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온의 영화이야기]<105>중국의 '정체' 기사의 사진
'나의 전쟁의 포스터'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에게 답을 제시해줄 중국영화를 봤다. ‘나의 전쟁(我的戰爭)’. 중국의 6·25 참전을 미화하고 6·25전쟁에서 싸운 중공군(중국공산군)의 한국 침략과 용맹을 찬양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홍보영상이 지난해 공개돼 논란이 일었던 그 영화다. 그 홍보영상에는 6·25에 참전했던 중국 노인이 등장한다. 서울 관광을 온 이 노인은 “내가 전에 서울 아닌 한성에 왔었다”며 “그때는 여권도 필요 없었고 홍기(紅旗)를 들고 왔다”며 자랑스럽게 떠벌인다. 그 때문에 중국 내부에서마저 구(舊)제국군 출신 일본 노인이 과거 일제의 대학살의 현장이었던 난징을 찾아가서 “내가 왕년에 여기에 군인으로 와서 거리를 휘젓고 다녔다”고 자랑스러워한다면 중국인들의 느낌은 어떻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중국 최대의 국영 영화사 중국전영집단공사(中國電影集團公司)가 홍콩의 인기 상업영화감독 팽순(옥사이드 팽)을 데려다 만든 이 전쟁영화는 제목부터 묘하다. 6·25전쟁에 동원된 중공군 이야기인데 ‘나의 전쟁’이라니.

그 얘기는 좀 이따 하기로 하고 우선 영화부터 살펴보자. 6·25에 국가 차원의 파병이 아니라 ‘민간 의용지원군’이라는 포장 아래 동원된 중공군이 미군과 치열하게 싸우는 얘기인데 그것만 가지고는 단조로울 것 같았는지 중공군 장병과 문공대(文工隊 문화선전공작대: 우리의 군예대에 해당) 여군들 사이의 진중(陣中) 사랑이야기도 섞어 넣었다. 전투장면은 ‘씬 레드 라인’이나 ‘밴드 오브 브라더스’ 같은 신식 할리우드 전쟁영화들의 장면을 많이 흉내 냈고, 1인칭 슈팅게임식 카메라워크도 구사하는 등 비교적 현대적인 느낌을 주지만 스토리 전개나 장면 구성, 연기 등은 60년대의 허접한 한국 반공전쟁영화를 고스란히 연상시킬 정도로 수준이 낮다. 특히 중공군 병사들은 하나같이 용감하고 희생정신이 강한 등 선전영화에서 튀어나온 간판 같은 캐릭터인데다 전쟁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클리셰(이를테면 부상병이 읊조리는 “나는 그냥 두고 가” 따위) 투성이라 헛웃음이 새나올 정도다. 한마디로 대단히 촌스럽다.

그뿐인가. 사실 왜곡도 많다. 6·25 당시 한반도에 온 중공군은 완전히 거지 행색으로 보급물자는커녕 총조차 변변치 않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오죽하면 2인당 소총 한 자루로 싸우게 했을까. 그러나 영화에서는 중공군 병사들이 번듯한 의복에 만두를 풍족하게 먹으며 말단 소총수들까지 경기관총으로 무장(총탄도 무한정이다)하고 미군과 거의 대등한 화력으로 싸운다. 또 중공군의 최대 강점이자 자랑거리가 인해전술이었음에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좀 무식하고 야만적으로 느껴졌는지 영화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중국군이 미군에 중과부적으로 밀려 패퇴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다 후반부에야 한차례 인해전술 장면이 나온다. 다만 ‘인해전술’이라는 표현은 끝내 안 나온다. 그럼에도 이때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담은 카메라는 섬찟하다. 죽여도 죽여도 구더기처럼 몰려나오는 중공군의 모습을 하늘과 옆에서 찍은 사람의 파도가 안겨주는 그 압도적인 공포는 오늘날 갈수록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미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장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 그런 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6·25와 한반도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각과 의식이다. 영화의 첫머리와 끝부분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자막이 뜨는데 이게 기가 막힌다. 먼저 프롤로그. 누가 전쟁을 시작했는지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1950년 6월25일 남북한 사이에 대규모 내전이 발발했다’면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 내전에 공공연하게 군사적으로 간섭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에 압력을 넣어 스스로 사령관을 맡은 유엔군 사령부를 만들어 코리아 침공에 나섰다’고 주장한다. 이게 중국이 보는 6·25다. 현재까지도. 그러면서 중국은 ‘코리아정부(Korea Government)의 요청에 따른 대응조치로 국가보위를 위해 항미원조(抗美援朝)의 전략적 결정을 내리고 중국 인민지원군을 신속히 소집해 코리아전쟁에 참여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미국은 동시에 대만해협에 7함대를 파견해 중국의 통일을 가로막았다’고 덧붙인다. 북한의 원조요청에 더해 미국의 대중국 통일 방해 책동 때문에 북한을 돕고 중국이라는 국가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는 주장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이 말하는 코리아다. ‘코리아 정부’나 ‘미국이 코리아를 침공했다고 했을 때 코리아는 문맥상 당연히 북한이다. 즉 한반도를 대표하는 코리아는 어디까지나 북한이라는 게 중국의 인식인 것이다. 이는 영화 제작사가 중국 최대의 국영 영화사라는 점에 비추어 중국당국의 공식 입장이라 해서 틀리지 않다.

에필로그는 어떤가. ‘중국 지원군의 참전에 따른 전쟁의 승리로 한반도의 내정에 간섭하려던 미국의 의도는 분쇄됐고 새롭게 건국한 중국의 안전을 보위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외국 제국주의자들의 압제는 중화인민공화국의 건국과 함께 끝났다’는 모택동의 자랑스러운 주장을 그대로 입증한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영화는 6·25가 배경이지만, 실제로 중공군은 한국군과 많이 부딪혔지만 영화에서는 오로지 미군과만 싸운다. 그리고 승리, 개선했다고 자랑한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미국은 까불지 말라고 을러대는 것이다. 이른바 G2시대를 맞아 미국과 이런 저런 긴장이 높아져가자 우리는 이미 6·25 때 미국을 무력으로 이긴 적이 있다고 어깨를 으쓱대면서 앞으로도 무력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이 영화를 통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한국을 북한의 아래에 놓고 깔아뭉개면서, 특히 과거 왕조시대처럼 중국의 속국으로 치부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아울러 미국에 무력 경고하는 것.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다.

한국을 속국 취급한다고? 오버 아닌가. 그러나 그렇다면 제목을 설명할 길이 없다. 6·25가 왜, 어떻게 해서 중국인(나)의 전쟁이 되는가. 한국을 외국 아닌 속방(屬邦)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그런 발상은 나올 수 없다. 하나 더. 영화에 나오는 한국의 집은 모두 중국식이다. 객관적, 역사적 고증과는 담을 쌓은, 아직 수준이 낮은 중국 영화계의 현실을 드러낸 것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다면? 즉 한국을 제외한 세계인과 중국인들에게 한국은 주택마저 중국식일 만큼 중국의 영향 아래 있는 ‘속국’이라는 왜곡된 모습을 의도적으로 보여주려 한 것이라면?

이 영화는 그런 의미에서 이제껏 한국의 최대 경제 파트너요, 우방으로 여겨온 중국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드러내주었다. 중국은 북한의 우방이지, 적어도 한국의 우방은 아니라는 실체, 그리고 한국을 속국 대하듯 눈 아래 깔고 보는 대국의식에 사로잡혀있는 실체. 게다가 이러한 중국의 인식과 태도는 공식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 영화 자체가 오락, 예술 매체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중국 공산당의 선전매체인데다가 중국 최대 국영 영화사가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런 인식과 태도를 지니고 있는데도 한국 경제에 다소 도움이 된다고 해서 마냥 중국에 아부하고 눈치 보는 일부 정치지도자들을 포함한 얼빠진 한국인들은 이제 그만 착각에서 깨나야 한다. 중국이 언제까지 한국에 대해 ‘상국(上國)’ ‘종주국’ 행세를 하면서 남북한을 놓고 이이제이(以夷制夷)식으로 장난질 치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우경화만 걱정하지 말고 중국의 대국(大國)놀음, 패권국가화를 더 우려하는 게 옳다.

김상온 (프리랜서 영화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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