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키우는 목사들 “인간의 탐욕이 조류독감 확산 키워”

생명 경시 풍조 지양해야

곡성 이형균 목사 제공

다행히 그의 닭들은 여전히 건강하고 알을 잘 낳는다고 했다. 5일 휴대전화 너머 들리는 작은예수공동체(예장통합) 손주완(55) 목사의 목소리는 의연했다. 양계를 통해 자립목회를 하던 그가 혹여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았을까 해서 안부전화를 걸었던 터였다. 그는 3년 전(국민일보 2014년 7월 29일자 25면)처럼 1500여 마리의 닭을 키우며 매주 200여명의 고객들에게 달걀을 팔아 무의탁노인 돌봄 사역을 하고 있다고 했다.

H5N6형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지 50여일이 지났다. 지난 3일까지 AI로 인해 살처분 당한 닭과 오리, 메추리는 3036만 마리에 달한다. 전국에서 사육 중이던 산란계 중 약 33%가 죽임을 당했다. 피해를 입은 대부분은 대량사육을 목적으로 사육 공간이 매우 협소한 공장형 축산농가다. 한 마리당 약 0.05㎡의 공간에 갇혀 항생제가 섞인 사료를 먹으며 지내던 닭들은 AI 바이러스가 퍼지자 순식간에 감염됐다.

충주 작은예수공동체 손주완 목사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1㎡에 닭은 9마리, 오리는 2~3마리를 넘지 않아야 고유습성을 지킬 수 있다. 실제로 사육동물 간 개체거리 준수 등을 통해 인증을 받은 100여개의 농장에서는 AI가 거의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손 목사는 “친환경적 사육 환경에서 자란 우리 닭들은 면역력이 강해서 웬만하면 AI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쌀겨와 톱밥, 어분말(멸치·새우 가루), 깻묵을 배합하고 배양 미생물을 섞어 만든 사료를 닭에게 먹인다. 비용이 더 들어도 유기농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생명을 살리는 목회의 일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귀농해 닭을 키우고 있는 다른 목회자들의 상황도 확인해봤다. 공통적으로 ‘방사형(free range·다소 넓은 축사에서 자유롭게 키움) 양계를 하며 자체 제작한 유기농 사료를 먹이는 이들이다.

전남 곡성의 선한이웃공동체(예장통합) 이형균(45) 목사는 닭과 찍은 셀카 사진을 통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안부를 전했다. 이 목사는 7년 전 도시 교회의 부목사 생활을 뒤로하고 귀농해 현재 700여 마리의 산란계를 키우며 목회를 하고 있다. 그는 우리밀의 부산물과 쌀, 멸치 등을 섞어 발효시킨 사료를 먹인다.

곡성 이형균 목사

이 목사는 “육류 소비량이 증가하면서 단기간에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대량 밀집사육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속성에 기댄 인간의 욕망을 마주한다”며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없이는 AI의 확산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남 함양 상내백교회(예장고신) 백믿음터(69) 목사의 500여 마리 닭들도 무사했다. 백 목사는 약초 등을 자연 발효시켜 만든 사료를 먹인다. 백 목사는 “이 사료가 닭들의 소화를 돕고, 건강한 효소를 먹은 닭들은 건강한 알을 낳는다”며 “그 배설물을 흙과 함께 발효시키면 좋은 거름이 돼 농사에 쓰인다. 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친환경적 양계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백 목사는 창세기 1장 28절을 들어 설명했다. 그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땅의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고 하신 것의 참 의미는 가꾸고 보존하라는 것”이라며 “사람은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과 동·식물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악용하지 말고, 잘 관리하는 청지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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