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d 제공

1999년 1월 13일. 그룹 god(지오디)의 시작은 뭔가 달랐다. 아이돌의 필수요건이라 여겨졌던 화려한 외모나 현란한 음악, 이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SBS ‘한밤의 TV연예’ 방송이 끝날 무렵 등장한 다섯 남자는 세트장 한편에 옹기종기 모여 노래를 불렀다. 시종 평온한 멜로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란 가사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들의 데뷔곡 ‘어머님께’, 그게 그들의 첫 무대였다.

IMF 당시 연습생 생활을 하며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못 입어 가며 고된 시절을 겪어낸 god는 2집 무렵부터 빛을 보기 시작했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길’ 등 내놓는 곡마다 히트를 쳤다. 따를 자 없는 인기였다. 지상파 3사 가요대상을 휩쓸었고, 급기야 ‘국민그룹’ 타이틀을 얻었다.

슬프게도 곡절의 세월은 피할 수 없었다. 2001년 한 차례 팀 존속의 위기가 찾아왔고, 2004년 결국 완전체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 2005년 ‘하늘 속으로’ 떠났던 god는 그러나, 2014년 다섯이 다시 하나 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오랜 기다림을 묵묵히 견뎌준 팬들 앞에 당당히 서서 약속했다. 다시는 헤어지지 않기로. 평생 함께 노래하기로.

2017년 1월 13일. god가 세상을 만난 지 딱 18년 되던 날. 박준형 윤계상 안데니 손호영 김태우 등 다섯 멤버는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전국투어 ‘2017 god to MEN Concert’를 열고 6000여명의 팬들을 만났다. 공연장 가득 넘실대는 하늘색 야광봉 물결이 그들을 반겼다.

이번 콘서트를 통해 한층 진중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를 밝힌 god는 멋들어진 수트를 차려입고 전곡 무대를 소화했다. 도입부만 들어도 절로 몸이 반응하는 히트곡들이 즐비했다. 관객들은 거의 모든 노래를 ‘떼창’하며 흥겨워했다. 늘 정성스레 꾸며지는 god 공연이지만 이날만큼은 좀 더 특별했다. 장장 5시간에 걸쳐 행복한 추억들을 쌓아올렸다.


하늘색 친구들이 god에게
god가 오프닝 인사를 하고 난 뒤였다. 팬들이 god 멤버들 몰래 준비한 깜짝 이벤트. 2015년 발매된 ‘네가 할 일’을 전 관객이 한 목소리로 불렀다. ‘내가 사랑을 주면’ ‘받기만 하면 돼’ ‘그게 네가 할 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들이 각 구역을 수놓았다.

‘나 그렇게 속이 좁은 팬지(god 팬클럽 명 ‘팬지오디’의 약칭)는 아니지만/ 너무 날 오래 기다리게 하지마.’ ‘오늘 네가 할 일/ 나와 정신없는 하루 보내기/ 오늘 네가 할 일/ 좋은 것만 좋은 생각만 하기/ 그저 넌 날 보면서 웃기만 하면 돼/ 그게 네가 할 일.’

객석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히던 멤버들은 차례로 마이크를 들었다. 윤계상은 “1990년대 말 데뷔해 2000년대를 지나 2017년이 되기까지 이렇게 함께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너무 큰 축복인 것 같다”며 뭉클해했다. 손호영도 “(내가) 대체 어떤 복을 타고났기에 이런 사랑을 받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god의 길을 함께 걸어준 이들
3시간여에 달하는 정규 공연이 펼쳐진 뒤, god의 18주년을 기념하는 가족모임(팬미팅)이 마련됐다. 진솔한 토크부터 팬들과 함께하는 게임까지 알찬 코너들이 채워졌다. 눈에 띈 건, 반가운 동료들이 보내온 영상 메시지. JYP 박진영, 가수 비(정지훈), 배우 장혁 등 god와 고락을 함께한 이들이 진심어린 축하를 전했다.

데뷔 전 god와 숙소 생활을 함께한 장혁은 “god가 다시 콘서트를 열고 여러분과 함께한다니 너무나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god하면 역시 ‘어머님께’가 떠오른다. 예전에 (소속사)사무실에서 합숙했던 뜨거움이 생각난다. god가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을 들려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비는 “god는 제 마음 속 따뜻한 밥 한 그릇 같은 존재”라면서 자신이 어려웠던 시절 손을 내밀어준 멤버들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했다. 특별한 추억을 꺼내놓기도 했다. 그는 “신인이었던 2002~2003년 잠실 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 god 팬들이 제가 god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응원을 해주셨다”며 “추억을 돌이키니 감회가 새롭고 행복하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god 초반 앨범 프로듀싱을 도맡아 했던 박진영은 유독 뭉클한 소회를 밝혔다. 그는 “18년 전 냉난방도 안 되는 일산 숙소에서 동고동락한 기억이 떠오른다”며 “god 이후 많은 가수와 일을 했지만 사실 god만큼 가족·형제처럼 생활하면서 작업한 기억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에게 ‘노래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한 계상이의 얘기를 전해 들었는데, (도리어) 멋지게 불러준 god와 노래를 사랑해주신 하늘색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god가 하늘색 친구들에게
god 다섯 멤버는 공연 내내 “고맙다”는 말을 하고 또 했다. 지금의 심정이 어떤지 도저히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면서. 속을 다 꺼내어 보여주고 싶은 지경이라고 했지만, 그 때의 눈빛만으로 모든 진심은 전해졌다.

“저는 솔로로도 활동하고 이렇게 god로서도 무대에 서는데, 늘 복 받은 가수라는 생각이 들어요. 양쪽 길을 다 갈 수 있어 너무 행복하고요. 그건 다 우리 하늘색 친구들, 팬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감사드립니다.”(김태우)

“참 신기한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신기할 것 같고요. 이 꿈같은 이 현실이 영원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여러분과 이 순간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고마워요. 오늘을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나중에 또 봬요.”(손호영)

“얼마 전 예전에 썼던 다이어리를 찾았어요. 한 장 한 장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그때 저희는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정말 아무것도 없었어요. 지금 우리 앞에는, 그렇게 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러분들이 있다는 게 매 순간 놀라워요. 앞으로 더 많은 시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안데니)

“18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잘 생각은 안 나지만 늘 마음속에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의 저는, 마냥 ‘행복해요’ ‘좋아요’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새로운 감정들이 들어요. 배우 생활을 하면서 무대에 서기까지 굉장한 부담감이 있었지만, god와 팬들이 그 모든 걸 한 번에 무너뜨려주는 것 같아요. ‘이 무대에 서는 게 얼마나 어렵습니다, 힘듭니다’라고 얘기하는 게 (이제) 너무 우습게 돼버린…. 꿋꿋하게 지켜준 우리 팬들 너무 감사합니다.”(윤계상)

“제겐 항상 꿈같아요. 그저 감사해요. 우리 팬지오디, 어릴 때 봤던 친구들이 점점 예뻐지고 멋있어지고…. 저는 SNS 할 때 뭐하는지 알아요? 여러분이 댓글 같은 걸 남기면 그 계정에 들어가서 그 사람의 일상을 봐요. ‘직장을 다니는 구나’ ‘애가 셋이네’ 그런 걸 보면, 내가 한 건 없지만, 되게 기특하고 자랑스럽거든요. 너무 고마워요 여러분. 18년 동안 우리 곁에 있어줘서.”(박준형)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