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의 계절 보내고 소외된 이웃 찾아간 이대생들

“우린 지난 여름 치열했습니다. 상처의 계절을 지내며 변화를 갈망했죠. 그 뒤 여러분들의 발길이 향한 곳이 관심을 필요로 하는 곳이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이화여대 안선희 기독학부 교수가 27일 ECC 강의실에서 말했다. 40여명의 학생들이 지난 19일 장애인 홈리스 가출소녀 이주여성 등을 돌보는 기관에 다녀온 소감을 나누는 ‘함께 사는 세상 리허설’ 집담회 자리였다. 지난 10월 ‘최순실 딸 정유라 특혜’ 논란으로 최경희 전 총장이 물러나는 등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던 이대생 40여명은 기말고사를 마치자마자 가장 먼저 소외된 이들에게 눈을 돌렸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대 호크마교양대학(학장 김정선 교수) 인성교육실이 주최했다.

노숙인들의 자립을 돕는 ‘거리의 천사들’팀은 을지로입구역과 시청역의 차가운 바닥에서 밤을 보내야 하는 노숙인을 찾아 한 끼 식사를 대접했다. 한 노숙인은 식사를 나눠주는 학생에게 “술 냄새를 풍겨 미안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봉사가 끝나고 돌아가는 학생들을 친근하게 배웅했다. 박세현(과학교육과)씨는 “‘노숙인’이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가 박혀있는데 이대생들이 각자가 다 다른 것처럼 노숙인도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양효진(경제학과)씨는 “어렸을 때 집 앞 놀이터에서 노숙인이 술을 마시던 기억 때문에 그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지만 이번 활동을 통해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 팀은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 기관인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을 다녀왔다. 이날은 서울시청에서 ‘탈시설 권리선언대회’가 열렸다. 장애인들의 말을 문자로 적어 다른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을 한 김원경(심리학과)씨는 “말씀이 어눌해서 처음엔 알아듣기 힘들었는데 나중엔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며 “노력하면 이들에게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미현(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씨는 “노인이 되면 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되듯 우리와 장애인이 다르지 않다는 걸 알리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찾은 학생들도 있었다. 스마트폰의 만남 알선 앱 등을 통해 성매매에 빠지는 10대 성매매 피해 여성들에게 법률·의료·심리 상담 등을 해주는 단체다. 김혜빈(국제학부)씨는 “거리에서 성매매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하는데 한 행인이 ‘또 성매매야’라고 하고 지나갔다”며 “성매매가 지루하고 뻔한 얘기로 들리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이주여성단체 ‘생각나무BB센터’와 ‘톡투미’를 찾은 학생은 “우리나라가 이주여성을 일방적으로 돕는 게 아니라 같은 사회구성원으로서 자기 문화를 나누며 어우러지게 하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안 교수가 말했다. “함께하는 세상을 꿈꾼다는 건 어쩌면 영리하지 못한 것일 수 있지만 우리와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꾸리게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리허설’을 통해 그들의 삶을 공감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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