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1. 28년 前 그날처럼… 民을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




28년 전,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씨가 강원도 인제군 백담사 경내를 서성이는 장면이었다.

 손주를 업고 포대기로 감싼 이씨의 모습은 초췌하기 짝이 없었다. 국민일보가 1988년 11월 26일 촬영한 사진이었다. 당시 사진기자는 혹한과 폭설을 뚫고 백담사 부근으로 올라가 잠복근무 끝에 사진 촬영에 성공했다.

 국민일보는 ‘民을 거스르면 民이 버린다’는 호외를 만들어 서울시내에 뿌렸다. 국민의 반향은 실로 엄청났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의 무상함과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엄중함을 새삼 일깨워준 특종이었다. 기자가 국민일보에 입사한 지 두 달여 만에 목격했던 사건이다.

이로부터 정확히 28년 뒤인 2016년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5차 집회가 서울 등 전국에서 열렸다. 사상 최대 규모인 190만명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서울 집회 참가자들은 ‘1분 소등 운동’을 벌였다. 순간 주변이 암흑으로 변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국정이 마비된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했다.

 참가자들은 “어둠이 빛을 이길 수 없다”고 크게 외쳤다. 다시 촛불을 켜고 청와대로 향했다. 나라를 다시 세우겠다는 국민의 염원과 결연한 의지를 담은 행렬이었다. 도도히 흐르는 역사의 물줄기를 연상시켰다.

 지난 4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자리를 뜨는 박 대통령의 뒷모습이 국민에게 등을 돌리는 듯하다. 국민 심판을 받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그의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 민의를 외면하는 박 대통령은 이제라도 국민의 퇴진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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