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성 “절망했던 3분, 다시 보인 건 하나님의 기적”

‘의리의 파이터’ 김보성(50·본명 허석)은 자책했다. 소아암 아이들을 돕기 위해 격투기에 도전한 그는 교만해서 패배했다고 반성했다. 성경책을 읽지 않고 옥타곤 링에 오른 걸 후회했다. 경기 도중 맞아 오른쪽 눈이 안 보였던 순간에는 지옥에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본부에서 15일 만난 김보성은 “하나님이 저를 담금질하는 것 같았다”면서 “교만하지 말고 남을 위해 더 치열하게 살라는 가르침을 주신 것”이라고 말했다.

성경 놓지 않은 권아솔, 그렇지 못한 김보성

김보성은 지난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샤오미 로드FC 035’ 대회에 출전해 일본의 콘도 테츠오 선수와 맞붙었다. 지난해 6월 소아암 아이들을 돕겠다며 로드FC 출전을 밝힌 지 1년 6개월만이었다. 로드FC와의 계약서 1조에는 ‘국가적·국민적 나눔 문화를 의리로 전파하여 따뜻한 대한민국을 도모하려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고 썼다. 김보성은 그동안 소아암 아이들을 돕는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섰다. 지난 9월에는 소아암 아이들을 위한 가발 제작을 돕는다며 아내와 함께 머리카락도 기부했다.


시작은 좋았다. 10년간 유도를 수련한 상대 선수가 팔을 꺾어도 버텼다. 

“왼팔이 110도 이상 돌아갔어요. 팔이 부러지거나 피부가 찢어져도 정신력으로 이길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제게 삼손 같은 힘을 주셨으니까요.”

하지만 오른쪽 눈을 맞은 뒤 앞이 안 보이는 순간, 절망했다. “절벽에서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3분 정도 눈앞이 새카맸는데 그 지옥 같은 시간이 3000시간이나 되는 것 같았어요.” 다행히 앞이 다시 보였지만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김보성은 하나님을 더 찾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로드FC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30)은 경기직전까지 성경책을 품었지만 자신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아솔은 경기 전 대기실에서 몇 시간 동안 성경책을 읽더라고요. 존경스러웠어요. 저도 성경책을 읽을까 고민했지만 긴장해서 그러지 못했어요. 기도만 잠시 했죠. 그런데 권아솔은 승리했고 저는 패했습니다. 그 차이라고 봐요. 성경책을 품었느냐 아니냐.”


자칫 어릴 때 다쳐 보이지 않는 왼쪽 눈에 이어 오른쪽 눈마저 잃을 수 있었지만 최악의 사태는 피했다. 그래도 눈 주위 뼈가 골절돼 수술은 받아야 한다. 김보성은 “하나님이 교만한 제게 벌과 기적을 함께 보여 주시며 담금질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성이 소아암 아이들에게 전하는 기부금 액수는 승패와 상관이 없다. 대전료와 입장권 수익 등은 동일하다. 그래도 죄송하다고 했다. 소아암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하기 위해선 꼭 승리했어야 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승리의 기쁨과 희망을 아이들에게 전하지 못한 게 후회스럽습니다. 그래도 저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소아암 아이들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사람들, 힘들고 아픈 사람들을 돌아보게 됐다면 다행입니다. 그게 진짜 의리니까요.”

“하나님과의 의리가 최고 정의”

김보성은 하나님이 가장 정의로운 존재로 우리 곁에 살아 계시며, 절망에 빠질 때마다 생명을 불어넣어 주신다고 믿는다.

“전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거든요. 보지 못한 건 믿지 않았어요. 코뼈가 내려 앉아 몇 년 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하나님, 숨 한 번만 제대로 쉬게 해주십시오. 아무 욕심 없이 살겠습니다. 남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라고 기도했더니 가슴 속으로 따뜻한 무언가가 들어오더군요. 그리곤 숨을 편히 쉴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믿게 됐습니다.”

김보성은 자신을 스타로 만든 ‘의리 열풍’ 또한 하나님이 주신 기회라고 생각한다.

“제가 웃긴 사람이 되면 어떻습니까. 제가 외치는 ‘의리’가 좀 희화화되면 어떻습니까. 더 많은 사람들이 남을 위해 생각하게 됐으니 전 행복합니다. 제가 그런 존재라니,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기적 아닐까요.”

김보성은 2009년부터 월드비전을 통해 미얀마 아동을 후원해왔다. 2014년에는 성인이 된 후원 아동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현지를 방문했다. 그해 5월부터 월드비전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고 네팔지진 피해 성금으로 1000만원을 기부했다. 지금도 아프리카 말라위에 사는 여자아이를 후원하고 있다.

김보성은 한때 사이비 이단 집단이 운영하는 사회단체 홍보대사를 맡았다가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는 “남을 돕는 행사인 줄로만 알고 나갔는데 이단이었다”면서 “실수를 했을 뿐, 그런 쪽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대치동 축복교회 성도다.

그에게 평소 즐겨 부르는 찬송가가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거침없이 ‘나 언제까지나’를 불렀다. 노랫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영상은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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