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은 "경제를 공부하고 있다.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 연간 50조원 복지재원 구상도 드러냈다. 그는 시대의 '로빈 후드'일까 현란한 포퓰리스트일까. 지난 20일 성남시청에서 그의 구상을 들어봤다. 성남=이병주 기자


스스로를 변방의 벼룩이라 평가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여러모로 논쟁적 인물이다. 인권운동에 발을 딛고 서서 복지를 무기 삼아 제도 정치권에 균열을 내고 있다. 거침없는 표현에 등 돌리게 만들다가도 성남시정에서 만든 성과와 선명한 구상은 그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대부분 오래된 인물인 야권 대선주자 속에서 그는 김부겸 의원과 함께 뉴페이스다. 신선함은 강점이지만 그만큼의 혹독한 검증도 불가피하다. 페이스가 늦은 김 의원과 달리 그에 대한 검증은 이미 시작됐다. 검증 출발은 부동의 야권 선두주자, 문재인 전 대표 지지층으로부터다. 그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다.
 지난 20일 경기도 성남시청 청사에서 이 시장을 만나 1시간30분 동안 인터뷰를 진행했다. 국민일보 22일자 1·5면 지면기사(관련기사 참고)의 부록 성격으로, 그의 언어와 뉘앙스를 함께 실었다.

이재명이 보는 민주당 대선경선
- 최근 ‘이재명 우리 편’ 하던 문 전 대표 지지층과의 충돌이 있었는데.
“충돌이 아니라 내가 당한 것입니다. 조금 정확하게 얘기할까요. 문 전 대표 지지자 중 일부가 저를 페이스메이커로 생각했죠. ‘차차기 후보’ 얘기하다가 진짜 한 판 붙을 거 같으니까 제 자리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건 (그들이) 돌아선 게 아니에요.”

그는 막힘없이 말을 이었다.
“이번에 나를 페이스메이커로 개념정리를 했었죠. 페이스메이커라는 건 그들이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얘기죠. 외연을 확장한 다음에 문 전 대표가 후보하면 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애완견인줄 알고 키웠는데 ‘어? 호랑이네’ 하는 거죠. 그래서 갑자기 ‘이거 안되겠다, 물리겠다’ 할 수 있는 거에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 역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비난하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당하라’고 그냥 두고 있어요. 팩트에 기초해 반박하되, 모욕적 표현을 쓰거나 허위사실로 음해·비방하지 말라고 지지자들에게 부탁하고 있어요. 우리는 후보가 되는 게 목적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우리 팀이 이기기 위해 기여하는 것이고, 내가 후보가 되면 더 바랄 게 없겠죠. 하지만 안 된다 한들 내가 (정치를) 안 할 것은 아니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미 상당정도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친문(문재인)’ 지도부로 구성된 민주당에서 경선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MVP는 국민이 정합니다. 저는 팀원으로서 최선을 다하고 나의 성과, 나에 대한 기대가 국민 속에서 자라면 MVP를 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명확한 점이 있어요. 대중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국민 지지를 누가 많이 받느냐는 걸로 승부가 나지, 당사자끼리 싸워서 멱살잡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여전히 당사자끼리 멱살 잡아 해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건 정치를 이해하지 못하고, 변화된 정치환경을 이해하지 못한 겁니다.”

그리고 정치 엘리트주의를 비판했다.
“옛날에는 정치인끼리 지지고 볶고 싸워서 답을 만들면 대중은 어쩔 수 없이 하나를 선택했어요. 나라의 주인이 아니라 지배의 대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네트워크로 무장한 집단지성이에요. 5000만명 개별 국민이 아니라 1억개의 눈과 귀, 5000만개의 입을 가진 배우자보다 무서운 한 명의 유기체에요. 게다가 감수성도 뛰어나고 똑똑하기까지 하죠.
 미국 대선에서 버니 샌더스가 왜 졌겠어요. 정치 기득권자들, 집권 여당이 국민들을 지도해보려하다가 국민들의 주권의지에 패배하면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겁니다. 만약 공정한 경쟁이었다면 샌더스가 대선후보가 돼 대선에서도 민주당이 이겼을 겁니다. 기득권으로 국민의 열망을 막아서 진 겁니다.”

이 발언들은 자연스럽게 문 전 대표에 대한 입장을 연상시킨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래도 대선후보 경선 룰이다. 민주당이 집요하게 ‘친문 지도부’를 구성한 것도 2012년 경선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경선 후보는 후보 간 다툼을 통해서 정해지는 게 아니라 국민이 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과거에 있던 룰(대표적으로 국민경선, 결선 투표)을 당을 100% 장악한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오히려 조금 더 양보하지 않을까요?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해줘야 하고, 국민의 의지가 더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갈 거라고 봅니다.”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이 내려지면 두 달 안에 대선이 치러진다.
“4개월 뒤에 대선을 할 수도 있는 거죠. (원샷 경선 얘기가 나옵니다.) 아니 충분히 전국 순회경선 할 수 있어요. 압축적으로, 예를 들어 1주일에 월·수·금·일 4차례 할 수도 있죠. 대구·경북 묶고, 부산·경남·울산 묶어도 되고, 충남·대전 묶고, 광주·전남도 어차피 같으니까 그렇게 해도 되는 거죠. 결선 투표는 한번에 모여서 해도 됩니다. 대신 투표는 전국에서 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관장하면 됩니다.”

 만약 룰이 특정 세력에 의해 좌우된다면 이 시장은 어떤 생각을 할까. 솔직히 말하자면 탈당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내년 대선이 ‘5당 체제’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5당이란 민주당과 새누리당, 국민의당, ‘비박+반기문’, ‘비문+이재명’ 구도를 말한다. 이 중 ‘비박 신당’은 이미 현실화됐다.
“그런 것은 사실 매우 패배주의적인 생각입니다. 아니 그런 생각을 하면 끝이 날까요? 인생을 왜 비관적으로 살아요. 허허. 어디에든 다 길이 있습니다. 그런 일이 생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탈당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만들 자신이 있어요. 정당은요,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곳이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당은 이길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국회 탄핵 표결을 예로 들었다.
“사람들은 우연의 일치라고 얘기하는데, 여론조사 상 탄핵찬성이 78.2%, 국회 탄핵 가결표가 234표(78.0%)였어요. 이건 우연이 아니라 국민의 압력이 관철되는 과정입니다. 떼어 놓으면 다 별개의 사건 같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국민의 압박에 새누리당이 찬성한 것입니다. 위대하지 않아요?”

너무나 선명한, 그래서 공격받는 그의 정책
정치권 내 그의 위치도 논쟁적이지만, 실제로 더 논쟁적인 건 그의 정책이다.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두고 나오는 단골 비판이 ‘포퓰리즘(인기 영합주의)’이다. 그런데 그는 이날 인터뷰를 비롯해 최근 연간 50조원의 복지·지원 재원 마련방안을 공개했다.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440개 기업(0.07%)에 대한 법인세율 인상(30%), 과세표준 10억원 이상 초고액 소득자 6000명(0.02%)에 대한 소득세율 인상(50%), 그리고 국가 예산 7~10% 절감(내년 본예산 400조원 기준 30조~40조원)이다. 총액 연평균 50조원. 이 재원은 기초연금 인상(1인당 20만원→30만원), 아동수당·청년배당 도입, 기초생활보장 확대 등에 쓴다. 또 대기업에서 올려 받은 세금은 중소기업 지원으로 돌린다는 게 그의 구상이다. 이 구상의 뿌리에는 가계 소득을 올려야한다는 진단이 놓여있다.

- 미국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당장 가계 부채가 문제다.
“빚 내서 경기부양시킨 정부 정책에 일단 근본 문제가 있어요. 명백하게 예상된 결론인데 ‘언 발에 오줌누기’로 막아왔다가 동상 걸리기 직전이죠. 일단 정부가 대출규제는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근본 처방은 경제성장 분 중에서 가계 소득 몫을 늘리는 거에요. 이 중 핵심은 노동 소득이니까, 결국 노동자 임금 몫을 늘려야합니다. 이게 모든 문제의 핵심뿌리입니다.
공교롭게 가계부채가 1300조원이고, 기업 현금 사내유보금이 1100조~1200조원 정도 됩니다. 사실 상관관계가 있는 거죠. 노동소득 분배율이 떨어지면서 생긴 문제이기도 하죠. 이를 바꾸려면 경제정책 대전환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노동권을 강화해서 자본 측과 대등한 협상력을 갖게 해야 합니다.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게 아니라 미국 대공황을 극복할 때 그렇게 했어요. ①노동권 강화 ②복지정책 시행 ③기업의 실질적 경쟁력 강화(부당이득 취득 금지). 이렇게 해서 50년 호황의 경제적 토대를 만들었죠. 물론 저항은 엄청나게 심했어요. 하지만 우리 사회도 결국 불황의 근본 원인은 불공정과 불평등, 격차입니다.”

그러면서 가계소득을 늘리는 방안을 설명한다.
“가계부채를 줄일 방법이 별로 없어요. 만약 그걸 부동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면 부동산 대란이 벌어지죠. 경착륙입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성장시키고, 경제가 성장하면 상대적으로 가계부채 비율이 떨어집니다. 경제 전체의 포션이 커지니까요. (즉 先성장론이다.) 그러면서 가계소득 몫을 좀 늘려가야 합니다.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공평한 기회, 공정한 경쟁, 합리적 배분 세가지가 지금은 다 안되고 있거든요.”

연간 50조원 복지재원 마련 구상도 여기서 나온다.
“최소한 국민이 살긴 해야할 거 아닙니까. 종이 줍고 다니게 할 수는 없습니다. 1인당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주면 부부가 월 60~70만원을 받게 됩니다. 애도 키워야하니까 아동수당 도입하고, 또 청년배당 도입하고 기초생활 보장 늘리고, 이거 다 해도 20조원이 안됩니다. 그러면 사람들 삶이 나아지죠. 여기에 장기적으로 기본소득 도입해야합니다. 연간 50조원을 큰 부담없이 만들어 국민 몫을 늘리는 거죠. 풀이 자라야 토끼도 살고, 사자도 살고, 티라노사우르스도 사는데 지금은 소수의 티라노사우르스를 위해 초원을 망치고 있어요. 그래서 티라노사우르스마저 죽을 지경인 거죠.”

당연히 조세조항이 따를 것이다.
“비율로 보면 법인세 인상 기업은 440개(0.07%), 소득세 인상 대상은 전체 2700만명 과세대상자 중 6000여명(0.02%)입니다. 법인세 인상분으로 중소기업 지원할 거예요. 대기업 수출·기술기업 중심으로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데 실제 고용은 내수 중소기업에서 일어나거든요. 작고 강한기업을 키워야죠. 독일은 장비 중심 기업 지원이 아니고 숙련노동 중심의 기업 지원을 합니다. 그래서 근로자를 해고할 필요가 없어요. 그들을 해고하면 회사 재산이 날아가는 거거든요.”

그리고 한계소비 성향(추가 소득 중 저축되지 않고 소비되는 금액의 비율)을 꺼내든다.
“가난한 사람은 돈을 주면 거의 다 씁니다. 그런데 부자에게 주면 곳간으로 들어가요. 한계소비가 거의 제로입니다. 경제는 근본적으로 돈인데, 돈을 많이 쓰는 쪽에 돈을 주는 게 경제순환 효과가 큽니다. 가난한 사람에게 100만원을 주면 바로 쓰죠. 그러면 100만원어치 경제효과가 바로 생깁니다. 경제는 순환이라는 기본을 이해하면 소비성향 높은 곳에 집중지원해야 경기가 활성화됩니다. 전 저항이 높지 않을 거라고 봐요.”

이 시장의 발언을 전했을 때 당장 나온 얘기는 “그거 포퓰리즘 아니야?” 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에게 따로 물어보았다. 간단히 옮기지만, 전문은 아래 관련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 1억 달러 수출 기업이 5년 전 219개에서 올해 59개로 급감한 것도 기업의 해외 탈출 때문”이라며 “미친 구상이다. 포퓰리즘”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세무전문가들은 취지는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방향은 찬성하지만 소득 금액의 50%를 넘어갈 정도의 세금은 위헌 소지가 있다. 법인세율 30%도 무리”라고 했고,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 교수는 “부자에게 거둬서 나눠준다는 것은 정치논리”라고 비판했다.
예산을 담당하는 기획재정부는 예산 절감이야 가능하지만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을 10% 줄일 수는 있다. 문제는 복지 지출은 의무 지출이라 한번 고정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정작 써야 할 데에 못 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 시장은 기사가 나간 후인 22일 자신의 트위터에 국민일보 기사를 링크하고 “쉬운 길이면 누가 가지 않았을까요? 어려운 길이니 만들어가야지요”라며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 달라”고 했다. 그는 과연 시대의 ‘로빈 후드’가 될 수 있을까?

변방 ‘벼룩’의 미래
경제·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 인터뷰 막바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그의 지지율 상승 추이가 노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저는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거리에 있거나 노무현정부에서 역할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관계 중심으로는 ‘친노(친노무현)’가 아닙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그리던 이상, 반칙과 특권없는 세상, 사람사는 세상, 그 이상과 비전을 위해 노력하느냐는 측면에서는 철저한 친노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장점을 다 받아들이되 제 장점을 더해 제2의 노무현이 아닌 이재명이 돼야죠. 대개 정치는 한양 도성안의 대신들이 하죠. 품격 높고, 경륜 있고, 인품 좋고, 점잖은 고관대작들. 하지만 지금은 특수 상황이기 때문에 조금 거칠고 직선적이지만 용기 있고, 돌파력 있고, 상처와 손실을 감수하는 그런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그게 노무현의 일부입니다. 저 경제적 영역의 공부도 많이 합니다.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제도권과 변방을 넘나드는 그에게 걸리는 기대도 제도권과 변방을 넘나든다. 그가 역대 대선에서 ‘떴다 졌던’ 수많은 인물 중 한명이 될지, ‘제2의 노무현’이 될지 결정될 시기가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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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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