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 살아내기 위해 거리로 나선 사진작가


‘세월호 기억 노란 우산 프로젝트’는 우연히 시작됐다. 지난해 4월 27일 세종 다솜로 정부세종청사 해양수산부 앞에서 세월호 시위를 하던 중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시민활동가 서영석(46·나들목교회)씨는 현장에 있던 7명의 활동가들에게 “세월호를 기억하는 노란 우산을 만들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노란 우산 100개를 공동구매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 소식을 올렸는데 전국에서 한두 개씩 신청이 들어와 모두 1000개를 구매할 수 있었다. 공동구매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노란 우산 프로젝트

‘직접 행동하진 못해도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이 정말 많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우산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할 수 있도록 이번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시작은 지난해 6월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신양로 섭지코지 해변이었다. 이곳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 제주 시내와 떨어져 있어 관광객 아닌 일반인이 100명만 모여도 기적이라고 단언했다. 서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1박2일씩 7번 제주도에 내려가 사람들을 만나 설득했다. 기적은 이뤄졌다.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해변에 230여명이 모여 노란 우산을 펼쳐든 순간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장면이 됐다. 1차 프로젝트는 언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고 서울 안산 춘천 등 전국에서 29차례 프로젝트로 이어졌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1년 동안 세월호를 기억하자는 뜻에서 ‘세월호 달력’을 제작해 배포 및 판매를 시작했다. 달력에는 ‘세월호 72시간의 기록’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 후 관련 활동들이 월별로 기록돼 있다. 학생과 교사의 생일도 넣었다. 4월 16일에는 차마 숫자를 넣지 못하고 노란 리본으로만 표시했다. 이 달력의 마지막 장은 세월호 4주기인 2018년 4월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서씨는 아내 주해영(46)씨와 함께 부스를 설치해 달력을 판매하고 있었다. 달력 2000부는 경기도 안산 세월호 분향소와 기억교실, 청소년센터 등에 배포했다.

세월호 달력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서씨가 세월호 활동가로 뛰어든 것은 2014년 5월이었다. 한 방송사에 항의 방문을 하러 간 유족들이 경찰차에 가로막혀 있는 모습을 언론보도를 통해 본 게 계기였다. “그 모습을 보고 마음이 울컥했어요. 세월호 유족들이 저의 이웃이라고 생각했죠. 그때부터 1인 시위를 하고 관련 활동을 하다 저의 본업을 살짝 미뤄뒀더니 어느 새 활동가가 돼 있네요.”

2015년 세종시로 이사를 간 뒤에는 해양수산부 청사 앞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 1인 시위를 했다. 생계는 자투리 시간에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이어간다.

서울 나들목교회에 출석하는 서씨는 교회 소그룹공동체인 ‘가정교회’ 식구들 덕분에 이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일주일의 삶을 통해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라고 훈련을 받았어요. 그 전에는 사회 문제에 큰 관심이 없고 기도만 하는 신앙인이었죠. 동역자들이 세월호 활동에 많은 힘을 보태주셨기에 힘든 일이 있어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 일도 적잖이 경험했다. 노란우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휴대폰 번호가 공개되는 바람에 보수단체 등의 항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쳐 한동안 공황장애를 겪었다. 세월호 활동을 우선순위로 삼다 보니 1남2녀를 둔 가장으로서 경제적 부담도 적지 않았다.

서씨는 “그럼에도 먹고 사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든 해결이 된다”고 말한 뒤 너털웃음을 지었다. “유족들에겐 노란 리본을 하나 달아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올해 세월호의 진실이 밝혀진다면 이젠 본업에 충실할 수 있겠죠.” 

글·사진=김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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