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가결로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대내외 악재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과 해외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를 조기에 안정시키지 못하면 파국을 맞을 수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11일 오후 군의 안보태세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를 찾아 이순진 합참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경제와 안보를 강조한 것은 적절한 국정 운용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살얼음 위를 걷는 듯한 현재 상황이 경제 위기로 돌변할 수 있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불확실성은 ‘경제사령탑’이 불분명한 점이다. 이 지적에 대해서는 경제 원로들도 동의한다. 물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2일 박 대통령으로부터 교체 통보를 받았다. 후임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내정됐다. 그런데도 한 달이 넘도록 유 부총리와 임 위원장이 ‘불편한 동거’를 지속하고 있다.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관리들이 누구를 따라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유 부총리와 임 위원장의 동거를 방치하는 것은 경제 불확실성을 키울 뿐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와 정부는 경제 컨트롤타워를 누구로 할 건지 조기에 매듭지어야 한다. 유 부총리와 임 내정자가 탐탁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새롭게 구성될 ‘여·야·정협의체’에서 새 후보를 논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가장 유능한 인사를 경제부총리로 세우되 어떤 경우에도 시간을 끌면 안 된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불안 심리를 잠재우는 데 핵심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경제부총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대의 저성장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LG경제연구원(2.2%), 한국경제연구원(2.2%), 노무라증권(1.5%)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2.4%로 전망했다.

 조선·철강·해운 등 주요 업종과 부실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가계부채가 1300조원에 달할 뿐 아니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부채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소득 증가세가 둔화되면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경제 전문가들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미국이 올 12월에 이어 내년에도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잇따라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 신흥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경기 경착륙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면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려는 한국에 이런저런 무역보복 카드를 꺼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제 금융시장과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1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경제부총리를 최우선적으로 다음 주에 정하자고 주장하고 싶다"며 경제부총리 공백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자고 제안했다. 뉴시스

국회와 정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경제부총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치와 경제는 투 트랙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실권을 갖게 될 경제부총리를 정점으로 한 경제팀은 이달 발표할 내년 경제정책방향에 시장을 살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아야 한다. 경제의 추락 속도를 최대한 줄이면서 반전의 계기까지 만들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재정 투입 확대, 소비 진작책, 금리 인상 대책, 구조조정 혁신안, 해외시장 다변화 정책을 포함해 비상플랜을 가동해야 한다.

 '내년 중반쯤 정치 지형이 바뀌지 않을까'라고 예상하면서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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