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소위 잘나가는 이들에 대해서만 이야기합니다. 대통령 국회의원 장관 검·경 연예인 스포츠 스타를 소개하는 기사는 많지만 평범한 이웃들의 삶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듭니다. 이들도 다 사연이 있고, 소중한 이야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상수동 사람들'은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영택씨.

새벽녘 상수동 거리엔 보물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오랫동안 자취를 한 이영택(37)씨는 새벽이 되면 거리를 돌아다니며 소파나 테이블, 의자 같은 것들을 집에 챙겨갔습니다.
 누군가에게 버려졌던 물건은 그렇게 다른 이의 손으로 전해져 보물이 됐습니다.

집에 중고물품이 쌓여갔습니다. 늦은 밤 집에 들어오면 오래된 물건들 사이에서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 시간이 가장 행복했답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마다 그의 손엔 항상 컵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중고물품 중 가장 애착이 갔던 것도 컵입니다.

이영택씨가 한때 가장 애착을 가졌던 중고 컵. 이영택씨 제공

잘 다니던 컨설팅 회사를 그만둡니다. 이때가 2010년 10월. 그리곤 홍대거리의 작은 가게에 작은 선반을 빌려 컵을 팔기 시작합니다. 한때 소중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가치를 잃어버리는 것들이 있습니다. 가치를 잃은 것들은 대게 버려지곤 하죠. 물건이든 사람이든 말입니다. 홍대거리에 있는 카페 ‘비하인드’에서 커피를 마시던 형택씨가 커피잔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새로운 물건을 사면 기존에 쓰던 물건은 버려지자나요. 손때 묻은 물건들도 다른 이의 손에서 의미 있게 사용될 수 있어요. 그래서 쓰던 물건을 돌려쓰는 소비를 확산시키고 싶었어요.”

10개월 만에 사업을 접습니다. 그리고 2013년 3월 1일, 선조들이 일본 식민통치에 항거하며 분연히 일어난 삼일절에 영택씨는 분연히 가게 문을 다시 엽니다. 가게 이름은 ‘오브젝트’. 우리말로 ‘사물’이란 의미입니다.
 원래는 일 사(事)자인데 생각 사(思)자로 바꿔 적었습니다. 생각에서 비롯된 물건.

 “유행은 일회성 소비, 생각 없는 충동구매를 불러일으키곤 하죠. 물건의 쓰임이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하고 소비하자는 의미에요. 소비는 우리의 삶을 바꾸기도 합니다.”

오브젝트 외관

여기엔 다른 사람들이 사용하던 물건이 잔뜩 진열돼 있습니다. 쇼핑백도 새 거가 아니라 손님들이 쓰던 걸 받아서 사용합니다. 그나저나 오래 쓴 물건들에 애착을 갖는 이유가 있나요?

“컵과 10년 정도 관계를 맺고 살면 이 컵은 저를 닮아가고, 저도 이 컵을 닮아갈 것이에요. 제 주변의 사물들이 저의 시간과 맞물려 서로 닮아가는 것이지요. 사물이란 이런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오브젝트 내부

이곳에선 물물교환도 이뤄집니다. 돈을 내고 사고파는 게 아닙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내고 다른 이의 사연이 담긴 물건을 가져갑니다.

 한 20대 여성은 야구 글러브를 내놓았습니다. 남자친구에게 선물로 받은 겁니다. 남자친구는 같이 캐치볼을 하자며 글러브를 줬지만 둘은 헤어졌습니다. 어차피 저는 야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여자는 이렇게 말한 뒤 상처가 담긴 기억 대신 다른 누군가의 추억을 들고 갔습니다.

 짧아진 몽당색연필 30여개를 들고 찾아 온 대학생도 있었습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썼던 겁니다. 색연필의 줄어든 길이만큼 그의 열정과 간절함이 담겨있을 터입니다.

 한 연예인 지망생은 춤 연습을 하며 신었던 때 묻은 컨버스 신발을 다른 물건과 바꿔갔습니다. 글러브, 몽당색연필, 컨버스 신발엔 새로운 이야기가 기록되고 있겠죠. 영택씨, 당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은 뭔가요?

“조명. 조명에서 나오는 노란 불빛이 좋아요. 형광등은 켜본 적이 거의 없어요. 예전엔 집에 들어와서 마시는 커피가 저를 위로해줬지만 이젠 조명의 노란 불빛 아래에서 위로를 얻어요.”

여러분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물건은 뭔가요?


*사진은 11월 13일 '이용상의 상수동 사람들'에 소개됐던 로프트84 김기풍씨가 촬영해 주셨습니다. 그 외 자료사진은 사진 밑에 출처를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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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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