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실이 12일 공개한 박건찬 경찰청 경비국장의 업무 노트. 인사 청탁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들이 이 노트에 담겨있다.

경찰 인사 청탁 의혹이 제기된 지 5일이 지났지만 경찰청은 아직도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일 박건찬 경찰청 경비국장이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할 때 작성한 노트 11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이 노트에는 인사 청탁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들이 담겨있다. 승진 대상자들의 이름과 소속, 희망 부서 등과 함께 이러한 부탁을 한 사람으로 추정되는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의 이름이 적혀있다.

박 국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말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는데 이 기간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재직 기간과도 겹친다. 청와대가 경찰 인사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경찰청은 방송 다음 날인 지난 8일 “방송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전반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감찰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또 명확한 의혹 해소를 위해 경찰청과 별도로 감사원에 공익감사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청은 지난 10일 정식 감찰에 착수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노트에 등장한 이름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도형 경찰청 감찰담당관은 “방송에 나온 성씨와 소속을 근거로 당사자가 누구인지 확인하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방송은 노트에 나온 실명을 모자이크 처리해 해당 경찰관의 성씨와 소속 등 제한적인 정보만 공개했다.

노트 작성자로 지목된 박 국장은 해당 노트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 국장은 감찰 조사에서 “현재 이 노트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진술했고, 작성 경위 등에 대해서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청은 감찰 단계이기 때문에 노트를 강제로 압수하거나 수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트는 행방이 묘연해졌고 경찰은 방송 화면만을 근거로 노트에 등장한 인물들을 분석하고 있다. 결국 경찰청의 ‘셀프 조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신중 경찰인권센터 소장은 “경찰 전현직 고위 간부들이 연루돼있어 경찰청에서 적극적으로 감찰할 의지가 있을 리 없다”고 지적하며 “검찰 고발이나 감사원의 공익감사 청구 등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제작진과 함께 이 노트 내용을 검토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실은 12일 오전 일부 기자들에게 노트 원본 사진을 공개했다. 의원실 관계자는 “경찰청에서 공식적으로 협조 요청이 오면 이 자료를 제공할 생각인데 아직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SBS 제작진과 접촉해봤지만 제보 내용을 제공하기 곤란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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