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렵지 않습니다” 인니의 기독교인 주지사 아혹

“자리를 잃게 되더라도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제 삶에서 한 번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사(Isa·예수)’를 따르는 사람입니다. 저는 천국에 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주지사 자리는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주님이 기회를 주신다면 다시 여러분의 주지사가 될 것입니다.”


그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사이다 같은 신앙고백이었다. 2분 40초짜리 동영상은 세계 최대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 역사상 첫 기독교인 주지사 바수키 차하야 푸르나마(일명 아혹)가 담대하게 자신의 신앙을 고백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회의실에서 직원들을 향해 연설했다. 영상은 기독교 박해 감시단체인 국제기독연대(International Christian Concern) 페이스북에 공유되면서 전 세계 기독교인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

아혹 주지사가 자신의 신앙을 밝힌 이유가 있다. 최근 그에게 닥친 송사 문제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13일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모독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첫 재판을 받았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은 어떠한 경우에도 코란을 모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9월 말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 유세에서 코란 구절을 인용하며 연설했다. 그런데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이 무슬림이 아닌 아혹 주지사가 무슬림 경전을 인용한 것 자체가 신성모독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극단적 보수 무슬림들이 동조하면서 아혹 주지사를 비난하는 시위에 나섰고 결국 신성모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보수적 무슬림 중엔 이슬람 국가에선 비무슬림이 고위직을 맡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펴는 이들도 있었다.

인도네시아 법원은 이 사건에 대해 “무슬림이 주류인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자유를 다루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27일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는 성난 무슬림 시위대가 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알라 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며 “주지사를 감옥으로 보내라”고 요구했다. 아혹 주지사를 지지하는 소수의 사람들은 법원을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신성모독법을 위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국제앰네스티는 신성모독법에 대해 종교자유를 침해하고 소수 종교를 차별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아혹 주지사를 지지하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시위대가 ‘정치적 배우’ 역할을 한다며 힐난했다. 무슬림 시위대의 행동의 지나치다는 의미다.

아혹 주지사는 2014년 주지사가 됐다. 인도네시아에선 소수민족인 화교 출신인 그는 기독교인으로선 처음으로 주지사에 올랐다. 미국에서 무슬림 흑인이 뉴욕시장이 된 것과 같은 일이었다. 아혹 주지사는 자카르타의 방만한 관료조직을 개혁하며 부패 청산에 나섰고 최근엔 잉여 예산으로 서민 복지 확대와 지하철 도로 홍수예방시설의 정비 등을 추진하면서 대중의 폭발적 지지를 받았다. 지지율이 70%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대파들의 저항도 커지면서 ‘아혹 포비아’(아혹 공포증)도 확산됐다. 아혹 주지사의 법정 공방은 1~2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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