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10. 지뢰밭과 다름없는 '화약밭'을 걸은 장병들

이 땅의 어머니치고 입대한 아들을 두고 마음 편히 생활하는 이가 있을까. 자녀를 위해서라면 어떤 고초도 마다하지 않는 강인한 어머니지만 군에 간 아들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사람이 어머니일 것이다.

육군 53사단 헌병대장 정영호 중령이 14일 육군 제7765부대 폭발사고의 폭발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머리를 짧게 깎은 아들이 ‘입소식’을 마치고 강당으로 사라질 때 어머니들은 한결같이 눈물을 쏟는다. 점점 멀어지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고 흐느끼는 이들도 적잖다.

훈련소에서 집으로 보낸 아들의 사복과 운동화, 소지품을 보자마자 어머니의 눈가에는 눈물이 방울방울 맺힌다. 7남매, 8남매를 양육하던 시절에도 그랬겠지만 아들, 딸 하나만 낳아 금쪽같이 기르는 요즘 어머니는 더욱 그런 것 같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3~4인 핵가족으로 단출하게 지내다가 한 명이 빠져나간 자리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육군훈련소 연병장에 앉아 있는 훈련병들. 국민일보DB

아들의 편지가 배달되면 세상에서 가장 귀한 편지를 받은 듯 읽고, 또 읽기를 반복한다. 훈련소 생활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은 아들에게 첫 면회를 갈 때만큼 들뜬 어머니 모습을 보는 것은 흔치 않다.

군부대 사고, 사병 자살, 신참 구타, 탈영 등 사회적 물의를 빚은 기사가 인터넷에 뜨면 소속 부대와 이름부터 확인한다. 아들과 관련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까지 기사에 몰입하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다. 어머니는 기도하거나 기도하는 심정으로 아들이 무사히 제대하기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13일 오전 11시47분쯤 울산시 북구 군부대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2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찰이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3일 울산시 북구 신현동 육군 제7765부대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이 부대 소속 장병의 어머니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을 것이다. 군 당국이 14일 발표한 중간조사 결과를 보면 어처구니없는 차원을 넘어 솟구치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다.

군에 따르면 이 부대는 올해 훈련용 폭음통 1842개를 지급받고 200여개만 사용했다. 남은 폭음통을 상부에 보고하고 이듬해로 이월해야 하는데도 모두 사용한 것처럼 허위보고서를 작성한 뒤 폭음통을 해체했다. 이 과정에서 탄약관(중사)은 작전과장(소령)과 대대장에게 보고했고, 대대장은 “위험할 수 있으니 비 오는 날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대대장이 불법 처리를 승인한 셈이다.

탄약관은 지난 1일 병사들과 함께 폭음통에서 꺼낸 화약 5㎏을 사고 현장 콘크리트 바닥에 뿌렸다. 이날 이후 비가 내리지 않아 화약은 거의 그대로 방치된 상태였다. 군 관계자는 “작업을 마치고 이동하던 병사들이 들고 있는 삽이 바닥에 닿으면서 나온 불티가 바닥에 흩어져 있던 화약에 인화되면서 폭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고로 장병 2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몇몇 언론에서는 이번 사고를 안전불감증이 빚은 인재(人災)라고 표현했다. 2007년과 2012년에도 폭음탄 처리 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한 것을 감안하면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군부대 폭발사고로 중경상을 입은 장병이 13일 치료를 받기 위해 울산대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필자는 인재라는 표현에 별로 동의하고 싶지 않다. 이번 사고는 ‘정전기와 맞닿으면 폭발할 수 있는 화약을 장병들이 다니는 길에 버려서 발생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조건만 맞으면 터지는 일종의 시한폭탄을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장병들이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화약밭’을 다녔다는 이야기가 된다. 전쟁 와중에 다친 것도 아니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군사훈련 중에 다친 것도 아니다. 평소 이용하던 길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런 날벼락도 없다.

이 정도면 인재가 아니라 '범죄행위'에 가깝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들, 특히 이번 사고의 피해 장병 어머니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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