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다 특종을 좇던 기자였습니다. 지난해 1월 3살 딸아이가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고서야 ‘아빠’가 됐습니다. 이후 인영이의 투병 생활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땅의 모든 소아난치병 환우와 아빠엄마들을 응원합니다.

“야호, 이제 다섯 살이다!”
인영이의 힘찬 외침으로 새해가 시작됐다. 어제 밤, 아침이 되면 손가락을 쫙 펴서 다섯 살이라고 말하면 된다는 엄마의 말을 잊어먹지 않고 인영이는 일어나자마자 손가락을 쫙 폈다.
새해 첫날부터 우리 가족은 분주했다. 내일부터 3일간 예정된 인영이 항암치료를 위해 온 가족이 서울 여행을 떠나야했기 때문이다. 어디 가느냐며 의심쩍게 묻는 인영이에게 호텔 수영장을 간다고 둘러댔다. 그제야 인영이는 신이 나서 따라나섰다.
인영이는 3일동안 낮병동에서 입원항암치료를 받아야한다. 지방에 사는 아이들은 밤늦게 끝나는 치료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행을 온다.

오후 3시, 병원 앞 호텔에서 체크인을 한 뒤 잠시 수영장에 갔다. 온 가족이 물놀이를 간 것은 근 1년만이었다. 인영이는 풀 옆에 따뜻한 물이 나오는 탕에서만 수영을 시켰다. 워낙 물놀이를 좋아했는데 오랜만에 오니 조금 낯설었는지 물장구질이 예전 같지 않았다. 사람은 적었지만 혹 감기 걸릴까 싶어 30분만 물놀이를 시킨 뒤 스파게티를 미끼로 객실로 유인했다.
인영이는 물놀이와 스파게티를 먹자마자 인영이는 이제 집에 가자고 졸랐다. 차마 병원간다는 말은 못하고 킨더조이로 달래 재웠다.


여기 스파게티가 맛있는지 아빠가 만들어준 게 맛있는지 물어봤더니 아빠께 더 맛있다는 인영이 말에 흡족했는데 스파게티 먹고 난 뒤 가 문제였다. 물놀이도 하고 스파게티도 먹었으니 이제 집에 가자고 조르기 시작했다. 내일 병원 간다는 얘기는 못한 채 호텔 앞 편의점에서 킨더조이를 사주고 하룻밤만 자고 집에 가자고 달래 재웠다.
일년 전 머리가 길었던 인영이 모습. 까까머리에 아직도 남자라고 우기는 인영이가 올해는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병원에서 새해를 맞는 소아난치병 환아들에게 하나님이 축복해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두 아이가 자고 난 뒤 아내가 일년 전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에는 두 아이가 저녁에 경쟁적으로 고기를 먹고 있었다. 아마 아빠는 그날도 술 약속에 밤늦게 들어왔을 것이다. 그때는 인영이 머리가 그렇게 까맣고 길었는지 잘 몰랐다. 이제는 까까머리가 익숙해진 인영이는 내일이면 또 다시 고통스런 척수주사를 맞아야한다. “왜 아프지 않은데 병원에 가냐” 따질 인영에에게 해줄 말이 없다. 아빠는 내일은 제발 실력 좋은 의사선생님이 한방에 잘 끝내길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는 인영이에게 킨더조이를 손에 쥐어주는 것까지가 아빠의 몫이고, 치료는 전능하신 하나님의 소관일 것이다. 올해는 인영이를 포함해 모든 소아난치병 환아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새해를 병원에서 맞는 아이들에게 하나님이 축복을 쏟아부어주시리라 믿는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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