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면서 삼성그룹이 당혹감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당초 소환 조사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됐지만 이 부회장이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하면서 구속 가능성까지 흘러나오자 삼성의 위기감은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12일 오전 9시30분에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에 출두할 예정이다. 특검팀은 전날 이 부회장을 참고인이 아닌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규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을 상대로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에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한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씨를 지원해주는 대가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혜택을 받거나 요구했는지도 추궁할 계획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을 해주는 대신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지원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승마협회 회장사로서 최씨를 지원한 것은 맞지만 반대급부를 바라고 했던 행동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출두하는 것과 관련해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도 "삼성물산의 합병과 승마 지원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업계는 특검이 이 부회장에 대해 사법처리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있다.

삼성 입장에서는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올해 경영계획도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할 경우 최악의 국면에 빠지게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성은 검찰의 수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지난 11월중순부터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 대내외 행사 등을 줄줄이 연기하는 등 경영에 차질을 빚어왔다.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전략실 역시 특검 수사로 인해 마비된 상태다.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논의도 중단 상태다.

매년 12월 중하순께 용인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는 사장단 워크숍조차 취소됐다. 사장단 워크숍은 삼성 수뇌부가 모여 이듬해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최순실 사태'로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를 당한 삼성그룹 인사는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을 포함해 8명이다.

이 부회장의 출국금지로 삼성이 지난해부터 보이고 있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 행보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굵직굵직한 투자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주요 투자결정을 진두지휘하며 공격경영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11월2일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생산 능력을 늘리기 위해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142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홀로 미국 출장을 다녀온 직후였다.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80억 달러)로 평가받고 있는 삼성의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역시 이 부회장이 깊숙이 개입한 빅딜이었다. 이 부회장은 미국 출장에서 하만 경영진과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담판 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특성상 오너리스크는 사업의 추진력, 굵직한 현안 결정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며 "경영권 승계 과정에 있는 삼성이 이번 사태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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