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8. 우병우, '청문회 출석 발언' 진정성 의심스럽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회 청문회에 출석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6일 밤 9시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에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모습. 팔짱을 끼고 있는 우 전 수석과 다소곳이 서 있는 수사관들의 모습이 대조적이다. 조선일보 제공

우 전 수석이 오는 19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로 했다고 연합뉴스가 13일 보도했다. 우 전 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 지난 7일 2차 청문회에 나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의 거듭된 요구를 존중해 국회 청문회에 참석해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의 그간 언행과 이날 발언을 분석해 보면 그가 ‘청문회에 출석할 건지’ ‘출석하면 진실을 밝힐 건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우 전 수석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문회 출석 의사를 밝혔을 뿐이다. 그는 이날 오후 5시 현재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청문회 출석 의사를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 출석 의지가 확고하다면 국정조사특위에 먼저 알리는 것이 순서다.

김경진 국민의당 국정조사특위 간사는 “(우 전 수석이) 개인적으로 아는 기자에게 한 얘기이지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간사는 “우 전 수석의 말에 진정성이 있으려면 청문회 출석요구서를 받을 수 있는 위치부터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 제5조는 출석요구일 7일 전에 증인 출석요구서를 송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우 전 수석이 19일 청문회에 출석하려면 12일까지 출석요구서를 송달받아야 했다.

 국정조사특위에 통보하지 않고 특정 언론에만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진정성에 의심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검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률을 잘 알고 있을 우 전 수석이 국회증언감정법의 내용을 모를 리 없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6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자신을 향해 가족회사 ‘정강’의 공금 유용 의혹을 질문하는 여기자를 1~2초 동안 응시하고 있다. 사진=TV조선

우 전 수석의 발언 가운데 “청와대 민정수석은 그동안 공개석상에서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을 지키느라”는 대목도 설득력이 약하다.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월 30일 경질했기 때문에 ‘전 민정수석’이 정확한 표현이다.

우 전 수석이 아주 중요하고 미묘한 시기에 ‘민정수석’과 ‘전 민정수석’을 혼동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는 치밀한 계산을 하고 ‘민정수석’이란 단어를 채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업무와 관련한 발언을 하지 않은 관행과 원칙’이란 표현도 지금 상황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우 전 수석이 국정농단을 막지 못하고 방조·비호한 혐의까지 받고 있는 마당에 무슨 ‘관행과 원칙을 지키겠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 출석해 성실히 답변할지는 그때 가서 봐야 한다. 우 전 수석이 지난 7월 기자회견에서 “검찰에서 부르면 ‘모른다’ ‘아니다’는 말밖에 할 게 없다”고 말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7일 오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의 서울 강남구 자택 앞에서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관계자들이 우 전 수석의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국정조사 출석거부 규탄 및 체포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국정농단의 한 축으로 떠오른 우 전 수석이 청문회에서 자신의 실책을 순순히 인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다만 그가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장에 나올 경우 ‘팔짱’을 낀 장면을 재연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6일 검찰에 출두했을 때 그는 마치 상전인 것처럼 팔짱을 끼고 수사관들은 다소곳이 서 있는 사진이 공개돼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국민 밉상’이 ‘황제 수사’를 받고 있느냐는 질타가 쏟아진 것이다. 우 전 수석이 아무리 안하무인이라고 해도 온 국민이 지켜보는 청문회 현장에서 ‘몹쓸 짓’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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