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구겐하임미술관에 설치된 금변기 / 사진=뉴시스

단언컨대 문명사회에서 변기는 스마트폰보다 중요합니다. 사람은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습니다. 그저 불편할 뿐이죠. 하지만 배변활동을 거부하고 살 수는 없습니다. 식욕이나 수면욕처럼 모두에게 있는 원초적 욕구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배변욕구를 해소하는 과정이 유별나다는 점에 있습니다.

 식사나 수면과 다르게 배변하는 모습만큼은 타인에게 보이고 싶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샌드위치를 먹을 수 있고, 사무실이나 교실의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청할 수도 있지만, 뱃속에서 신호를 받았다고 아무 곳에서나 하의를 벗고 ‘큰일’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적어도 문명사회에선 그렇습니다.

 대통령이라고 별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문명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즉 문명인인 이상 배변활동을 위해서는 개인적인 공간과 도구가 필요합니다. 화장실과 변기는 대통령에게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변기는 중요한 수준을 넘어 특별한 도구인 것 같습니다. 박 대통령의 방문지마다 변기를 뜯어내고 새 것으로 교체했다는 주장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그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인천시장 재직 시절 경험담이었습니다. 이후부터 영국 버킹엄궁 인근 5성급 호텔, 해군 제2함대 인천해역방어사령부에서 같은 상황을 경험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공군으로 복무했던 예비역이 경험한 박 대통령의 화장실 일화가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실 김성회 보좌관의 페이스북을 타고 전해졌습니다.

 김 보좌관은 16일 페이스북에 “해군에 이어 공군 화장실 썰”이라며 공군 제8전투비행단 운항관제대에서 복무했던 예비역의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김 보좌관은 박 대통령의 변기 교체와 관련한 제보를 페이스북으로 수집하고 있습니다. 하루 전에는 해군 예비역의 2013년 제2함대 인천해역방어사령부 사령관 집무실 일화를 전했죠. 해군은 “2000년 6월 21일 이후 해당 화장실을 수리한 적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공군 예비역 제보자의 주장은 상세했습니다. 날짜와 상황을 다소 구체적으로 서술했습니다. 그는 “운항실은 비행단의 얼굴과 같은 곳이다. 귀빈은 좋든 싫든 운항실을 거치고, 각 비행단은 모두 운항실을 통해 귀빈실을 운영한다”며 “8비(제8전투비행단) 운항실은 건축한 지 20년을 넘겨 다소 낡은 건물을 사용했지만 귀빈실만큼은 지속적으로 관리해 깨끗한 편이었다. 무엇보다 FA-50 실전 운용부대여서 다른 국가 국방부장관이나 장군 등 많은 귀빈들이 방문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2014년 10월 30일 강원도 원주 제8전투비행단에서 열린 FA-50 전력화 행사에서 출격 행진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8전투비행단은 강원도 원주공항을 사용하는 부대입니다. 제보자는 2014년 10월 30일 FA-50 전력화 행사에서 벌어진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우리 기술로 만든 첫 번째 국산 전투기 FA-50이 영공방위의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실전에 배치된 역사적인 날”이라고 의미를 부여한 행사입니다. 박 대통령은 당시 버튼을 눌러 2기의 FA-50 출진을 지시했고, 가상의 적기를 격추하고 비행을 마친 조종사는 박 대통령에게 임무 완수를 보고했습니다.

 정말 큰 행사였죠. 제보자는 “국회의원 수십명에 각 군 참모총장 이하 장성들 수십명, 미7공군 부사령관, 록히트마틴 부사장 등이 참석한 어마어마한 규모의 행사였다”고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박 대통령의 화장실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그는 “20명 남짓한 운항실 요원들이 준비하기 어려운 행사였다. 그런데 갑자기 어느 소속인지 모를 ‘높으신 분’이 우리 귀빈실을 둘러보고 화장실 변기를 교체하라고 했다. 이용횟수가 많지 않은 귀빈실 화장실은 바닥에 떨어진 밥알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해 귀빈을 맞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변기를 뜯어 고치라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귀빈실 화장실을 리모델링하고 행사를 치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대통령까지 참석한 대규모 행사를 준비하면서 분주했을 장병들이 별도의 힘과 시간을 할애해 귀빈실 화장실을 리모델링했지만 정작 박 대통령은 그곳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제보자는 “대통령은 귀빈실 화장실은커녕 운항실 건물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처음부터 귀빈실이 아닌 운항실 앞 주기장에서 펼쳐진 행사였다”고 토로했습니다.

 제보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제8전투비행단으로 전화했습니다. 현역으로 복무 중인 일반 사병들은 당시의 상황을 몰랐습니다. 병장 이하 일반 사병들은 지난해 입대한 장병들입니다. 하지만 FA-50의 첫 출진과 같은 중요한 행사를 기억하는 장교는 부대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8전투비행단 관계자는 “장병용 화장실은 행사를 3주 앞두고 보수했지만 귀빈용 화장실은 2012년 7월 보수가 마지막이었다”고 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방문 시점에서 귀빈용 화장실을 리모델링하지 않았다는 해명입니다. 그렇다면 제보는 허위입니다. 적어도 대통령을 위한 화장실 리모델링이 부대 내부 기록으로 남는다면 말이죠. 이 관계자는 “당시부터 부대에 있었던 장교들은 ‘박 대통령의 방문 이전과 이후 귀빈용 화장실이 같은 모습’이라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소변은 사람의 건강상태를 나타냅니다. 대통령의 건강상태는 함부로 국외에 유출해선 안 될 일급 국가기밀이죠. 어느 나라든 정상의 외국 순방에서 새 변기를 설치하는 경우는 있습니다. 하지만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건을 계기로 박 대통령의 기행이 하나둘 씩 드러나면서 변기 일화와 같은 유별난 위생관념 역시 뒷말의 소재가 되고 있습니다.

 “변기공주” “변기의 창조경제” “변기로 부활한 새마을운동” “금수저도 울고 갈 금변기”라는 네티즌들의 냉소 어린 반응은 국가 최고 권력자에게 망신을 주고 싶은 악의나 그저 막연한 조롱이 아닙니다. 민생과 서민경제를 강조했지만 전혀 서민처럼 보이지 않는 박 대통령의 기이한 행보에 대한 괴리와 의문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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