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밤, 윤영이는 빨리 자야 산타 할아버지가 온다며 자기 방에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현관에서 가까운 자기 방에서 자면 혹시 산타를 만날 수 있을까하는 기대에서였다. 자기 전 윤영이는 산타에게 물어볼 질문지를 트리 아래에 놔뒀다. 진실을 알고싶은 절박한 시도였다. 인영이는 자꾸 산타는 없다는 반 친구들의 말에 흔들리면서도 ‘산타를 안 믿는 순간 산타할아버지는 오지 않는다’는 아빠의 협박(?)에 혼란을 겪고 있다.
산타할아버지가 난생 처음 인영이에게 선물을 주셨다.

인영이는 산타할아버지를 무서워한다. 언니가 잠든 뒤 “빨리 안자면 산타할아버지가 인영이 보러온다”는 엄마 말에 “산타하부지 오지 말라고 해”라며 짜증을 냈다. 밤일이 산더미같이 쌓여있는 엄마아빠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새벽 2시까지도 잠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결국 폭발한 엄마에게 서러운 눈물을 뚝뚝 흘린 뒤 엄마 품에서 잠들었다(잠시 그 틈을 노려 안고 있었지만 결국 엄마 옆으로 갔다).

크리스마스의 바쁜 새벽이었다. 집에 오신 산타할아버지에게 윤영이 질문지를 전달했고, 한글을 모르는 산타를 위해 구글 번역기를 동원해 이해시켰다. 그렇게 산타는 가고 새벽 4시가 되서야 잠이 들었다. 아침나절 윤영이가 놀라 엄마를 깨우는 소리를 잠결에 들었다.
산타할아버지를 무서워하는 인영이는 내년에도 산타가 몰래 와서 선물만 놓고 가면 좋겠다고 한다.

느지막이 일어난 인영이는 난생 처음 받아본 산타의 선물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언니가 입던 우비를 입고 물놀이 장난감으로 거실 바닥을 물 천지로 만들었다. 내년에는 산타할아버지 와도 되냐고 물으니 내년에도 선물만 주고 그냥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프고 난 뒤 물놀이를 한번도 못한 걸 아는지 산타할아버지가 물놀이 장난감을 선물했다.

인영이에게는 또 하나의 서프라이즈가 있었다. 인영이의 유일한 친구인 봉구가 인영이에게 영상편지를 보내온 것이다. ‘봉구야 말해줘’ 마니아인 인영이를 위해 EBS 고현미 PD가 진짜 산타가 되 주신 것이다.
“인영아! 주사가 아프고 약이 써도 힘 내. 아 참, 너는 씩씩하고 용감하고 멋진 여자아이야”
인영이는 봉구의 말을 들은 뒤에도 아직도 민준이처럼 남자라고 우기고 있지만, “남자”라고 답하는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윤영이가 산타할아버지 앞으로 놔둔 질문지. 아빠닮아 기자스럽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는 윤영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인영이는 엄마 말을 잘 안 들어서 선물이 없단다”라고 말했다. 그런 산타가 개과천선한 것이 올해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성과다.
‘산타 할아버지를 직접 보고 싶은데 방법은 없나요?’라는 윤영이 질문에 산타는 이렇게 답했다.
“If you will be a mom, you can see me.”
두 딸이 엄마가 되면, 산타 복장을 하고 나타나 명품 가방을 선물로 줘야겠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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