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17. 조윤선, 장관 사표 내고 수사받아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향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포위망이 점점 좁혀지고 있다.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은 4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되느냐”는 질문에 “소환할 때 밝히겠다. 양쪽 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한 조 장관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6일 조 장관 자택과 집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현직 장관의 집과 집무실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특검팀은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진술 등을 확보하고 구체적인 물증을 찾기 위해 압수수색을 단행한 것이다.

관련자들의 진술과 압수품 등을 분석한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조 장관을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검팀은 김소영 전 청와대 비서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을 소환조사하는 과정에서 조 장관이 블랙리스트 문제를 알고 있고, 작성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체부 대강당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직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특검팀 수사와는 별도로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조 장관이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할 때 정무수석실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청와대 교육문화비서관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보냈다고 밝힌 적이 있다. 유 전 장관은 자신이 물러날 때까지 블랙리스트가 무차별로 확대됐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는 1만명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다.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예술계 인사들은 거의 들어 있다고 보면 될 정도다.

특검팀 요청을 받은 국조특위는 3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정관주 전 1차관에 대한 위증 고발건을 의결했다. 이들은 지난해 국조특위의 기관보고와 청문회에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며 허위 진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장관은 국조특위의 고발 외에도 문화예술단체 12곳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국조특위의 고발을 계기로 특검팀의 조 장관 소환 조사는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조 장관은 “나는 모른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보란 듯이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조 장관은 특검팀이 자신의 집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한 지난달 26일 오후 이길용 체육기자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또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국무위원 등과 함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현충탑을 참배했다.

2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 대강당에서 열린 문체부 2017년 시무식에서 조윤선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조 장관이 2일 시무식에서 문체부의 신뢰 회복을 강조한 점이다. 조 장관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야 할 문체부가 각종 의혹과 혼란의 중심에 서게 되어 너무나 마음이 무겁다”면서 “직원 여러분들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장관으로서 말할 수 없는 아픔과 책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올해는 문체부 정책에 대한 국민과 정책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번에 발생한 문제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정책결정 과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시무식에서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블랙리스트 파문에 연루되지 않은 상당수의 문체부 직원들이 조 장관의 말을 경청했을 리 없다.

 문화예술단체의 고발, 특검팀의 압수수색, 국조특위의 고발, 관련자들의 증언이나 진술 등을 종합하면 조 장관은 이미 장관직을 수행하기에 부적절한 인사다. 최근에는 블랙리스트 자료를 없애려고 집무실과 해당 부서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한 의혹까지 받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조윤선 장관

조 장관은 결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장관직을 고수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조 장관은 즉각 장관직을 내려놓고, 특검팀 조사를 자청해야 한다.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한다고 공언했다가 발언을 번복하고 청와대에서 ‘장외 공방’을 펼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의 ‘아바타’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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