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5. 3野, ‘의원직 총사퇴’ 배수진…실행은 말아야

야 3당은 8일 ‘의원직 총사퇴’라는 배수진을 치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촛불 민심에 이어 여론조사에서도 탄핵 찬성 의견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오자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두고 ‘탄핵 열차’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8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비상 의원총회에 참석해 우상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우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하고 그것을 지도부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며 "탄핵소추안 부결 시 전원 의원직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이 부결될 경우 소속 의원 121명의 총사퇴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 전원이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작성해 지도부에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역사의 큰 분기점에서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는 결의를 다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우리는 4·19혁명, 5월 광주항쟁, 6월 항쟁에 버금가는 역사의 한 시대를 지나고 있다”며 “국민과 역사의 중대한 책무만 생각하고 걸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의원총회를 열고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용호 국민의당 원내대변인은 “비례대표 의원을 포함한 일괄 사퇴서를 작성한 뒤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국민의당은 형사소송 당사자로 당원권이 정지된 박선숙 박준영 김수민 의원은 본인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정의당도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면 의원직을 총사퇴한다는 입장이다.

야 3당의 의원직 총사퇴 카드는 야당 의원들을 결속시키기 위해 ‘탄핵 대오’를 점검하면서 전의(戰意)를 불태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모든 것을 걸고 싸우자”는 우상호 원내대표의 결의에 찬 발언에서 이런 전략을 읽을 수 있다. 또 ‘탄핵 찬반’을 저울질하고 있는 새누리당 의원들의 동참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하면 어떤 경우에도 야 3당은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실제로 사용하면 안 된다. 탄핵소추안을 가결시키기 위한 ‘내부 결속용’이나 ‘여당에 대한 압박용’으로만 활용해야 한다. 만에 하나 탄핵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의원직 사직서’를 원내대표 서랍 속에서 꺼내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제3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야 3당이 의원직을 사퇴할 경우 가장 좋아할 정치세력은 누구일까. 탄핵에 반대하는 박 대통령과 측근들, 그리고 친박 의원들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헌법재판소 결정을 지켜볼 것임을 분명히 했다. 박 대통령의 몰락과 동시에 폐족(廢族) 위기에 처할 친박 의원들도 탄핵소추안 부결을 갈망하고 있다. 어쩌면 박 대통령과 친박 의원들은 야 3당의 의원직 사퇴를 반길지도 모른다.

국민은 4·13총선에서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었다. 야권에 엄청난 힘을 실어준 것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현 정권의 부패와 무능이 속속 드러나자 국민은 촛불 집회 현장으로 모여들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제5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청와대 방향으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뉴시스

 집회를 거듭하면서 촛불 민심의 무게중심은 박 대통령의 ‘퇴진·하야’에서 ‘탄핵’과 ‘구속’으로 급격히 기울었다. 전국으로 들불같이 번진 촛불 집회 현장에서 ‘야 3당 의원직 사퇴’는 거론되지도 않았다. 4·13총선 민의도, 촛불 민심도 현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에 맞춰져 있음을 야 3당은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

 국내외 상황은 어렵고, 내년에는 더욱 암울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절벽, 성장절벽, 고용절벽, 경기침체, 빈부격차는 한층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남한의 정국 불안을 틈타 북한이 언제 도발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보호무역을 강화하려는 미국의 새 정부 출범, 중국의 반한(反韓)정책과 압력 증가, 유럽의 경제위기 등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시기에 국회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하다. 당리당략에 치우치지 말고 오직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위기 돌파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청와대와 행정부의 기능이 점점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야 3당과 비박계는 위기로 치닫고 있는 대한민국을 본궤도에 올려놓아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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