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당 총재 허경영. 두 번의 대선과 한 번의 총선, 두 번의 지방선거에 출마했지만 한 번도 당선한 적은 없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집권한 2007년 제17대 대선에 출마해 “공중부양을 할 수 있다” “축지법을 구사할 수 있다” “IQ가 430이다” “탱크를 몰고 청와대로 진격하겠다”며 엉뚱한 말만 잔뜩 늘어놓고 낙선했다. 그래도 9만6756표로 0.4%의 지지를 얻었다.

 실언 하나에 지지율이 요동치는 선거판에서 당락에 신경을 쓰지 않는 직설화법, 가수로 데뷔하고 게임 광고에 출연하는 기행의 정치 행보,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대중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진짜로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과감한 공약은 허경영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표심은 얻지 못했지만 민심은 얻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인터넷 대통령’이다.

 통찰력은 빼놓을 수 없다. 왠지 ‘소 뒷걸음질 치다 밟은 개구리’ 같지만, 종종 적중하는 정치권 판세 예측은 그 ‘비범한 능력’을 뒷받침한다. 벌써 6주를 넘긴 지금의 촛불정국 역시 허경영은 4년 전부터 내다보고 있었다. 제18대 대선을 이틀 앞둔 2012년 12월 17일 인터넷매체 위키트리의 소셜방송에서 촛불정국과 대통령 탄핵 수순을 예상한 허경영의 발언이 5일 재조명을 받고 있다.

 허경영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기호 6번 강지원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 출연한 이 방송에서 오래 전부터 논의됐던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안과 관련해 “대통령에 당선할 사람(결과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그것(개헌으로 단축돼 남은 임기)을 양보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5년짜리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개헌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지금 들으면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말들은 그 다음부터 쏟아졌다. 위키트리 유튜브 영상의 32분50초 부분부터다.

 “(대통령 집권) 3년차부터 레임덕이 생기면서 (차기) 대선에 들어갈 것이다. 이런 형국이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혼란한 민생, 국회에서는 다른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니까 공약한 것은 하나도 안 지켜지고, 국민들은 들고 일어나고, 촛불집회가 일어나고, (대통령은) 빨리 물러나려 하고, 그것을 개헌정국으로 (포장)해서 덮으려 하고, 이런 형국이 전개될 수 있다.”



본 기사는 원문에 영상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영상이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링크(유튜브)에서 확인하세요. 기사 관련 발언은 32분50초 부분부터 나옵니다.

 결과적으로 적중했다. 박 대통령의 공약 불이행, 국정혼란과 촛불민심, 탄핵 수순, 그리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고 ‘질서 있는 퇴진’만 고수한 박 대통령의 입장을 순차적으로 나열한 것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박 대통령의 퇴진과 처벌,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는 지난 10월 29일부터 매주 토요일마다 열리고 있다. 벌써 6회를 넘겼다. 지난 3일 촛불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으로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 170만명, 전국적으로 232만명의 시민이 참여했다.

 누군가가 꺼질 것이라던 촛불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과 실망감으로 갈수록 커지고 있다. 허경영의 발언이 뒤늦게 재조명을 받은 이유 역시 같은 맥락에서 찾을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또 적중한 허경영의 예언’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의 갈무리가 떠돌고 있다. 영상 촬영 시점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한 뒤로 잘못 전해졌지만, 많은 네티즌들이 주목을 끌었다.

 네티즌들은 “이럴 줄 알았으면 허경영을 찍었어야 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정치권에 머물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종합해 내놓은 예상일 수도 있다. 어쨌든 대단한 사람이다” “미국에서 막말을 일삼은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하는 마당에 허경영을 뽑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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