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순실 씨와 그의 딸 정유라씨, 미르·K스포츠재단 등에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재계 황태자'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박영수(65·사법연수원 10기) 특별검사팀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다.

검은색 체어맨을 타고 온 이 부회장은 무테 안경에 짙은 남색 정장, 흰색 셔츠에 자주색 넥타이 차림이었다. 이 부회장이 이날 오전 9시28분께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졌다.

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경비원들과 경찰들을 비롯해 삼성 관계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대치빌딩 앞을 맴돌았다.

시민단체 소속원들이 "삼성은 각성하라" "이재용 구속하라" "삼성전자는 삼마(三馬) 전자로 개명하라" 등을 외치면서 장내가 순식간에 소란해졌다. 이 과정에서 고함과 욕설이 오가면서 이 부회장을 둘러싼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도했다. 몸싸움 등의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200여명의 기자들이 진을 친 포토라인 앞에 선 이 부회장은 애써 당당함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취재진의 '최순실씨 일가 지원을 직접 지시했느냐' '본인의 범죄냐, 삼성 임직원들의 범죄냐' '다른 글로벌 기업이랑 다르게 삼성만 이런 범죄에 연루가 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냐' '검찰 수사선상에 너무 많이 오르는 것 아닌가' 등 질문에 굳게 입을 다물었다.

다만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들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한 마디만 남긴 채 변호사 1명과 함께 엘레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피의자로 수사를 받는 것은 9년 만의 일이다. 당시 삼성전자 전무였던 이 부회장은 2008년 2월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수사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바 있다.

2008년 2월28일 처음으로 수사기관의 포토라인에 선 그는 지금보다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당시 이 부회장은 조사실로 가는 엘레베이터 안에서 "저 때문에 고생하신다"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기자들에게 말을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던 이 부회장이 이번 특검의 칼끝도 피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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