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그림 그리는 주님의 종” 교회오빠 김민석 스토리

1만2000여명의 팔로워(Follower)를 거느린 만화작가의 첫인상은 깔끔한 셔츠에 훈훈한 미소를 장착한 교회 오빠였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그는 “집 카페 도서관 등 A4용지 놓을 공간만 있으면 어느 곳이든 작업실이 된다”며 연필을 집어 들었다.

강민석 선임기자

10일 경기도 구리 교문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만난 김민석(구리 돌다리교회) 전도사는 본명보다 필명 ‘Kim.miru’로 더 잘 알려진 만화작가다. 그는 이 이름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서 ‘미루나무 그림묵상’을 연재 중이다. ‘인생의 목적’ ‘이성 교제’ ‘염려보다 먼저 할 것’ ‘엉터리 기도’ 등 일상과 삶, 신앙에 대한 솔직담백한 글과 무릎을 치게 만드는 만화가 어우러진 작품들이 페이지를 가득 채운다.

눈에 띄는 한 작품에 시선을 돌렸다. ‘스마트폰은 수시로 충전하면서, 당신의 삶은 말씀으로 충전하고 계신가요.’ 캘리그라피(Calligraphy)로 표현된 문구 아래 보조배터리로 충전 중인 스마트폰과 성경책을 선으로 연결해 말씀을 충전하는 사람이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져 있다. 문자가 만화를 만나자 메시지가 더 재미있고 명확했다. 음영을 표현한 검정색과 회색, 주인공 ‘미루’와 ‘나무’의 머리색깔인 빨간색과 노란색. 불과 네 가지 색깔로 표현된 일상 속 신앙만화는 마음에 잔잔한 파동을 주기 충분했다.

새하얀 달력 뒷면과 크레파스 몇 자루면 하루 종일 행복하게 놀 수 있었던 소년은 중학생 시절부터 어머니께 “나는 목회자가 안 되면 어떤 직업을 갖더라도 후회할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목회자의 꿈은 직선 대신 곡선을 그려야 할 운명이었다. 다섯 살 터울의 형이 대학 신학과에 진학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가 충격을 받는 모습을 보고 잠시 그 꿈을 접어둬야 했다. 김 전도사는 “건설업계에 종사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실내디자인을 전공하면서도 ‘언젠가 하나님께서 계획하신 때가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목회자의 꿈을 키웠다”고 대학시절을 회상했다.

대학 졸업 후 2년여 동안 방황기를 보낸 끝에 이 전도사는 총신대 신학대학원에서 예비 목회자로서의 첫 걸음을 뗄 수 있었다. 정식으로 입학하기도 전에 이 전도사의 재능이 빛을 발했다.

“입학 전 1~2월에 히브리어와 헬라어 동계 어학강좌를 필수로 들어야 했는데 너무 생소한 언어라 공부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매일 치러야 하는 단어 쪽지시험은 두려움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단어의 뜻풀이를 만화로 그리기 시작했어요. 반응은 폭발적이었고 동기들은 제가 그린 만화를 보며 히브리어를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입학식을 치르기도 전에 공로상을 받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죠(웃음).”

신대원 동기의 적극적인 추천으로 이 전도사는 일상 속에서 느끼는 신앙이야기를 만화로 그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 지난 2년여 동안 올린 작품은 200여점. 그 작품들을 모아 두 권의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3년차 신대원생으로서 돌다리교회 중등부 전도사도 맡고 있는 그는 주일 설교 때마다 주보에 게재한 자신의 만화로 청소년들과 소통하고 있다.

“다음 계획은 아직 없습니다. 전 그림 그리는 주님의 종입니다. 종은 주인에게 계획을 보고하지 않아요. 준비하며 명령을 기다릴 뿐이죠. 다만 만화를 그리는 목회자로서의 삶은 계속될 겁니다.”

최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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