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민석 의원이 지난달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조특위 2차 청문회에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사라진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추궁하고 있다. 국민일보 DB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찍혔습니다. 그것도 ‘나쁜 사람’으로 찍혔습니다.

 안 의원은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세력의 악행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에겐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일 겁니다. 하지만 안 의원이 ‘나쁜 사람’으로 찍힌 건 최근의 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꼬박 2년 전부터 그랬다고 합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대표 자격을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말이죠.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폭로했습니다. 국회 탄핵소추위 측 법률 대리인은 김 전 차관에게 “정씨와 같은 유망주를 기죽이는 안민석 의원은 나쁜 사람”이라는 말을 박 대통령으로부터 들었는지 물었습니다. 김 전 차관은 이 질문에 “비슷한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인정한 것입니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왜 찍혔을까요. 2014년 4월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당시 안 의원은 “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정모씨의 딸이 승마 국가대표로 선발되고 마사회 선수들만이 사용할 수 있는 마방을 관리비를 면제받아 사용하는 등 온갖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제보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서 ‘정모씨’는 정윤회씨입니다. 이미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 최씨의 전 남편이자 정유라씨의 아버지입니다. 안 의원은 이미 그 이전부터 박근혜정부 국정농단 세력의 존재와 부정 행위를 파헤치고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유라씨가 ‘저격’을 당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9개월 뒤 김 전 차관 앞에서 정유라씨의 승마 국가대표 자격을 지적한 안 의원을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습니다.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은 또 있습니다. 문체부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입니다. 국회 탄핵소추 의결서는 ‘정씨가 2013년 4월 한국마사회컵 승마대회 우승을 놓친 뒤 청와대의 지시를 받은 문체부가 승마협회를 감사했고, 그 결과에 만족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공무원 2명의 인사발령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박 대통령으로부터 ‘나쁜 사람’으로 지목돼 좌천된 것으로 알려진 공무원 2명이 바로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국민일보 DB

 박 대통령에겐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쁜 사람’도 있지만 ‘진실한 사람’도 있죠.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둔 2015년 11월 10일 “진실한 사람들만 선택될 수 있도록 해주길 부탁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새누리당 안에서 ‘진박’ 논란을 촉발했습니다.

 여권의 내부 권력 구도를 요동치게 만든 기폭제였죠. ‘진박 감별’로 점철된 공천에서 벌집을 쑤신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참패했지만, 박 대통령은 이른바 친박계 호위무사들로 무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박 대통령의 입맛에 맞게 줄 세워지고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별로 공감하지 않습니다. 안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이었을지 몰라도,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국정농단 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촛불민심의 입장에서 ‘좋은 사람’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뜻을 따르지 않으면 나쁜 사람으로 몰아세우는 사람에겐 리더 자격이 없다” “나쁜 사람, 진실한 사람, 그리고 또 어떤 사람으로 줄을 세웠는가” “2년 동안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찍히고 버틴 안 의원이 대단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안 의원은 박 대통령에게 찍히고 지지율을 높였습니다. 국민이 직접 선거로 뽑은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지목되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는 지금의 상황을 정상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사람들을 줄 세우고, 입맛에 맞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긴 박 대통령의 편협한 리더십이 초래한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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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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