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인영이는 약을 많이 먹는다. 매일 자기 전 2시간의 공복을 유지한 뒤 먹는 항암제 푸리네톤이 있고, 이틀에 한번은 세균감염예방액 셉트린을 먹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번은 mtx라는 항암제를, 한달 중 일주일은 매일 하루 3번씩 스테로이드제를 복용해야 한다.
아내는 가루약을 물에 탈 때마다 가루 한 톨이라도 떨어질까 봐 조심조심하고, 약을 다 먹인 뒤에는 물을 조금 넣어 헹궈 먹일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다.
인영이는 1년 가까이 약을 먹어서인지 넙죽넙죽 잘 받아먹는다. 푸리네톤을 먹을 때는 “푸푸푸리네톤~”이라 노래를 하고, 셉트린은 써서 그런지 “엄마 셉트린 먹는 날이야?”라고 꼭 물어보곤 한다.
1년 365일 독한 약을 달고 살아야 하는 백혈병 아이들은 성장 장애를 겪기도 한다. 인영이는 약도 잘먹고 부쩍부쩍 자라주니 감사할 따름이다.

밤 11시, 낮잠도 안잔 인영이가 코를 골고 잠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모든 부모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부부도 그렇게 졸리고 피곤하다가고 아이가 잠들면 눈이 말똥말똥해지곤 한다.
“오빠, 그런데 오늘 무슨 요일이지?”
“화요일이지, 왜?”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고 나서 우리 둘 다는 “미쳤나봐”라는 말과 함께 후다닥 일어났다.
화요일은 일주일에 한번 복용해야하는 mtx를 먹는 날이었는데 깜박 잊은 것이다. 깨워도 정신을 못 차리는 인영이를 안고 약을 억지로 먹였다. 눈도 못 뜬 채 약을 받아먹다 기침을 하는 인영이를 다시 재우고, 이제 갓 수습 지난 1년차 기자가 잰 체 하며 거들먹거린 듯한 한심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겨울, 무균병동에서 인영이를 안고 한발자국만 나갔으면 좋겠다며 내리는 눈을 쳐다보던 때를 잊고 이렇게 정신줄을 놓고 있었다니...
인영이는 최근 집 근처 마트 문화센터 다니는 재미에 빠져있다. 거기서 받은 슈퍼맨 복장을 하고 한 컷.

며칠 전부터 인영이 저금통을 만들어 약을 잘 먹고 나면 인영이에게 동전 몇 개를 쥐어줬다. 십원짜리든 오백원짜리든 인영이는 동전 몇 개에 환하게 웃으며 저금통에 정성스레 동전을 집어넣는다. 앞으로 2년 간 인영이가 저금통에 동전을 넣을 횟수를 대략 세어보니 1000번은 훌쩍 넘을 것 같다. 그렇게 꽉 채워진 저금통은 고이 간직했다가 인영이 시집갈 때 갖고 가라해야겠다. 약 안 먹겠다고 떼쓰는 손녀에게 네 엄마는 이렇게 많은 동전 수만큼 약을 잘 먹는 착한 아이였다고, 엄마를 본받으라고 다독여줘야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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