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1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 압수수색과 관련해 한 발 더 나갔습니다. 어제는 ‘필요하다면 압수수색’이라고 표현했으나 오늘은 ‘일정 부분 압수수색 필요’라고 밝혔습니다. ‘가능성’에서 ‘필요성’으로 바뀐 것입니다. 청와대가 이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법리 검토도 계속 중이라고 합니다. 청와대가 ‘범죄의 소굴’인데 그런 곳을 압수수색하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되겠습니까. 특검 출범 17일째(12월 16일 금요일)의 이야기입니다.

# 정례브리핑=특검보인 이규철 대변인은 오전 10시 브리핑을 했습니다. 먼저 4가지 사안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①헌법재판소의 수사기록 제출 요청=“어제 오후 5시쯤 공식 접수된 헌재의 수사기록 제출 요청에 관하여 현재 법리 검토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검찰과 협의한 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처리할 예정입니다.”
②대통령 대면조사=“독립하여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특검 원칙에 따라 필요하면 대통령 대면조사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습니다.”
③청와대 압수수색=“청와대 압수수색 가능 여부에 관하여 논란이 있는 바 관련 법리를 현재 검토하고 있습니다.”
④특검 고발 사건=“특검에 고발된 사건은 특검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 및 관련 법리에 따라 처리할 예정입니다.”

16일 특검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 뉴시스

# 압색 논란 웬 말?=각종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꼭 필요합니다. 청와대 관저, 집무실, 경호실, 의무실 등이 그 대상입니다. 특검팀이 법리 검토를 심도 있게 하는 이유는 전례가 없는 데다 청와대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거부 논리를 깨고 들어갈 비책(秘策)을 마련하기 위해서죠.

이규철 대변인은 브리핑 일문일답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수사기록을 검토해본 결과, 청와대 내의 일정 부분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됐으나 집행이 불가능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거부한 사유에 대해서 (압수수색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다시 한번 법리를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중입니다.”

대통령 경호실 현장조사가 무산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의 김성태 위원장과 의원들이 16일 오후 청와대 부속 건물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왜 법리 검토를 하는지 검찰 압수수색 당시를 돌아볼까요.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지난 10월 29일 청와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수사팀을 급파했습니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을 들이밀었습니다. 하지만 청와대는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죠. 경내 진입에 실패한 수사팀은 다음날 다시 압수수색에 나섰습니다. 그렇지만 집무 공간에는 또다시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회의장소인 청와대 연무관에서 자료를 임의 제출받았습니다. 청와대가 골라서 준 자료만 받아왔다는 의미죠. 압수수색의 실효성이 없었던 것입니다.

청와대는 거부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110조(군사상 비밀과 압수)를 내세웠습니다. 110조에는 ‘①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 ②전항의 책임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돼 있습니다. 즉 국가보안시설 및 군사상 비밀에 의한 특정경비지구로 지정돼 있는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경우 국가기밀 사항이 노출되기 때문에 거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특검팀은 이 논리를 깨야 되는 겁니다. 이규철 대변인도 “형사소송법 110조를 근거로 그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사실은 어려운 사안이다. 심각하게 고려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특검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개 사인(私人)인 최순실에게는 각종 국가기밀 문서를 갖다 바친 청와대가 국가기밀 노출을 이유로 압수수색을 거부한다는 게 말이 될까요. 결과적으로 비정상적인 청와대를 정상으로 만들려는 정당한 공권력 집행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위한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형소법 110조 ②항의 규정처럼 승낙을 거부할 수 없는 것 아닐까요.

이규철 대변인이 16일 브리핑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헌재의 기록 요청, 대법원장 사찰 의혹 등에 관한 입장은?=이 대변인은 일문일답에서 여러 사안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했습니다.

헌재의 수사기록 제출 요청에 대해 고심하는 이유를 묻자 “헌재에서 기록을 달라고 한다고 해서 법을 어겨가며 줄 수는 없다. 법에 따라 처리할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기록 자체를 특검과 검찰이 모두 갖고 있다. 검찰이 원본을, 저희는 사본을 갖고 있다. 두 기관이 갖고 있어서 어느 쪽에서 제출하는지, 헌재에서 근거로 제시한 법률 규정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특검팀이 주저하는 이유는 헌재에 수사기록이 제출될 경우 탄핵소추 사건의 당사자인 박근혜 대통령이 열람·복사해 그 기록을 확보할 수 있게 되고, 그렇게 되면 특검 수사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검찰과 협의해보겠답니다. 또 헌재가 요구한 자료가 정확히 무엇인지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료를 보낼지 여부와 보낸다면 어떤 자료를 보낼지를 가급적이면 다음 주 초에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16일 오전 굳은 표정으로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 전날 청와대의 대법원장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뉴시스

국회 청문회에서 나온 양승태 대법원장 사찰 의혹과 관련해선 “청문회에서 특검에 고발할지 여부도 제기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특검에 고발한다면 고발 이후 특검에서 처리할만한 사건인지를 검토해 처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고발이 없어도 특검법에 따라 인지 필요성이 있으면 당연히 인지해 수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청문회에서 드러난 각종 의혹에 대해서는 “(국회에 제출된) 증거자료가 필요하다면 다 받아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문회 관련 의사록 등을 제출받아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정윤회 문건’도 특검법상 수사대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되면 당연히 수사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별도로 수사를 인지해서 추가로 한다거나 하는 그런 방침은 정해진 게 없다고 합니다.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수사 부실 문제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당시 법무부 장관)과 김수남 검찰총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도 수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답변 드리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어 “특검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면 성역 없이 수사한다는 것이니까 누군지 상관없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조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은 특검에서 일단 수사 대상에 포함해 지켜보고 있다고 합니다. 청와대 경호실 역시 관련돼 있다면 당연히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선 구체적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법률 미꾸라지’인 두 사람 수사가 너무 까다로워서 그런가 봅니다.

박정태 선임기자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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