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올해 초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이제와 고백하지만 <나는 아빠다>는 아류작이다. 3개월 먼저 아빠의 신분으로 백혈병 투병기를 페이스북에 연재를 시작한 기자가 있다. 인영이가 아프기 전 개인적으로 그를 알지 못했다. 지난해 연말 쯤 기자협회보에서 백혈병에 걸린 기자가 ‘방송기자에서 백혈병 투병환자로’라는 제목의 투병기를 페이스북에 연재하고 있다는 기사를 얼핏 보기만 했다. 그때만 해도 백혈병은 나와 아무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그는 무균병동 침상에 노란 튜브를 묶었다. 튜브로 운동도하고 잊지말아야할 진실도 기억하려는 의지다. 그는 백혈병을 이겨낼만큼 충분히 강하다.

올해 초 인영이가 확진 판정을 받고 나서 백혈병에 대한 정보를 찾아 밤새 인터넷을 뒤지다가 문득 그 기억이 떠올라 그의 페이스북에 들어갔다. 그는 인영이와 같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을 앓고 있었다. 그의 투병기는 ‘기자스럽게’ 맛깔스러웠고 정보가 풍부했다. 그러나 정보도 정보였지만 백혈병을 이기려는 그의 투지와 용기에 ‘우리 인영이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처럼 승리의 기록을 남겨놓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나는 아빠다>를 쓰기 시작했다.

인영이가 한창 치료를 받던 지난 봄, 세종의 한 기자가 헌혈증을 뭉치 째 들고 왔다. 인영이 소식을 들은 그가 자신이 받았던 헌혈증을 모두 인영이에게 보낸 것이다. 전화번호를 물어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는 인영이도 자신도 완치될 그날을 기다리겠다고 답문을 보내왔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성공적으로 한 뒤 재활치료 중이던 그는 그즈음 둘째 딸을 낳아 ‘딸딸이 아빠’가 됐다. 세상 모든 아빠들의 꿈인 ‘딸딸이 아빠’에 합류한 그에게 마음을 담아 둘째 딸 선물을 하나 보냈다.

최근 그가 재발해 다시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슬프다기보다는 화가 났다. 재발이 되면 다시 처음부터 항암치료를 받고, 조혈모세포 이식도 다시 해야 한다. 그 지난한 과정을 알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특히 보호자 1명이 상주할 수 있는 소아 무균병동과 달리 성인은 한 달 간의 관해항암치료 기간동안 하루 면회시간이 1~2시간으로 제한된 채 혼자만의 싸움을 해야 한다. 이제 한창 아빠란 말을 배워 눈웃음을 지을 그의 둘째가 떠올랐다. 포근한 집을 떠나 다시 백혈병과의 싸움을 시작하는 그의 심경을 나는 감히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

크리스마스 이브 날, 그에게 아빠는 강하고 특히 딸딸이 아빠는 강하니 꼭 이겨낼 거라고 문자를 보냈다. 내가 도와줄 것은 그것 밖에 없었다. 그는 “선배, 한번도 했는데 두 번은 왜 못하겠냐는 각오로 잘 해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최근 페이스북에 <다시 시작하는 번외 투병일기> 연재를 시작했다. 그의 말대로 ‘질 수 없는 백혈병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그는 무균병동 병상에 노란 튜브를 묶었다. ‘튜브로 내 건강도 챙기고 잊혀지지 말아야 할 진실도 계속 기억해야겠다’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그는 충분히 강하다.

그와 나 모두 이 질긴 백혈병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난 뒤 ‘우리는 아빠다(가제)’라는 책을 함께 쓰자고 제안할 생각이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연재를 한 번이라도 본 분들은 그의 생동감 넘치는 묘사와 깨알 같은 표현에 당장 친구신청을 할 것이다. 그는 채널A 황승택 기자이고, 다시 말하지만 딸딸이 아빠다. 취재 현장에서 황 기자에게 ‘물 먹을’ 그날을 고대한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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