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캡처

지난 2001년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발생한 여고생 강간살인사건의 범인이 16년 만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았던 이 사건은 2015년 7월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를 내용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이른바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한 뒤 이를 적용해 처음 유죄 판결을 내린 사건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강영훈)는 2001년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에게 지난 11일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에게 20년간 전자발찌 부착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할 것도 명령했다.

김씨는 스물네 살이던 2001년 2월4일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여고생 박모양(당시 17세)을 차에 태워 강변으로 데려간 뒤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경찰이 초동수사에 실패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유가족들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수사를 촉구했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숨진 박양의 아버지는 8년이 지난 2009년 딸을 지키지 못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그 사이 김씨는 다른 사건(강도살인)으로 무기징역이 확정돼 목포교도소에 수감됐고, 사건 발생 11년 만인 2012년 대검찰청은 유전자 감식을 통해 피해자 박양의 몸에서 검출된 체액의 유전자가 김씨의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수사에 나섰지만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가 불충분해 2014년 무혐의 처분했다. 그후 2015년 수사가 다시 시작됐다.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만이다. 

이번엔 전문가의 감정과 추가 증거를 추가로 확보했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8월 김씨를 강간등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경찰은 김씨가 사건 당일 전남 강진의 외가에 있었다며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제시한 것이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한 고의적 행위라고 판단했다.

검찰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김씨의 감방을 압수수색해 같은 사진을 발견했다. 검찰은 김씨가 사진을 보관한 이유를 수상하게 여겼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기억 나지 않는다”며 “사건 당일 여자친구과 외가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가 당일 사진을 찍었다고 하더라도 이른 새벽 범행을 한 뒤 얼마든지 알리바이용 사진 촬영을 할 수 있다고 봤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박양을 살해한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법의학 감정 결과를 볼 때 성관계 후 살해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며 “검찰이 제시한 간접증거가 직접증거와 같은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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