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성덕의 사방팔방] 21. 朴특검 “정의 선택”…이재용 구속영장 청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마치고 지난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경제 논리보다는 정의를 선택했다. 특검팀은 16일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의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둘러싸고 뇌물공여 의혹을 받고 있는 재벌 총수 가운데 가장 먼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이다.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오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통해 결정된다.

특검 이규철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국가경제 등에 미치는 사안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 이유를 설명했다. 일부에서 글로벌 기업의 경영 공백과 경제적 충격 등을 우려하며 불구속 수사의 목소리를 냈지만 특검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액수를 430억원으로 확정했다. 여기에는 지급하기로 약속한 금액까지 포함돼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독일법인 코레스포츠와 맺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원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판단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비교적 원활하게 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순실씨 측에 430억원대 자금을 지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 수사의 칼날은 박근혜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누게 됐다. 이규철 대변인은 “박 대통령과 최씨 사이의 이익공유 관계는 여러 자료를 통해 상당 부분 입증됐다”면서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에 대한 물증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이 이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구속기소하면서 “문 전 장관이 2015년 6월 말 안종범 당시 경제수석 등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될 수 있게 챙기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를 전달받았다”고 명시한 점도 박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장충기 차장(사장)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공단을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와준 것에 대한 답례로 삼성이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특검팀은 ‘단순 뇌물수수’와 ‘제3자 뇌물수수’ 모두 공소사실에 들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어떤 혐의를 적용하더라도 뇌물을 준 사람(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를 받지만 받은 사람(박 대통령)은 혐의가 달라지게 된다. 특검팀이 박 대통령을 단순 뇌물수수 및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일 뿐이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강요 혐의로 입건했지만 특검팀은 박 대통령을 뇌물수수로 처벌하기 위해 가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과 삼성 간 뇌물수수 의혹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셈이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려 지원 자금의 일부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특검팀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사장은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될 경우 빚어질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을 줄이기 위해 ‘수뇌부 불구속 기소’라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팀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을 뇌물이라고 판단한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이들 재단에 자금을 지원하고 박 대통령이나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런저런 민원을 제기한 대기업들도 사법처리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SK·CJ의 사면 관련 부분을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라는 이규철 대변인의 발언에서도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계기로 SK·롯데·CJ 등 다른 대기업에 대한 뇌물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타게 됐다.

대한승마협회장인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사장. 뉴시스

박 대통령은 그동안 대국민담화나 기자간담회를 통해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삼성은 박 대통령의 압박 탓에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공갈·강요의 피해자’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는 18일 열리는 영장실질심사와 기소 후 진행되는 재판 과정에서 특검팀과 삼성은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일 것이다. 특검팀은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sdyu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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