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교회 어때요?’ 평신도가 설교하는 부산 연산침례교회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이면에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있다. 절대화한 권력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정치의 기본원리마저 무력화시켰다.

종교개혁 당시의 교회권력도 이에 못지않았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1483~1546)는 중세교회의 타락이 성직주의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교회의 머리는 예수(엡 1:22~23)뿐이다. 직분은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교회를 세우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루터는 사제를 우상시하는 성직주의에 반대하며 ‘만인사제론’을 주창했다. 모든 신자가 사제와 똑같이 하나님 앞에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성직자들의 권위와 기능을 무시하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된다. 핵심은 평신도의 권한과 책임을 강조하는 데 있다.

한국교회도 제자운동 등을 통해 평신도들을 사역의 주체로 세워왔다. 소통과 섬김의 수평적 리더십으로 아름다운 신앙 공동체를 꿈꾸는 곳도 많다. 하지만 한국교회 일부에는 아직 불통의 리더십, 제왕적 권위주의가 남아있다. 이런 교회에서는 성도들이 수동적인 사역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 종교개혁을 촉발한 중세교회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종교개혁은 과거의 일회성 사건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는 한국교회는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만인사제론의 현대적 실천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현장들을 소개한다.

평신도도 설교하는 부산 연산침례교회

연산성서침례교회 유봉호 목사와 성도들.

7일 수요저녁예배가 열리고 있는 부산 연제구 연산성서침례교회. 오정문(64) 집사가 머쓱한 표정으로 강단에 섰다. “반갑습니다. 성도님들 오래간만입니다.” 성도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오 집사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이고, 목사님이 오늘 설교를 시키셨는데요. 어쨌든 순종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는데 목사님이랑 전도사님이 어디 안 가시고 설교를 듣는다고 하셔서 더욱 떨립니다.”

설교 본문은 갈라디아서 5장 16~21절이었다. 내용은 한 해 마무리를 앞두고 육신의 욕심이 아닌 성령의 열매를 맺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아이고. 물 좀 한 잔 마시겠습니다.” “호호.” 여 성도들의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오 집사의 설교가 무르익었다.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말이 있죠. 죄는 성장합니다. 우리는 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해야 하고 경계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집사가 강단에서 설교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40분의 설교가 마무리될 때는 원로목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비게이토선교회 훈련을 받았다는 오 집사는 “여태까지 10번 넘게 설교했는데 설교 한 번 하려면 1주일 넘게 기도를 하면서 준비해야 한다”면서 웃었다.

성도의 설교를 듣고 있는 연산성서침례교회 유봉호 목사

성서침례교회는 목회자와 성도 간 ‘벽’이 없다.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에 있으며, 성경적 원칙에 따라 수평적 관계를 강조한다. 다만 8명의 안수집사가 운영위원회에 모여 교회운영을 책임진다. 순번대로 새벽기도회와 수요예배를 인도한다. 주일예배 때 유 목사는 설교와 축도만 한다. 나머지는 모두 성도들이 담당한다. 그렇다보니 장로도 권사도 없다. 그 흔한 임직식도 없다.

“교회에선 모두 형제, 자매로 불러요. 나이 많으신 분들은 ‘어머니’로 부르고요. 어머니가 딸을 대해주시듯 항상 안아주시고 먼저 다가와 주시죠. 교회가 가족적인 분위기예요.” 연산성서침례교회를 47년간 출석했다는 박정원(51·여)씨가 밝게 웃었다.

옆에 있던 주형영(45·여)씨도 거들었다. “지난해말 40~60대 여 성도 12명만 펜션을 하나 빌려 하루 종일 수다를 떨며 놀이도 하고 스파게티도 해먹었어요.” 주씨는 원래 성서침례교회 출신이지만 잠시 장로교회로 갔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는 “성도 간 깊은 교제의 기쁨을 누리다가 결혼을 하면서 장로교회로 갔는데 격식 등을 중요시하고 경직된 부분이 많더라”면서 “목사님이나 장로님을 만나 상담을 하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게 무척 어려웠다”고 회고했다.

그녀는 17년 전 남편을 설득해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 가장 큰 변화는 신앙에 회의적이던 남편의 변화였다. 주씨는 “남편이 처음엔 ‘십일조를 왜 내냐’면서 부정적으로 보고 사역자에 대한 불신감이 컸다”면서 “지금은 앞장서 십일조 생활을 하고 목회자에 대해서도 강한 신뢰와 존중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은 고령의 여성도를 ‘모친님’ ‘모매(母妹)님’으로 부른다. 남성은 ‘부형님’ ‘부친님’으로 부른다. 서로에 대한 호칭만큼 성도간의 정은 끈끈하다.

교회 개척멤버인 서상조(65)씨는 “성도 수가 100명 미만이지만 47년간 교회가 분리개척시킨 교회만 3개이고 원로목사님을 캄보디아 선교사로 파송했다”면서 “교단 소속 미자립교회 목회자를 섬기고 목회자 자녀들을 위한 수련회를 개최하는 등 그동안 성서침례교단의 모판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서씨는 “격식에 매이지 않고 주님을 자연스럽게 섬기는 모습이 성도들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자랑은 복음적인 교회, 말씀이 삶에 바탕이 되는 신앙생활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산성서침례교회가 ‘작은 교회’이면서도 전국 200여개 교회가 소속된 성서침례교단을 섬길 수 있었던 것은 강한 유대감에서 나온 철저한 헌금생활 덕분이다. 교회는 3배 이상 규모가 큰 교회와 예산이 비슷하다. 십일조 생활을 하는 성도가 전체 교인의 90%다.

유봉호(52) 담임목사는 “성도들이 돌아가면서 강단에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번도 설교시간에 교리적으로 이탈한 적이 없다”면서 “성도들이 설교를 준비하면서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지 깨닫게 되고 목회자의 권위를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고 말했다. 성서침례교회는 자유주의 신학사상을 비판하며 1950년 미국 남침례교에서 분리돼 나왔다.

유 목사는 “교단 분위기도 비슷하다. 개별교회의 특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속칭 목회자들의 ‘정치’가 없다보니 친교분위기가 강하다”면서 “총회를 열면 명칭도 친교회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유 목사는 “전국 친교회 회장은 돈을 내고 전국교회를 섬기는 자리이다 보니 서로 안하려고 한다”고 웃었다. 그는 “리더십의 개념이 옛날과 달리 많이 변했다. 그러나 변치 않는 최고 권위는 하나님의 말씀”이라면서 “모든 교회가 강단을 개방할 순 없겠지만 평신도를 사역자로 세우고 싶어하는 목회자라면 권유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예수를 더 닮아가는 성도, 덜 종교적인 교회.’ 유 목사 명함 뒤에 적힌 문구가 서울로 향하는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강주화 기자,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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