 민심의 광장을 저는 서대문구치소에서 봤습니다. 그때의 시대적 분위기를, 광장의 분위기로 비교하긴 어렵습니다. 굉장히 유감스럽죠.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주권자들이 광장에 나와서 직접 국가의 역사적 방향을 결정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똑같습니다. 민주주의 시대가 아닌 왕조 시대에도 민심이 천심이라고 했습니다. 6.10 항쟁 때는 군사정권을 상대로 대통령 직선제를 관철시켜 냈고요. 이번엔 콘크리트 지지층에 쌓여있는 박근혜정부를 중단시키자고 결정한 것입니다. ‘우리가 뽑았으니 우리가 결정한다. 이제 더 이상 이 정부는 대한민국을 운영하거나 대표할 자격이 없다. 내려와라.’ 이것이죠.”

 대통령만 겨냥한 개헌 논의, 이렇게 고쳐봐야 문제있을 것
- 이 문제를 대통령 개인의 문제로 볼 것이냐, 아니면 이 참에 좀 더 선출된 권력이 권력구조에 개입할 수 있도록 개헌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논의가 있습니다. 개헌을 언젠가 해야한다는 점에는 동의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개헌 논의를 어떻게 봅니까.
“저 또한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얘기해왔지만 지금은 아닌 거 같습니다. 지금의 문제는 새누리당 정권과 박근혜 정부의 부도덕과 무능을 심판하는 것이죠. 이 문제는 헌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4대강 사업 안한다고 했다가 끊임없이 팀 운영해 밀어붙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지금 박근혜정부의 그야말로 무능함과 부도덕함을 왜 헌법의 실패로 얘기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집권여당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파내는 ‘유승민 사태’가 헌법의 문제겠습니까. 정당과 의회가 자기 스스로의 권위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데 무슨 헌법을 찾아서 권위가 찾아집니까.”

그는 단순히 대통령만을 비난하진 않았다. 의회가 제 자리를 찾아야 할 것도 주문했다. “현재도 의회가 법안을 저렇게 설렁설렁 만들면 안 됩니다. 기초생활보장법은 미국법을 보면, 물론 행정부와 논쟁이 있지만, 300페이지씩 됩니다. 시행규칙과 과정, 재정계획까지 법률에 다 집어넣기 때문이에요. 예산수립권이 행정부에 있고, 심의권이 의회에 있기 때문에 월권이라고 행정부와 헌법적 쟁투가 생길 순 있지만 의회는 그렇게 시도를 해봐야합니다. 지금은 자꾸 성적 안 오른다고 자습서 바꾸는 학생 같아요. 현재의 헌법 구조에 저도 좀 더 개선해야할 부분이 있다는데 동의합니다만, 지금 모든 논의를 개헌으로 몰고 가는 것은 정말 잘못입니다. 이것을 청와대, 대통령 권력에다 모든 문제를 두고 개헌을 하려 하면 그 헌법도 문제가 될겁니다. 개헌은 조금 다른 차원에서 논의해야 합니다.”

다음 이야기는 다소 놀랍다. ‘친박, 친노’를 거론하며 정당정치를 비판했다. “탄핵 국면이 끝나면 대한민국이 어떠한 헌정구조를 가져야 잘 돌아갈까, 반성적 검토에서 개헌문제를 얘기해야 합니다. 반성의 주체는 대통령뿐 아니라 의회도 있어요. 의회가 입법수준을 높이고, 집권여당은 청와대 거수기 안하겠다는 다짐을 해야하죠. 대통령 한명 만들어놓고 무조건 여당은 대통령 편만 들어야하는 것은 헌법 정신이 아니라 잘못된 패거리 의회문화와, 정당문화입니다. 그래서 대통령 한명 생기면 친박·친이·친노다 하면서 내부에 편 갈라서 싸우기나 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가 잘못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라고 하면 새누리당이 법안을 만들어야지, 그걸 기재부장관이나 산자부장관이나 청와대에 맡겨놓으면 되겠습니까.”

대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 대선 시기가 최소 6개월 이상 당겨질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요.
“일단 경선과정에서 현 단체장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도민들께서 잘 도전해서 대선 후보 되어보라는 열망도, 당신을 도지사 뽑았으니 도정 살림도 잘 하라는 명령도 주셨습니다. 도지사 지위가 도정의 막힌 흐름을 뚫고 길을 내는 것이어서 경선 참여라는 정무적 활동이 도정에 마이너스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도의회에는 ‘경선 일정 탓에 도지사 수행하기가 어려워지면 상의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 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르고 있습니다(2일 기준 34%·한국갤럽).
“새누리당이 떨어진 겁니다. 우리는 잘 나올 때 30% 초반, 못하면 20% 초반입니다. 새누리당은 많이 떨어져도 20% 후반인데 이번에 10%대까지 떨어졌어요. 민주당은 같은 수준 유지하고 있는 겁니다. ”

- 안 지사 지지율은 정체상태입니다.
“아직 대선 국면이 열리지도 않았습니다. 상장되지도 않은 회사 주식가치를 묻는 거에요. 지금은 평가할 근거가 없습니다.

- 상장되면 상한가 칠 자신있습니까.
“제가 갖고 있는 정치적 철학이나 소신, 역사인식을 가지고 2017년 대한민국을 위해 꼭 필요한 리더십을 만들어 도전하겠습니다.”

시대 교체, 그래서 어떻게?
 그의 이러한 발언들은 대선 어젠다로 내놓은 ‘시대 교체’와 맞물려 있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리더십을 내세웠지만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드러낸 적은 드물다. 개념적 차원으로 받아들였던 이야기들을 그는 다소 구체화했다.

“지도자는 역사에 필요한 도구입니다. 암반공사 할 거면 돌 깨는데 필요한 연장 찾아야 할 것이고, 밭갈이 하려면 밭갈이에 필요한 연장을 찾아야 해요. 한국이 어떤 위기에 처했는지 봐야 합니다. 가장 핵심은 분단입니다. 분단 상태를 70년째 놔두면서 북핵 방어체계를 만들려 하니 미·중 G2간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겁니다. 이것보다 더 큰 문제가 어딨습니까. 지도자가 그거 하라는 것 아닙니까. 국가 지도력이라고 하는 것은 국가의 큰 역사적 위기 극복하라고 뽑는 것 이죠. 자꾸 선거를 보건복지부 장관, 법무부 장관 뽑듯이 하면 안됩니다.”
 
 왜 분단일까. 외교안보의 한 축이자, 통일문제로 비춰지는 이 문제를 그는 대한민국 중차대한 과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지정학적 리스크는 혹독한 외교 시험대를 부른 것은 물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의 대외경쟁력까지 좌지우지 하고 있다. 
 “명백하게 분단과 G2 체계 내에서 국제적 위기 앞에 한국이 처해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에 개항기때 우리가 식민지가 된 것이고, 해방정국에서 분단이 된 것입니다. 이 국가적 위기 앞에 우리의 시대적 과제를 놓고 국민들의 의견을 모아낼 수 있는 리더십을 만들어야 합니다. 가장 높은 수준에서 얘기해서 동의구할 수 있으면 가장 좋은 리더십이 만들어질 것이고, 단계를 하나씩 내려갈 때마다 ‘자잘한’ 대통령이 될 것입니다. 기초연금 20만원, 복지정책 복지국가 그 얘기하면 그 정도의 대통령 역할을 하게되는 겁니다. 복지국가 하려면 국가 재정이 확충돼야하고, 그러려면 경제성장을 해야합니다. 경제가 성장하려면 분단과 G2 체제를 정비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어떻게 경제 성장을 주도합니까.”

일본을 기점으로 한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대해선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돼선 안된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잘못이라기 보단 한국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일 축에 껴서 중국 봉쇄전략의 일환으로 전락해서는 우리는 미래에도 분단된 대한민국으로 남아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걸 가지고는 절대 중동이든 동남아든 유럽이든 주권국가로서의 자기의 적극적 경제 전략을 풀 수 없습니다.
 중국 봉쇄전략에 참여하면 중국 시장이 봉쇄당합니다. 그렇다고 한·미·일 동맹을 버리고 중국 편에 붙는다는 것도 생각할 수 없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선 아주 정말 패션쇼 외에는 한 게 없어요. 실제로 국익을 지키려면 미국 워싱턴의 아시아전략담당자들과 외교전문가들에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설득력 있는 대안을 계속 제시해야 합니다. ‘당신들이 미일동맹 추구해서 1905년 가쓰라-테프트 조약을 재현해서는 미국의 이익도, 당신의 우방인 대한민국의 이익도 지켜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당신들의 아시아재균형전략에 대해 반대한다’고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대안은? “대안은 다른 방식에 있습니다. 대안은 미·일 동맹을 가지고 아시아를 진입하지 말고, 한·미동맹을 통해서 두 개의 한국 전략을 펼쳐 아시아에 들어오라고 해야합니다. 1905년 일본을 기점으로 아시아에 들어온 전략은 이제 안된다고 해야하는 거죠. 일본은 아시아에서 신뢰와 지도력을 상실했다는 점을 알리고, 한국의 균형노선을 통해서 미·중국간 상충하는 이익에 대비해야 합니다. 이에 걸맞는 국제전략을 펴야 21세기 지도자이지, 20세기 방식의 동서 블록전을 해서는 한 국가의 좋은 지도력을 만들 수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어떻게.
- 이 리더십을 제도권에서 구현할 방식이 있습니까.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당신 말은 절대로 믿지 못하겠다고 하면 지도자가 안되는 겁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 6명의 대통령이 모두 겪었던 과제입니다. 정파와 정당의 대표자로 대통령이 될 수는 있었지만 한 국가의 리더십은 형성하지 못했던 것이 지난 6번 대통령의 분명한 한계 아니었습니까. 제가 말한 통합의 리더십은 갑자기 여야를 혁신해 내 중심으로 새로운 당을 열겠다는 것도 아니고. 무슨 현명한 군주님 앞에 모든 정파가 무너지는 그런 지도력을 만들겠다는 것도 아닙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능력과 도덕성에서 의심받지 않는 공정한 리더십을 형성해야 합니다. ‘저 사람은 무조건 민주당 편일거야’ ‘좌파 편일거야’ 이런 걸론 안됩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국가와 역사에 대한 리더십은 존중 받을 수 있는 겁니다.”

- 지난 6년간 도정에서 자신의 신념을 가장 잘 투영한 일이 있습니까.
“농업 보조금 2개를 털어서 농업 직불금으로 돌렸습니다. 600억원 규모에요. 기존엔 경지 면적당 지원금을 줬는데 지금은 농가에 균등배분 했습니다. 대신 생태개선 등 마을 개선활동에 참여해야만 합니다. 이 합의를 이루는데 정확히 5년 걸렸어요.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9개 농민단체와 다 합의했습니다. ‘저 사람이 표 얻으려고 저러지 않는다’는 정치지도자로서의 도지사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현재 우리는 정치인 압박해서 한 ‘됫박’(되), 한 숟가락 더 얻어올 게임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얻어온 들, 주니까 쓰긴 하지만 나랏일 걱정이라는 생각은 국민들 똑같이 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선거와 정치문화의 현실이에요. 대중의 이기심이기도 하고, 정당·정치인이 선동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시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농민도 도회지에 자식이 있는 법입니다. 합의를 통해서 우리의 합리적 이성을 믿고 나라 걱정하는 마음을 모아야 해요. 저 촛불 광장에 영남이고 호남이고가 어디있습니까. 저는 지금까지 늘 도민으로서 생각해보려 했습니다. 15개 시군끼리 싸우는 것만 필요하다면 시장·군수만 있으면 돼요. 도민으로서 생각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법입니다.”

- 민주주의는 속도가 느립니다. 지금 말한 구상을 집권 5년간 이룰 수 있겠습니까.
“대통령 5년 가지고는 나라 못 바꿉니다. 그래서 중요한 정책은 정당에 의해서 유지돼야 해요. 삼성, 현대 같은 정당의 브랜드 신뢰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대통령 중심으로 정당이 떴다 지니까 5년짜리 후보의 5년짜리 단기전략을 갖고 있는 5년짜리 나라가 되는 겁니다. 이것은 헌법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너무 갈팡질팡해서 걱정입니다. 보수의 가치를 얘기하지만 선거 땐 복지를 주장하다가 끝나면 바로 말 바꿔 기업편만 듭니다. 그건 철학이 아니라 사기에요.”

대통령은 ‘쓰리쿠션’ 당구를 쳐야한다
 공식 인터뷰가 끝난 뒤 환담을 했다. 그는 “대선 경선이 시작되면 제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의 역할은 당구에 빗댔다. “대통령은 어려운 ‘쓰리쿠션’ 당구만 치고, ‘알 당구’는 장관들이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은 국가적인 리더십을 갖고 일해야 하고, 나머지는 내각이 의회와 협의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과거 대선을 휩쓴 ‘깜짝 스타’들이 수없이 피고졌다. 그는 “정당인으로서 책임감은 제가 얘기하는 게 맞을 거다. 정치판 들어와 ‘떴다’하는 유행인들 많이 봤다. 하지만 정당정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정당은 우리 헌법에서 기본권보다 더 먼저 나오는 헌법규정이다. 정당이 부실하면 절대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떴다방’ 사기 제품 기업들만 왔다 간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치는 한 사람의 인격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어떠한 정치도 인격에 의지할 순 없다. 인격이 고매하다 해도 다 똑같다”라며 “우리가 승복해야 할 건 규칙과 과정, 결과에 대한 승복이지 한사람의 인격에 승복할 건 없다. 그게 민주주의자의 신념”이라고 말했다. 법과 원칙을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욱 원칙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 정부에서 법이 악용되는 걸 목도하고 있다. 안 지사는 “법치는 반드시 좋은 리더십과 만나야 한다. 법은 약자의 이익보단 강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쉽기 때문”이라며 “내버려둬도 법은 강한 사람 쪽으로 가게 된다. ‘법대로 해’ 하면 소송할 돈이 있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그는 도민이 아닌 국민으로서 생각하는 자리에 서게 될 것이다. 군민, 시민, 도민이 아닌 국민으로서 그가 생각해야 하는 과제는 6년 도정과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 될 게 분명하다.

인터뷰 시작 전, 그는 부인 민주원 여사가 3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석했다가 외박을 했다며 직접 깎은 사과를 내왔다.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가 깎은 국가는 어떤 모습일까.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더 보기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