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14. 전경련 해체, 시간문제다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가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연 청문회에 출석한 기업 총수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사실상 해체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LG그룹이 내부 논의를 거쳐 공식적으로 전경련을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가운데 LG그룹이 가장 먼저 전경련 탈퇴를 실행키로 하면서 전경련 해체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정권의 ‘사금고 창구’로 전락한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 안팎의 시선이 워낙 싸늘해 전경련이 만들고 있는 쇄신방안도 받아들여들지 의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전경련 존폐는 지난 6일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결정났다.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회의원들의 집중적인 질문을 받고 “전경련 지원금(회비)을 납부하지 않고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전경련 탈퇴 입장에 동의했다. 구 회장은 “전경련은 헤리티지 단체처럼 운영하고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전경련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 들어 9개 공기업이 전경련을 탈퇴했고, 금융기관들도 탈퇴 절차를 밟고 있다.

너도나도 탈퇴 대열에 합류하는 가운데 LG그룹이 올해 말로 전경련을 탈퇴한다는 방침을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27일 밝혔다. LG그룹은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하지 않을 뿐 아니라 회비도 납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탈퇴를 공식 통보한 것은 4대 그룹 가운데 LG그룹이 처음이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안경을 만지고 있다. 뉴시스

전경련은 당장 내년부터 극심한 자금 압박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이 내는 회비 492억원가량을 예산으로 사용한다.

 전체 예산 가운데 약 70%를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회비를 내고 있다. 따라서 탈퇴 의사를 표명한 삼성·SK·LG그룹 등이 내년부터 회비를 내지 않으면 전경련은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된다.

전경련이 마련하고 있는 쇄신책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경유착의 뿌리로 지목된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쇄신책 마련을 주도하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과연 이 부회장이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것이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하기 위해 본청 민원실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이 부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의 기금 모금에 대한 청와대 관련성을 부인하다 말을 바꾸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이 부회장은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지자 “기업들의 자발적인 출연”이라고 말했다. 그러다 국조특위 청문회장에서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과거 기업 모금 사례와 이번 최순실 일당이 주도한 미르·K스포츠재단의 차이점을 말해 달라”는 질문을 받고 “청와대가 여러 가지 세세하게 참여했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대통령의 직권남용 범죄에 가담했다면 공범이고 상근부회장 유지는 불합리하다. 내일 사직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당시에는 그렇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던 상황임을 이해해 달라”고 했다.

정당도 큰 문제가 생기면 외부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영입해 난관을 수습하려고 노력한다. 심지어 정당 간판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도 정당의 기득권 세력이 변화와 개혁 움직임에 반발하며 사사건건 비대위원장의 발목을 잡는다. 잘못된 과거와 단절하는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범 재벌 총수 처벌-전경련 해체'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올해 전경련 안에서 심각한 문제들이 불거진 데 이어 이승철 부회장은 강제모금의 다리 역할을 했다. 그런 이 부회장이 주도하는 개혁작업을 누가 믿겠는가. 개혁안이 나올 리 없고, 설령 비슷한 개혁안이 나온다고 해도 실현성과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전경련 앞에는 두개의 선택이 있다. 아예 문을 닫든가, 발전적으로 해체하든가. 만약 발전적 해체의 길을 가고 싶다면 전경련을 이 지경으로 만든 이들을 모두 몰아내야 한다. 그리고 존경받는 외부 인사들이 전경련의 미래와 역할을 논의하도록 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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