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13. 맹탕 청문회… 특검팀이 최후의 보루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정을 농단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공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26일 ‘구치소 청문회’를 끝으로 사실상 막을 내리게 된다. 국정조사특위가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최순실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등을 상대로 구치소를 찾아가 청문회를 열기로 한 것이다.

국정조사특위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구치소 대회의실에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최씨에 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또 남부구치소에 수감된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도 서울구치소 대회의실로 출석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장에 최씨,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이 출석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1997년 4월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에 대한 청문회가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이후 19년 만에 구치소 청문회를 앞두고 있다. 당시 법무부는 ‘한보 청문회’에 대한 TV 생중계를 이례적으로 허용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출석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왼쪽)이 22일 조여옥 대위가 답변하는 동안 머리를 숙이고 앉아 있다. 최종학 선임기자

이번 청문회의 성적표는 당초 예상대로 초라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물론 1~5차 청문회를 진행하면서 전혀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 강압에 따라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했다고 진술했고, 최씨가 장관 인선에 개입했다는 국정농단의 일부 사례도 확인했다.

 증언 조작을 지시하는 최씨의 육성이 공개됐고, 최씨를 모른다고 하던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만천하에 드러낸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기도 했다. ‘법 미꾸라지’로 불리는 김 전 실장을 자백하게 만든 것은 네티즌의 폭로 영상이었다. 청문회에서도 ‘촛불’의 힘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청와대 비서실장이 국내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을 며칠 동안 보지 못한 경우도 있고, 박 대통령이 있는 곳을 몰라 자전거를 타고 긴급 보고서를 두 군데로 돌렸다는 믿을 수 없는 ‘국정중단’ 실태도 공개됐다. 국정농단만큼이나 중차대한 국정중단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최순실씨 국정농단과 관련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공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김 전 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정농단 방조·묵인 혐의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국정조사특위 국회의원들은 사정·권력기관의 보고를 받고 있는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의 ‘모르쇠 전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이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참으로 무능하다고 짐작만 하면서 울분을 토할 뿐이었다.

가장 중요한 증인인 최씨를 비롯해 정호성·이재만·안봉근 등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은 청문회장 근처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핵심 증인들의 불참과 국정조사특위 국회의원들의 허술한 준비는 결과적으로 맹탕 청문회를 합작했다.

청와대 대외비 문건 유출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이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뉴시스

급기야 국정조사특위 위원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증인과 입을 맞추었다는 위증교사 의혹까지 불거졌다. 청문회가 열리기 훨씬 이전에 찍은 것이라고는 하지만 이 의원과 최씨의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가 술자리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결백을 주장하는 이 의원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진이었다.

국회는 청문회 백서를 내는 것과는 별개로 ‘핵심 증인 불출석과 위증 사례’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21일 증언 거부나 위증 등에 대한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것을 제안한 것은 바람직하다. 입법조사처가 함께 제안한 ‘수사·금융 관련 자료 열람 허용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특검보)이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김종 전 차관, 정호성 전 비서관 등에 관한 수사상황을 브리핑하다가 취재진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명하기 위한 세 갈래 루트 가운데 이젠 박영수 특별검사팀만 남았다. 검찰 수사는 끝났고, 국회 청문회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권력에 유달리 약한 검찰과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는 국회보다는 특검팀에 거는 국민의 기대는 점점 커지고 있다.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특검팀에 국민의 제보도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24일 최순실씨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에 이어 25일 박 대통령의 문고리 3인방 가운데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차관은 이날 재소환됐다. 박 대통령의 대면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위한 수사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 땅의 정의를 세우는데 특검팀의 역할이 실로 막중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