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가 되고 말았다. 전날에 이어 7일 속개된 국회 청문회에 최순실은 '공항장애'를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최순실을 포함해 증인으로 채택된 27명 가운데 무려 14명이 '유치원 학부모 면담' 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국민의 부름을 외면했다.
 
국정조사특위는 최순실 등 11명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으나 이들 가운데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증인은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위한 국정조사'가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을 조사하지 못해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외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위한 국정조사'로 전락할 위기에 빠졌다. 

동행명령장을 받고 국회 청문회에 지각 출석한 장시호씨가 7일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동행명령은 국회 국정조사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출석시키기 위해 1988년 도입된 제도다. 문제는 불출석 증인이 동행명령에 불응해도 이들의 출석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다. 동행명령은 법원이 발부한 영장과 달리 신체의 자유를 구속할 수 없다. 
 
 다만 처벌이 강화될 수는 있다.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은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진다. 

 지금까지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아 징역형을 받은 사람은 없다. 기껏해야 벌금형이다. 수백억대 자산가로 알려진 최순실에겐 1000만원도 안되는 벌금은 그야말로 '껌값'에 불과하다. 국정조사특위는 최순실 일가가 청문회에 출석할 때까지 청문회를 계속 여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으나 법의 허점 뒤에 숨은 이들이 청문회에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정조사특위에 강제조사권이 없는 것도 청문회가 '먹을 것 없는 소문난 잔치'로 흐르는 주요한 원인의 하나다. 검찰은 신체구속과 압수 수색, 계좌추적 등으로 증인을 옥죄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할 수단을 갖고 있으나 국정조사특위는 고작 자료 제출을 요청하거나 제보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결정적 한방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조다.

 사정이 이러니 증인들이 '모르는 일' '기억이 안난다'는 등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거짓말을 해도 의원들이 호통만 칠 줄 알지 제대로 반박을 못하는 것이다. 야권을 중심으로 증인이 국정조사에 불출석하거나 거짓 답변을 할 경우 벌금 위주의 경고성 처벌보다 일정기간 구금이 가능하도록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처벌을 아무리 강화해도 지금 같은 시스템이 유지되는 한 국회 청문회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흥우 선임기자 hw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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